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시리아 분쟁 5년, 공포와 죽음에 모두가 지쳐 있다

공포와 죽음에 모두가 지쳐 있다. 사람들은 자유를 원했고, 혁명이 지속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폭력이 멈추기를 바라는 지점에 와 있다. 날마다 누군가는 친지들과 작별 인사를 한다. 날마다 공포가 감돈다. 임시 진료소로 일하러 가야 하는 나는, 차를 몰고 다른 지역까지 나가는 소수의 사람들 중 하나였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아이들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나는 나갈 때마다 기도를 드렸다.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지 5년이 지난 지금, 수백만 명이 살던 곳을 떠나 다른 지역에 머물거나 나라 밖으로 피신하였다. 현지 상황은 매년 악화되어 가고, 끊임없는 공격으로 인한 인도적,의료적 피해는 여전히 끔찍하다. 몇백만 명이 포위를 당하거나 주변국들이 국경을 걸어 잠그는 바람에 꼼짝없이 갇혀 있는 상태이다. 한편 시리아 내에서 폭력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한 사망과 부상은 일상사다.

아래 글은 최근에 시리아 의료 진료소의 국경없는의사회 의사가 보내준 현장 이야기이다.

다마스쿠스 동부 지역에 있는 임시 병원 안에 마련된 수술장에서 부상자를 치료하고 있는 의사들 @MSF

나는 1995년에 의대를 졸업한 후, 그해 10월에 진료소를 열었고 2001년에 비뇨기과 전문의가 되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일어나기 전, 이 지역에는 4만 명 정도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실향민들을 포함해 약 1만5000명이 살고 있다.

얼마 전부터 진료소 2곳에서 환자를 돌보기 시작했다. 한 곳은 무수한 공격을 받고 지금은 폐쇄된 상태라서 동료들과 함께 두 번째 임시 진료소로 이전했는데, 그곳마저도 여러 차례 타격을 입었다. 작년에 이 진료소가 공격을 받았을 때, 진료소 소장이었던 친구를 포함해 4명이 숨졌다. 매우 격렬한 공격이었다.

평소에 그러듯이 진료소를 새로 지었다. 여전히 물리치료실도 부족하고, 외래환자 부서는 그저 남녀를 구분해 둔 커다란 방에 불과하지만, 이 진료소에서는 응급 치료, 외래환자 진료, 수술, 진단검사에서부터 X-ray, 물리치료 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타(Ghouta) 지역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진료소이다.

환자들은 공격이 두려워 진료소에 오기를 꺼린다. 아예 진료소로 데리고 가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진료소나 병원이 공격받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차라리 보건소 혹은 그보다 더 작은 규모의 의료 센터로 가려고 한다.

환자 중에는 가족이 있을 수도

시리아 북부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병원에서 화상 입은 아동을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 @MSF

진료소에서는 갖가지 부상을 보게 된다. 오늘만 해도, 환자들이 와서는 그간 내가 많이도 성장했다며 말을 건넸다. 나는 그 사이에 목격하고 경험한 온갖 험한 부상들 때문에 그렇게 되었노라고 답했다. 다리를 잃은 환자, 목이 베인 환자, 손이 잘려 나간 환자들을 보게 되니 말이다.

이와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장차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들로 여겨지지 않을까 싶다. 그들이 해야만 하는 일들이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제 남아 있는 의사들도 별로 없는데다, 특히 포위된 지역에 일하는 의사는 만능 선수가 되어야 한다. 비뇨기과, 부인과 담당 의사인 나는 지금까지 200여 건의 제왕절개 수술을 실시했고, 일반 외과 수술도 진행했으며, 때로는 소아과 의사 역할도 한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해야만 한다.

가장 힘겨운 순간은 환자들이 들어올 때 그중 누군가는 나와 가까운 사람 혹은 가족일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힐 때이다. 게다가, 불과 5분-10분 전에 대화를 나눴던 환자가 얼굴 혹은 머리가 없는 채로 진료소로 이송돼 오는 것을 볼 때도 있다. 너무나도 힘겨운 순간이다.

최악의 시절

시리아 북부에서 2016년 2월에 공격을 받아 파괴된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병원의 모습. 공격 당시, 직원 9명을 포함해 최소 25명이 사망했다 @MSF

그나마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2013년-2015년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최근 4개월 동안에는 자원 상황도 좀 나아져, 봉쇄도 누그러졌고 10일 전에는 가구당 약 53kg의 물품을 배급할 구호 지원도 도착했다. 이 물품 세트 안에는 밀가루 15kg, 쌀 10kg, 밀 4kg, 설탕 5kg, 콩 6kg, 스파게티 1kg 등의 식량도 포함되었다. 또한 의료 물자들도 왔다. 이 구호품들은 시리아 적신월사에서 지원한 것이다.

이번 호송 차량이 오기 전, 설탕 1kg은 1,000리라(6,300원), 빵 1kg은 1,000-1,200리라(6,300-7,600원)였다. 하지만 지금 빵 가격은 300-350리라(1,900-2,200원)이다. 식량도 있고 과일도 있다. 세상에, 과일도 있다니! 작년에 아이들 주려고 오렌지 4개를 사고 3,000리라(19,000원)를 지불했던 기억이 난다.

의료 물자는 여전히 부족하긴 해도 전보다는 낫다. 지금 우리는 필요한 의료 물자의 50-60%를 보유해 두고 있다. 2년 전과 비교해 보면, 당시 2,000-2,500리라(12,700-15,800원)였던 의약품이 지금은 900리라(5,700원)를 주면 살 수 있다.

그저 폭력이 멈췄으면

시리아 북부에서 2016년 2월에 공격을 받아 파괴된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병원의 모습 @MSF

하지만 이번 전쟁의 맥락에 비추어 보면, 현재 상황은 여전히 매우 나쁘다. 늘 항공기들이 떠 다니고, 사상자가 있고, 죽음이 있다.

공포와 죽음에 모두가 지쳐 있다. 사람들은 모두 자유를 원했고, 혁명이 지속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그저 폭력이 멈추기를 바라는 지점에 와 있다. 날마다 누군가는 친지들과 작별 인사를 한다. 날마다 공포가 감돈다. 임시 진료소로 일하러 가야 하는 나는, 차를 몰고 다른 지역까지 나가는 소수의 사람들 중 하나였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아이들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나는 나갈 때마다 기도를 드렸다. 하지만 최근 5-6일 동안에는 나가는 일이 두렵지 않았다.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뭔가 공격을 당할까 두려워하지 않고 안전을 느낀 것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총성 소리를 듣는다. 근처에서 벌어지는 전투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현실적으로 폭력이 끝난다는 건 존재하지 않지만, 확실히 폭력사태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폭격 수준은 그 전에 비하면 15-20%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폭격이 멈춘 다음에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사람들은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다. 특히나 휴전이 발효되기 바로 전날, 이 지역에서 50차례 가까이 공격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폭탄을 투하하던 이들이 그런 식으로 짧은 작별 인사를 남기려던 것인가 싶었다. 휴전이 끝나고 나면, 지독한 대응이 뒤따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시리아 #국제 #국경없는의사회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