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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심리상담가가 내담자와 성관계를 갖고 몰카까지 찍었다

ⓒgettyimagesbank

여러 권의 책을 낸 유명 심리상담가가 상담소 내담자들과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하고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리상담가가 심리적 약자인 내담자와 성관계를 맺는 것은 미국 등에선 중범죄로 처벌되는 사안이지만, 한국에서 형사 처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리상담과 정신분석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을 드러낸 것이어서, 심리상담 과정의 ‘성적 착취’를 막을 규정과 처벌 기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2월 말 서울 강남의 한 정신분석 클리닉 ㅁ 대표를 체포해 조사했다. ㅁ 대표는 2012년과 2013년 각각 상담소를 찾은 여성 이아무개, 정아무개씨와 여러 차례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맺고, 상담실 내 환자용 카우치(긴 의자)에서 성관계를 하는 장면 등을 몰래 촬영해 주변에 보여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자는 ㅁ 대표의 요구를 거부했음에도, ㅁ 대표가 동영상을 몰래 찍어 주변에 보여준 사실을 알고 경찰에 ㅁ 대표를 고소했다. 이씨와 정씨 등은 특히 “상담 과정에서 털어놓은 정신적 취약점과 심리 특성을 상담사가 활용해 성적인 관계를 사실상 강제했다”며 ㅁ 대표를 준강간과 감금 등의 혐의로도 고소했다.

상담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우위에 선 상담사가 내담자의 정신적 취약점을 이용해 성관계를 맺은 것을 성폭력으로 규정하고 처벌을 요구한 것은 공식적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형법은 성폭력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음을 입증해야만 가해자를 준강간죄 등으로 처벌하는데,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거나 정신기능 이상인 경우 등에만 한정됐고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를 법원이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기준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러 상담자들은 “이전 상담자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말하는 여성 내담자를 상담한 일이 있다”며 이런 문제가 상당히 뿌리 깊게 퍼져 있다고 지적했지만, 정부의 실태 조사나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기준으로 양대 상담학회인 한국상담심리학회와 한국상담학회 소속 상담사만 해도 1만명이 넘는 등 상담사는 계속 늘고 있지만, 상담 윤리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단기양성 과정만 이수하고도 상담 관련 자격증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다, 보건복지부는 ‘정부는 정신보건전문요원만을 관리한다’는 입장이어서 상당수 상담소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번 사건의 고소인들을 대리하는 임주환 변호사는 “심리 상담을 원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상담기관에 대한 검증과 규제는 허술한 실정”이라며 “정부는 피해 실태 조사, 심리상담가 자격심사 제도 마련 등을 서둘러야 하고, 내담자와의 성관계에 대한 엄격한 관리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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