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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당에서는 시각장애인 웨이터들이 서빙하는 '어둠 속의 식사'를 할 수 있다

  • 박수진
  • 입력 2016.03.16 09:26
  • 수정 2016.03.16 09:42

 

더듬거리며 와인잔을 넘어뜨릴 뻔한 끝에야 내가 찾던 빵을 찾아냈다. 빵으로 접시의 소스를 닦으며, 나는 이게 옆 사람 접시가 아닌 내 접시이길 빌었다.

이건 레스토랑 '당 르 느와(Dnas Le Noir)'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다. 이 레스토랑에서 손님들은 어둠 속에서 시각장애인 웨이터들이 서빙한 음식을 먹는다.

당르느와는 프랑스어로 ‘어둠 속에서’라는 뜻이다.

이곳은 사업가 에두아르 드 브로글리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폴 귀노 재단의 도움을 받아 개점한 레스토랑이다. 폴 귀노 재단은 1990년대, 시력을 잃는 것이 어떤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어둠 속에서 일상적인 일을 하는 이벤트를 종종 열어왔다.

당시 테크 분야에서 일하던 드 브로글리는 재단 측에 같은 컨셉의 레스토랑을 열자고 제안했다. “나는 돈을 많이 벌었고, 내 돈을 사회적으로 유용한 아이디어에 투자하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재단은 행사를 열 때마다 돈을 잃고 있었는데, 난 그게 정말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투자를 하고 이익을 창출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제의했어요.”

에두아르 드 브로글리

최근 10주년을 맞은 런던 지점을 찾았다. 들어가면 조명이 켜진 바에서 시력이 있는 직원이 네 가지 메뉴를 상징하는 네 가지 색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흰색(이국적), 붉은색(고기), 파란색(생선), 초록색(채식)이다. 이어 시각장애인인 웨이터 레베키가 우리를 데리고 문과 커튼을 지나 홀로 들어갔다.

홀에 들어서면 '칠흑같이 어둡다'는 표현은 매우 부족하게 느껴진다. 코앞에 손을 들어봐도 보이지 않는다. 눈을 감으나 뜨나 차이가 없다.

처음으로 어두운 실내에 들어온 손님들이 패닉에 빠지는 일도 흔한 것 같다. 입구에서 점점 더 깊이 들어갈수록 내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거칠게 뛰는 게 느껴졌다.

레베키는 어깨로 우리를 부드럽게 안내해 공용 테이블의 의자를 찾게 해주었다. 그리고 우리를 옆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이상하게도 내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친근했다. 곧바로 기분이 편안해졌다.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떤 예상이나 편견이 없어요. 여긴 마음이 열리는 공간이에요.”

일행이 있다면 이런 모습으로 홀에 들어가게 된다.

손님들에게 식사가 끝났을 때 밝은 곳에서 메뉴를 보여주면 자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깨닫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고 드 브로글리는 말한다.

“마치 음식을 처음 먹어보는 사람처럼 맛을 봅니다. 무슨 음식인지 안다고 생각하지만, 빛이 없으면 맛과 냄새를 이해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요.”

“사람들은 자신들이 먹는 방식과 냄새를 즐기는 방식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됩니다. 모든 것에 대해서요.”

시각장애인 레베키의 사연도 들어봤다. 레베키는 개인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자신의 시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완전히 시력을 잃게 될 판이었다.

"자영업이라 10년 더 버틸 수도 있었겠지만, 결국 무리라고 결론내렸어요. 사업을 그만두고 다른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어요.”

레베키는 새로운 커리어를 찾아서 컴퓨터 기술 수업과 물리 치료 수업 등을 들었다. 이런 수업에서 만난 사람 한 명이 그에게 당 르느와가 곧 런던에 지점을 낸다는 걸 알려줬다.

"시력을 잃고 나서 다시는 바나 레스토랑 같은 데선 일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프로젝트가 내게 기회를 줬어요. 정말 멋진 일이에요."

드 브로글리는 이 레스토랑은 영리 목적의 사업이며 자선 기관이 아니라고 명확히 말하지만, 당르느와가 세상을 위한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여러 해 동안 수없이 많은 자선 단체들과 협력했다.

최근 런던 지점 10주년을 기념하며, 드 브로글리는 노숙인 지원 재단 센터포인트와 손을 잡고 16세에서 25세의 노숙자들을 초청해 저녁을 대접했다. 그는 아프리카의 학교들에 전기와 컴퓨터 공급을 돕는 프로그램인 ‘당르느와, 아프리카를 위한 빛’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컴퓨터가 없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부분적으로 시력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었죠. 시각장애인들이 앞을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빛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빛이 있는 곳으로 안내 받은 나는 평생 처음으로 내 시력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다. 레베키의 이 말을 떠올랐다. "가끔은 조금 괴로워한 덕분에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

*허핑턴포스트UK의 Pitch Black Restaurant, Dans Le Noir?, Has Been Raising Awareness Of Blindness For A Decade를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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