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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은 '동성애찬성법'이 아니다

차별금지법이 동성애찬성법이라며 절대로 동성애를 합법화하지는 않겠노라며 두 주먹을 굳게 부르쥔 분들이 선거철을 맞이하야 부끄러움도 모르고 출몰하는 걸 보고 있자니 또 한 마디. 다만, 저런 몰지각한 소리를 내놓고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야만 한다는 듯이 반응하는 건 저와 같은 것이 유권자들의 평균적인 의식수준이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말하자면 보통선거 평등선거라는 게 그런 거 아닌가: 장삼이사 할 거 없이 누구나 투표하고 그게 다 같이 한 표를 던질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의 사적 영역이란 것이 무엇인지조차 이해가 안되는 사람들도 한 표씩. 그러나 그와 같은 대중의 수준에 영합하는 사람들이 표를 구걸하여 당선되는 것은 나라의 수준을 영영 저 아래에 두는 것이겠다.

  • 김세정
  • 입력 2016.03.16 05:47
  • 수정 2017.03.17 14:12
ⓒ연합뉴스

차별금지법은, '동성애찬성법'이 아니다. 그냥, 차별을 하면 안 되는 다른 사유도 여러 개 있지만 성적 지향에 한정하여 보자면, 상대방의 성적 지향, 즉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을 가지고 고용, 재화의 이용이나 공급, 교육 기타 법령의 제정 개정 등의 면에서 분리제한 배제거부 및 불리하게 대하는 대우, 즉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을 뿐이다.

저렇게 줄줄이 써 놓으면 뭘 하지 말라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겠으니 일상의 용어로 풀어보도록 하겠다. 이와 같은 상황은 뭘 하지 말라는 것이냐면, 면접을 했는데 이것저것 물어보니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어우 재섭다며 채용을 안하겠다, 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뽑고 났는데 알고보니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저 인간이 그 동안 나 모르게 나를 연모한 거 아냐 워크숍도 같이 갔었는데 어우 큰일 날 뻔했잖아 완전 기분 나쁘다며 해고하겠다, 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호모가 상사라니 그게 어디 조직 질서가 잡히겠냐며 승진을 못 시키겠다, 고 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남자 둘이 또는 여자 둘이 손잡고 와서 여관방을 내달라고 한다고 하여 니들 드러웁게 응응하는 늠들이지!하며 투숙을 거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가르치는 학생이 동성애자라고 하여 네 따위가 공부는 무슨 공부냐 드러우니 당장 나가라, 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불효 자식이다 내지 인륜에 어긋나는 짓을 했다 등등 하며 상속을 보다 불리하게 하거나 하는 법령을 제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동성애자라서 어떠한 모욕이나 공격 등을 당했다며 경찰서에 신고하러 갔을 때 어 무슨 저런 일은 당해도 싸다며 상대도 안하고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말한다. 물론 저런 험한 언사를 하나도 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차별만 해도 안된다.

아니 이 대목에서 약간의 의문이 생긴다. 그럼, 한국에서는 직원이 동성애자인 걸 알게 되면 해고를 해도 되나? 승진에서 누락시키거나 학교에서 쫓아내도 되는 것인가? (아마도 면접할 때 초면에 동성애자냐고 묻지는 않을 거 같고, 남자끼리 또는 여자끼리 여관 간다고 하여 방 안주고 그럴 거 같진 않기는 한데, 이는 차별을 하면 안된다는 의식이 있다기보다는 아마도 생각의 범주에 동성애자를 넣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와 같은 차별행위들은 영국에서는 고액의 손해배상을 지급해야 하는 사유가 될 것이다. 특히 고용 사건에 있어서 차별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액은 그 상한이 없다.

개인의 성적인 기호는 업무나 사회생활 등등 타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전적인 사생활인 것임은 물론이다. 하물며 업무저성과자도 쉽사리 해고하면 안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나라 아닌가. 남이야 누굴 좋아하건 말건 스토킹 하는 등으로 애정을 강요하거나 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차별 행위 이외의 행위, 즉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모욕을 주거나 저 인간 동성애자라고 소문을 내거나 하물며 폭행을 가하거나 하면 이건 이미 존재하고 있는 법규정에 의하여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므로, 차별금지법안이 아니라고 해도 하면 안되는 일이다. 예를 들어 동성애가 무슨 정신병이라며 특별 안수기도 해야 한다며 때리고 하는 건 당연히 형사처벌 대상이다. 동성애자가 싫으면 속으로 조용히 싫어해야지 어떤 해코지도 하면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남의 상열지사는 법에 의하여 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저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찬성하는 법이 아닌 것은 당연한 것이요, 애시당초 동성애가 불법이 아닌 바에야 그걸 뭘 합법화하냐고. 동성애 한다고 하여 감옥에 가두고 그럴 수 없다니깐 저 법이 없어도. 동성애라면 질색팔색을 하고 형사로 처벌하던 서구조차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 오스카 와일드의 시대가 아니라고. 어쩐지 보다 보니 동성애금지법이나 동성애자차별허용법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인 것인가 싶어진다.

이와 같은 내용은 너무나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렇게 줄줄이 쓰기도 도무지 민망하다만, 차별금지법이 동성애찬성법이라며 절대로 동성애를 합법화하지는 않겠노라며 두 주먹을 굳게 부르쥔 분들이 선거철을 맞이하야 부끄러움도 모르고 출몰하는 걸 보고 있자니 또 한 마디.

다만, 저런 몰지각한 소리를 내놓고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야만 한다는 듯이 반응하는 건 저와 같은 것이 유권자들의 평균적인 의식수준이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말하자면 보통선거 평등선거라는 게 그런 거 아닌가: 장삼이사 할 거 없이 누구나 투표하고 그게 다 같이 한 표를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차별을 금지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다 한 표씩. 개인의 사적 영역이란 것이 무엇인지조차 이해가 안되는 사람들도 한 표씩. 그러나 그와 같은 대중의 수준에 영합하는 사람들이 표를 구걸하여 당선되는 것은 나라의 수준을 영영 저 아래에 두는 것이겠다. 그러니 이번에는 용감하게 '상식적인' 주장을 하는 정치인들이 당선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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