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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열 열사 시신 차로 옮겼다" 56년만의 속죄

ⓒ연합뉴스

"이렇게라도 속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다행입니다."

햇수로 56년, 건장한 체구에 혈기왕성했던 20살 청년은 어느새 하얗게 새버린 머리카락에 지팡이 없이는 거동마저 불편한 70대 노인이 됐다.

3·15의거 56주년을 앞둔 지난 13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 민주묘지를 찾은 김덕모(77)씨는 김주열 열사 묘에 헌화한 뒤 말없이 묘비를 어루만졌다.

김 씨는 1960년 3월 15일 김주열 열사 시신 유기 당시 동원된 차량 운전기사였다.

중증 치매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김 씨는 더듬거리는 말투로 그날의 기억을 더듬어갔다.

당시 그는 마산에 사는 한 사업가의 운전기사로 일했다. 그날은 가서 경찰을 도와주라는 지시를 받아 차에 경찰 세 명과 민간인 한 명을 태웠다.

경찰 말대로 마산세무서로 향한 그는 그곳에서 최루탄이 눈에 박힌 상태로 누워 있던 김주열 열사 시신을 처음 봤다.

시신을 차 뒷좌석으로 옮긴 경찰은 그에게 확장 공사 중이던 마산항 1부두로 갈 것을 요구했다.

겁에 질린 그는 뒷좌석을 한번 돌아보지도 못한 채 차가운 새벽바람을 맞으며 차를 몰았다.

마산항에 도착한 경찰은 그곳에 있던 큼지막한 돌 하나를 김주열 열사 가슴 위에 올린 뒤 철사로 칭칭 묶어 바다로 던졌다.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는 40년 전부터 매일 성당에 나가 김주열 열사를 위해 기도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9일 우연히 라디오에서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가 기획한 '민주성지 일일 역사 탐방 프로그램' 관련 얘기를 들었다.

사흘 뒤 기념사업회 사무실을 직접 찾아간 그는 김영만 전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회장을 만나 그간 속에 담아두었던 기억을 모두 털어놓았다.

김 열사 묘 참배를 마친 그는 "살아생전에 한번은 꼭 와보고 싶었는데 이제 마음이 홀가분하다"며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해서 짐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김 씨와 함께 3·15 민주묘지를 방문한 김영만 전 회장은 "56년이나 지났음에도 김덕모 씨가 이 일을 잊지 않고 용기를 내 증언을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김주열 열사는 이승만 정권의 3·15부정선거 규탄 시위에 참가했다가 행방불명됐다.

이후 실종 27일 만인 4월 11일 마산 중앙부두 앞바다에서 최루탄이 눈에 박힌 상태로 발견됐다.

이 일로 마산 시위가 확산됐고 전국으로 펴져나가 마침내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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