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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알파고 같은 소리는 하지도 말라' : 정부의 'AI 대책'에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

  • 허완
  • 입력 2016.03.14 08:07
  • 수정 2016.03.14 08:24
TV screens show the 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 at the Yongsan Electronic store in Seoul, South Korea, Wednesday, March 9, 2016. Google’s computer program AlphaGo defeated its human opponent, Lee Sedol, in the first game of their highly anticipated five-game match.(AP Photo/Ahn Young-joon)
TV screens show the 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 at the Yongsan Electronic store in Seoul, South Korea, Wednesday, March 9, 2016. Google’s computer program AlphaGo defeated its human opponent, Lee Sedol, in the first game of their highly anticipated five-game match.(AP Photo/Ahn Young-joon) ⓒASSOCIATED PRESS

정부가 ‘인공지능(AI) 총괄팀’을 새로 만들어 지난주부터 가동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 민간기업과 함께 ‘AI 개발 콘트롤타워’를 만들 계획이다. 알파고-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 열풍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책’이다.

중앙일보는 14일 “미래창조과학부가 국내 인공지능 산업을 총괄하는 전담팀을 신설했다”고 보도했다.

1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최근 정보통신산업정책관 산하에 ‘지능정보산업육성팀’을 만들어 지난주부터 가동 중이다. 미래부 공무원 4명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파견 인력 1명 등 총 5명으로 시작했다. 앞으로 AI 생태계 조성, 기술 확보, 규제 개선, 투자 지원 등을 전담하게 된다. (중앙일보 3월14일)

보도에 따르면 미래부 ‘핵심관계자’는 “이번 알파고의 파장이 워낙 커서 정부도 AI 정책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민관기업들과 ‘AI 개발 콘트롤타워’(가칭)를 설립하기 위해 실무 논의를 벌이고 있다. 다음은 14일 머니투데이 보도 중 일부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3일 “AI 개발 콘트롤타워 설립을 위해 지난 11일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련 부처 간부들이 실무회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AI 개발콘트롤타워'는 산업부와 미래부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관련 부처와 민간기업이 모두 참여하게 된다. 정부는 콘트롤 타워를 통해 그동안 산발적으로 진행돼 온 AI관련 연구과제와 예산집행체계를 일원화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머니투데이 3월14일)

이 보도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는 “구글의 자회사 ‘딥 마인드’가 만든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의 대국에서 나타났듯 해외에 비해 뒤쳐진 인공지능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역량을 총집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혹시 AI 콘트롤타워 얘기 들었음? (......)'

보도를 종합하면 정부는 그밖에도 민간주도의(?)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지능정보사회플랜’을 세우는 한편, 플래그십 연구개발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사흘 전인 11일에는 정부가 AI 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진 것.

사실 정부의 이런 대응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이번 대국 첫 날이던 9일, 트위터에는 벌써 이런 불길한(?) 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국내 AI 기술 수준이 해외에 뒤쳐져있다는 점은 연구개발(R&D) 규모 등 여러 지표에서 비교적 분명하게 나타나는 게 사실이다.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분명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발빠른’ 대책에 대한 우려도 높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종필 건국대 교수는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13일자 한국일보 칼럼에서 이렇게 적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정부는 부랴부랴 인공지능시대 마스터플랜 수립에 나섰다. 이 분야를 또 무슨 ‘전략산업’으로 키울 요량인가보다. 정작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은 인공지능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다. 모든 문제를 산업이나 돈벌이의 문제로만 치환해 온 정부의 오랜 패착은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한국일보 칼럼 3월13일)

'AI에 맞설 제2의 이세돌 육성대책'은 없기를 바랄 뿐...

11일 카이스트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의 특별강연에 참석했던 카이스트 학부생·대학원생 86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는 관련 연구자들의 솔직한 의견이 담겨있다.

다음은 경향신문이 14일 보도한 내용 중 일부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예산 300억원을 들여 인공지능 등 지능정보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학생들은 “K-알파고 같은 근시안적 개발 말고, 진행 중인 연구들을 믿고 기다려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기초학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 학생은 “경제적 이윤추구에 매달리며 ‘그거 돈 되는 연구냐’ 같은 소리를 할 게 아니라 기초과학 연구, 기존 연구 지원 강화 등 기반을 닦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3월14일)

‘과학기술 분야의 KDI(한국개발연구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박영아 원장은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바 있다.

“우리 사회는 과학기술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국가 주도 압축성장이라는 수렁에 빠져 있다. 소위 ‘IMF 위기’가 왔을 때도 민간 부문이 이미 많이 성장한 상태였다. 개혁·변화의 주도권이 사실 민간에 있다. 지난 20여 년간 민간 주도 성장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됐으나 아직도 정부는 권한을 놓지 않고 정부 주도로 개혁을 끌고 가려고 한다. 연구개발도 정부는 꼭 해야 하는 부분만 하고 민간 창의성에 맡겨야 한다.” (중앙일보 2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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