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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퀴어자랑] 대전 성소수자 인권모임 '솔롱고스'

함께 하는 시민단체가 굉장히 적었어요. 저 스스로도 뭔가 하자고 나서긴 했지만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처음에는 1인 시위만 계속했어요. 그 후 정의당과 함께 운동 본부를 꾸리게 되었죠. 운동 본부를 꾸릴 때 여성단체, 인권단체, 교육 관련 단체 등등 대전지역에 있는 시민단체들에도 연락했지만 대부분의 곳에서 운동 본부에 들어가는 걸 거부했어요. 세상은 복잡하게 얽혀있고 연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왜 우리의 운동은 저들의 운동이 될 수 없는 건지 개인적으로 많이 서럽고 속상했죠.

  • 친구사이
  • 입력 2016.03.18 08:22
  • 수정 2017.03.19 14:12

* 이 글은 친구사이 소식지 67호 (2016년 1월)에 실린 글로 인터뷰는 2015년 12월 중순경이었음을 알립니다.

친구사이 소식지의 감초, <전국퀴어자랑>. 일요일이면 일요일마다 어김없이 찾아오지도 않고, 송해 선생님도 없지만, 팔도 방방곡곡에 거주하고 있는 다양한 퀴어들, 그리고 곁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들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신명나게 소개합니다. 그럼, 다 같이 외쳐보아요. 전~국! 퀴어자랑-

솔롱고스: 몽골어로 '한국'을 가리키는 말. '무지개의 나라'라는 뜻이라고 알려져 있다.

여덟 번째 전국퀴어자랑의 주인공은 바로 대전 성소수자 인권모임 '솔롱고스'입니다. 지난 2015년 9월, 성평등 기본조례에서 성소수자 보호 및 지원 조항을 삭제하려는 대전시 의회에 맞서 싸운 사건이 있었죠. 안타깝게도 성소수자 관련 조항은 조례에서 끝내 삭제되었지만, 그 투쟁의 중심에 있었던 이들을 만나기 위해 소식지팀이 직접 대전으로 갔습니다. 고맙게도, 전국퀴어자랑 첫 번째 주인공인 충북 옥천의 '호미'님도 게스트로 함께 참여해주셨습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21일 "게이(Gayㆍ동성애자)까지도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허용할 수 있는 도시가 경제발전의 잠재력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대전시장 "게이도 허용할 수 있는 도시가 발전적",2011,10.21

http://article.wn.com/view/WNAT49c30d99660a25abf953d94a624c0bcf/l

대전, 가까우면서 먼 도시, 느긋한 사람들, 엑스포, 꿈돌이로 제게 기억됩니다. 실제로 KTX를 타고 1시간 만에 도착한 도시에서 왠지 평화로운 기운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도중, 호미님의 제보로 흥미로운 기사를 알게 됐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4년 전, 염홍철 당시 대전시장이 "게이도 허용할 수 있는 도시가 발전적"이라고 말한 것인데요. 호모포비아 세력들의 혐오가 상대적으로 덜 조직되어있던 2011년이라 오히려 이런 상식적인 발언도 나왔던 것 같습니다. 대전이란 도시에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2012년에 있었던 마포구의 성소수자 현수막 불허 사건, 2013년과 올해 있었던 성북구의 성소수자 인권헌장 및 정책 폐기 사태, 무지개 농성을 있게 한 지난해 서울시 인권헌장 사태까지. 최근 몇 년간 지역을 중심으로 성소수자 혐오 행정과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유감스런 일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엔 언제나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죠. 그럴수록 연대의 힘으로 우리들이 더욱 똘똘 뭉치게 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번 대전 성평등 기본조례 사태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있었던 일이기에 지역 당사자들의 움직임이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번 인터뷰 곳곳에 예상치 못 했던 반전들이 있었는데요. 그 흥미진진한 인터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보수 기독교 단체와 여성가족부의 요구로 성소수자 관련 조항이 삭제된 '대전광역시 성평등기본조례' 개정안이 대전시의회를 통과했다. 대전시의 이러한 처사는 성평등을 훼손하고 성소수자 권리를 축소했다는 성소수자와 여성단체 등의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의회 의원들은 18일 제221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성평등기본조례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 개정안은 대전시가 지난 8월 12일 입법예고한 것으로, 16일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상임위 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본회의에서도 별다른 반대 의견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번에 처리된 조례는 성소수자 권리와 지원을 담은 조항을 삭제하고 성평등으로 표기된 기존 조례명과 조례 용어를 양성평등으로 바꾸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참세상] 성소수자 조항 사라진 대전 성평등조례 의회 통과, 2015.9.21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99910

#1. 인사, 그리고 고등학교 선후배의 만남

소식지팀: 안녕하세요. 친구사이 소식지팀입니다. 오늘 인터뷰를 위해 기차 타고 내려왔습니다.

호미: 안녕하세요, 전국퀴어자랑 1회의 주인공 호미입니다. 대학 졸업할 때까지 대전에 살았어요. 이런 모임이 대전에 있다는 게 신기해서 도대체 어떤 분들인지 궁금해서 일하다가 쫓아왔어요.

이주이: 안녕하세요, 저는 솔롱고스 회원 이주이라고 해요. 18살 고등학생입니다.

라라: 저는 활동명 라라이고, 스스로 부치라고 주장하지만 팸으로 오해받는 사람입니다.

호미: 이주이님은 그럼 고등학생이에요? 혹시 학교 어딘지 물어봐도 돼요?(웃음)

이주이: OO고요.

호미: 하하하, 내가 선배야. 어디 살아요?

이주이: OOO요, 105동

호미: 나 거기 103동 살았는데(웃음) 대전 좁아서 이런 거 얘기하면 다 나오거든. 신기하다.

소식지팀: 이런 이야기가 더 재밌으면 어떡하죠. 훈훈한 인터뷰가 될 것 같습니다.

#2. "단체를 하나 만들어라. 그래야 있어보인다."

<대전시청 앞에서 열렸던 성평등 조례 개정 반대 집회의 모습, 솔롱고스 페이스북>

소식지팀: 솔롱고스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라라: 대전 성평등 기본조례에 대응하며 주위 사람들을 알음알음 알게 됐죠. 10대 성소수자 커뮤니티 '라틴'에도 글을 올리고요. 그렇게 하나둘 모여 보니 단체 활동가가 아닌 다들 개인들이었어요. '이 문제에 대응할 때 단체를 만들어라. 그래야 있어 보인다.'고 주위에서 조언을 해주셔서 갑작스럽게 모임을 결성하게 됐죠(웃음).

이주이: 마침 모임 이름을 정해야 해서 제가 무지개를 인터넷에 검색해보다가 몽골어로 대한민국을 '솔롱고스'라고 부르더라고요. 뜻이 정확하진 않은데, '무지개가 뜨는 나라'래요. 그냥 툭 던졌는데, '어, 이거 되게 괜찮네.' 사람들과 그렇게 결정됐어요.

소식지팀: 지난 9월, 성평등 기본조례가 개정된 후 모임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라라: 지난 9월 본 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된 뒤 뒤풀이 때, '우리 모임 이대로 해산하지 말고 계속 가자'는데 다들 동의를 했어요. 때마침 이주이 님이 '치마를 입어보고 싶은데, 입기 민망하다'고해서, '그럼 우리 핼러윈 데이 때 파티하자!'고 의견을 모았죠. 그리고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동화책 <꽁치의옷장엔 치마만 100개>를 모티브로 즐거운 파티를 열었어요.

소식지팀: 솔롱고스의 구성원들이 어떤지 궁금해요. 어떤 사람들이 있고, 분위기는 어떤지.

라라: 가장 어린 건 16살 '찡찡'님. 가장 나이가 많은 건 저예요.

소식지팀: 나이 스펙트럼이 넓지 않네요. 발랄한 분위기 일 것 같아요.

이주이: 우리 그런 데였어요?

라라: 우리 나름 분위기 있어.

호미: 게이는 없어요? 그럼 솔롱고스 열심히 활동할게요(웃음).

#3. '지금 대전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라라님 모습. 사진제공 규환>

소식지팀: 조례 개정을 할 당시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던 것 같아요.

라라: 열악한 상황이었어요. 8월 당시 여성 단체에서 상근을 하고 있어서 대전시 성평등 기본 조례 성소수자 보호 및 지원 조항을 두고 논란이 일어난 걸 알게 됐어요. 단체 내 여론은 이번 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결합하지는 말자는 의견이 많았고요. 그런 여성단체 태도에 실망해서 상근을 그만두고 '우리가 뭘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진보 정당에 활동하고 있는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대전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알리게 됐죠.

라라: 함께 하는 시민단체가 굉장히 적었어요. 저 스스로도 뭔가 하자고 나서긴 했지만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처음에는 1인 시위만 계속했어요. 그 후 정의당과 함께 운동 본부를 꾸리게 되었죠. 운동 본부를 꾸릴 때 여성단체, 인권단체, 교육 관련 단체 등등 대전지역에 있는 시민단체들에도 연락했지만 대부분의 곳에서 운동 본부에 들어가는 걸 거부했어요.

라라: 저희가 성 평등 조례 대응하면서 의회 앞에서 농성할 때 여성 단체 활동가들은 대전시 길거리에서 성매매 근절 인증샷 찍어 올리며 '하하호호'하고 있더라고요. 성소수자로 혐오 폭력을 겪다가 탈가정, 탈학교 하고 저학력으로 빈곤의 굴레에 놓이고 성산업에 유입되는 성소수자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트랜스젠더 분들도 성전환 수술비용 마련하기 위해 70% 정도가 성산업에서 종사한다는 통계도 있고요. 제 생각에 반성매매 활동과 성소수자 인권 운동 함께 갈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저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지. 여성 단체뿐만 아니라 다른 단체들도요. 세상은 복잡하게 얽혀있고 연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왜 우리의 운동은 저들의 운동이 될 수 없는 건지 개인적으로 많이 서럽고 속상했죠.

이주이: 저는 낙관적이어서 이렇게 가는구나 싶었어요. 열심히 하니까 잘 될 줄 알았는데, 안되니까 억울했었죠. 막상 운동하면서는 다른 사람한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기도 했어요. 처음 서명운동할 때는 낯을 가렸지만 갈수록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설마 아는 사람 만나겠어?' 하기도 하고.

호미: 무서웠을 거 같아요. 나는 여기는 학교도 가까워서 하루 종일 서있어도 친구들 많이 만날 텐데. 학교가 5분 거리거든.

이주이: 사실 방금 여기 올 때도 아는 사람 만났어요. 우리 반 반장이 도서관에 가더라고요. 친구 만난다고 했는데, 친구를 무슨 시청에서 만나냐며.

라라: 그래도 좋은 일도 있었어요.

이주이: 과외 선생님이 이쪽 분이신 걸 알았어요. 어느 날 과외 선생님이랑 나가서 놀다가 성소수자 이야기가 나왔어요. 제가 아는 게이친구 이야기를 하는데 그 친구가 좋아하는 애를 여자로 꾸며서 말씀하시더라고요. '걔는 남자를 좋아하는데'라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조성됐죠. '선생님, 저 양성애자예요.' 그 선생님이 '난 젠더퀴어야'. '그럼 전 사실 트랜스젠더 레즈비언이에요.' 그렇게 서로 커밍아웃 하게 됐죠. 그 뒤로 이 일 생기고 마지막에 도움을 요청했고, 친구분까지 데리고 오셔서 마지막에 서명을 해주셨어요.

호미: 쇼킹하네요(웃음). 선생님이 게이도 아니고 젠더퀴어라니.

#4. '우리가 이렇게 만날 수도 있구나.'

<대전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시청 20층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제공 규환>

소식지팀: 2015년을 돌아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2014년에 있었던 무지개 농성부터...

라라: 2014년 서울시청 무지개 농성에 가서 대전 분을 만났는데, 너무 신기했어요. '우리가 이렇게 만날 수도 있구나.' 대전 성평등 조례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게, 저 혼자였으면 아마 못 했을 거예요. 그때 농성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2015년 성소수자 관련 문제로 힘든 일도 많았지만, '놀라움의 연속'인 거 같아요. 대전에 혐오 세력이 등장한 것도 신기하고. 어떤 의미로 뿌듯했어요.(웃음)

소식지팀: 서울 무지개농성 이후로 많은 영감이 커뮤니티에 퍼진 것 같아요. 앞으로 지역에 이런 일이 생기면 연대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주이: 저는 일단 운동 본부를 접하면서, 라라 씨를 만난 게 제 인생의 분기점이 될 것 같아요. 9월 이전까지는 생각 없이 '공부해서 대학가야지'라고 하다가, 라라 님과 같이 있으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느꼈어요. 그 전까지는 불편한 점이 있어도 성소수자로서 목소리를 내지 않았으니까요. 이젠 '뭘 좀 하고 싶다.' 차별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기 시작했고, 그 뒤로 많이 라라 씨 쫓아다니고 있어요.

#5. '대전이라는 도시 자체가 원래 심심한 느낌이 들지 않아요?'

<대전 시청에서 창밖을 바라보니 저 멀리 카이스트, 한빛탑, 활주로가 보였다.사진제공: 규환>

소식지팀: 부산은 학교 모임이 잘 운영된다고 알고 있어요. 대전지역의 대학 모임은요?

라라: 대전의 모든 대학에는, 총여학생회가 없고, 여성위원회도 없어요. 학생운동이니 뭐니 다 망한 상태고, 성소수자 동아리도 어쩌면 당연히 없어요. 모임으로는 카이스트에 유일하게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호미: 대전이라는 도시 자체가 원래 심심한 느낌이 들지 않아요? 그래서 솔롱고스가 생겨서 쇼킹했어요. 어디 숨었던 사람들이 모였는지.

라라: 서명지를 돌리려고 대전에 퀴어 바를 다 돌았거든요. 은행동에 레즈 바가 딱 하나 있는데, 되게 조용한 느낌이에요. 장사가 잘 안 돼요. 전 서울이 부러웠던 게, 이런 일이 있으면 바 중심으로 포스터도 붙이잖아요. 저도 그걸 기대했는데, 게이바니까 불편해 하실까봐 일부러 긴머리를 모자로 덮는 등 여성으로 패싱될 수 있는 모습들 숨기고 갔는데도 장사 안 된다고 내쫓았어요. '서명지만 두고 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우리는 그런 거 관심 없다는 식으로.

호미: 90년대 초반 친구사이 소식지 처음 만들어서 배치하러 다닐 때 그러지 않았을까요?

소식지팀: 그래도 대전만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이주이: 사람들이 순박한 것 같아요. 제 고향인 경북 상주는 전투적이었어요. 강원도랑 가까워서 사투리도 심했어서 여기에 전학 왔을 때 애들이 제 말을 잘 못 알아듣더라고요. 친구들이 경상도 사투리가 아닌 것 같다며, 북한 살다 왔냐고. 고향에 비해서 대전 사람들이 순한 느낌이 들어요.

#6. "얘기할 사람도 없고, 너무 외롭고 힘들고.."

호미: 청소년 성소수자로서 생활하기에는 어때요?

이주이: 반응이 없는 거요. 커밍아웃을 하면 무던한 반응을 보일 때가 많아요.

호미: 저 같은 경우도, 서울에서 여자친구가 없다고 하면 지나가는 말로 '너 게이야?'라고 하는데, 옥천에선 그것까지 물어볼 생각을 감히 못해요. 너무 먼 이야기라. 오히려 주변에서 자꾸 캄보디아 여성분과 국제결혼 어떠냐고 진지하게 물어봐요. 난 더 시골이니까.

소식지팀: 각각의 도시마다 층위가 있는 게 흥미롭네요.

라라: 가능하면 서울에 살고 싶어요. 모든 자원이 집중되어 있잖아요. 물가가 비싸기는 하지만, 한채윤님 같은 분들이 강연을 하는 것을 언제든지 볼 수 있잖아요. 서울에 가끔 가면 젠더퀴어, 폴리아모리 등 섹슈얼리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대전에선 게이나 레즈 조차도 힘든 거죠.

소식지팀: 대전에서의 연애는요?

이주이: 주말에 만나면 밥 먹고 노래방 가는 게 전부라서, 아마 다른 지역 가도 똑같을 것 같아요. 학생들 노는 게 거기서 거기지.

호미: 전 서울에서 보고 싶은 전시나 공연이 많았어요. 그렇게 63빌딩이 가고 싶었는데.

라라: 고등학교 때 이쪽인 거 알고 청소년 커뮤니티에 가입했는데, 보통 정모가 서울에서 열리니까 저는 하루를 다 빼서 만날 수 있었어요. 기차 시간 때문에 모임 중간에 나와야 되는 게 다 슬펐어요. 원래 뒤풀이 가서 친해지는데, 혼자 집에 먼저 와서 울고 그랬죠. 내가 먼저 가입했는데, 다른 친구들은 다 친해져있고. 당시 동성애자인권연대 청소년 자긍심 팀도 하고 싶었는데 회의를 갈 수가 없어서 포기했어요. 대전에선 사람을 찾아도 없고, 성소수자 단체는 없고, 여성 단체는 자기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얘기할 사람도 없고, 너무 외롭고 힘들고..

소식지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이주이: 저는 트랜스젠더 레즈비언이라서 사람들 앞에 소개할 때, 설명을 더 해야 해요. 제 정체성에 대해서 길게 설명하기 낯간지럽고 귀찮잖아요. 소수자 중에 소수자니까요. 레즈비언 모임이나, 트랜스젠더 모임에 가서도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힘들어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 살짝 껴있는 느낌이 있고, 오히려 편한 것도 있긴 해요. 어찌 됐든 여자를 좋아하니까 의심을 덜 받죠.

#7.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

<대전시 성평등 기본 조례의 문제점을 알리는 캠페인 사진. 사진제공: 솔롱고스>

라라: 돌이켜보니 저희가 잘 몰랐구나 싶어요. 성소수자 단체 연대 요청 메일이나 전화를 했어야 하는데, 그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어요. 제 개인 페이스북을 보고 무지개행동이 먼저 연락을 주셨죠. 이번 일을 통해,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라는 걸 알게 됐죠.

소식지팀: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활동은 무엇이 있나요?

라라: 다른 성소수자 모임처럼 우리 이야기를 만들어서 웹진이나 인쇄물로 배포해보는 건 어떨까라는 고민을 해봤어요.

호미: 대전에서 퀴어퍼레이드를 한다든지(웃음). 먼 미래의 꿈들도 있는지 궁금해요.

이주이: 가까운 크리스마스에 연말 파티를 할까 생각 중이에요.

라라: 하면 되지.

호미: 좋아요. 연말이니까 나도 갈게요.

라라: 우와, 항상 이런 식이였어.

소식지팀: 호미님, 지금 가입하세요.

#8. '솔롱고스, 많이 응원해주세요!'

<인터뷰를 마치고 여가부가 인정한 가족친화우수기관 대전시청의 입구에서 기념촬영. 사진제공 규환>

소식지팀: 인터뷰 끝으로 한마디 부탁해요.

호미: 친구사이는 저처럼 인권감수성 없는 사람도 많아요. 같은 지역 분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솔롱고스에 가입해서 저의 무지가 탄로 날까 봐 걱정이 되네요(웃음).

라라: 인터뷰하게 되어서 기쁘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주이: 솔롱고스, 많이 연락 주세요~

페이스북에서 '대전 성소수자 인권모임 솔롱고스'를 검색해보세요 :)

바로 가기>>http://on.fb.me/1RoHVIC

이를테면 한국과 미국의 성소수자 의제의 속도 차이처럼, 한 나라 안에서도 서울과 대전이라는 지역의 온도 차이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지역에 계신 분들의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솔롱고스의 라라님, 이주이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글: 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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