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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 교회 목사가 작성한 ‘목사 사용 설명서' (사진)

  • 강병진
  • 입력 2016.03.15 14:24
  • 수정 2016.03.15 14:25

지난 3월 14일, 물한계곡교회의 김선주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10개의 항목이 적힌 글의 제목은 ‘이럴 때는 전화하세요’다. 김선주 목사가 적은 항목들은 쉽게 말해 급한 일이 있을때 자신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보일러가 고장나거나, 텔레비전이 안나오거나, 병원 갈 일이 생겼거나, 힘쓸 일이 필요하거나. 심지어 경로당에서 고스톱을 칠 때 짝이 안맞으면 전화하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사진과 함께 적은 글에서 이러한 전단을 만든 이유에 대해 “몇 명 안 되는, 노인들이 전부인 시골교회에서 목회를 하다 보니 내 진심을 가로막는 일들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목회자에 대한 교인들의 지나친 분리의식이었다”고 밝혔다.

“목사는 기도만 하고 말씀만 연구하며 교인들의 현실적인 삶의 문제에서 분리된 영역에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 온 교인들일수록 이런 관념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인식이 목회자를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 사람을 섬기는 일을 방해한다. "목사님이 왜 그런 일을 하세요?", "우리 목사님을 왜 힘들게 하고 그랴?" 등의 목사 감싸기와 보호하기를 열정적으로 하는, 오래된 신앙관념들이 나의 발목을 잡을 때가 많았다.”

또한 김선주 목사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교인들의 삶의 현장에서 같이 호흡하고 생각하고 그들의 삶을 같이 살아주는 것이 목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장 흥미로운 항목인 ‘고스톱’에 대해서는 또 이렇게 설명했다.

“시골에서 노인들이 즐길 수 있는 게 그나마 화투 놀이인데, 교인들이 화투를 부정적으로 생각해서 즐기면서도 내면에서 거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화투는 목사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고, 예수님의 복음이 교인들의 작은 기쁨까지 빼앗는 옹졸한 규범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김선주 목사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이 사진은 현재 1,200개가 넘는 ‘좋아요’를 기록했다. 물한계곡교회는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에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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