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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길까

  • 김병철
  • 입력 2016.03.13 10:22
  • 수정 2016.03.13 10:25
ⓒ한겨레

네이버가 내부적으로 법원의 영장 없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근까지 소송에서 벌여온 주장과 정반대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13일 "사회적인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장주의를 준수할 방침"이라며 "소송과 관계없이 전체 서비스 영역에서 프라이버시 보호 철학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10일 이용자 차경윤(36)씨와의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차씨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했으나 그에게 위자료를 줄 필요는 없다는 판결이었다.

사건은 6년 전 시작됐다.

2010년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을 네이버 카페에 올린 차경윤

차씨는 2010년 3월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씨를 포옹하려다 거부당한 것처럼 보이게 한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을 네이버 카페에 올렸다.

유 전 장관은 동영상을 게시한 사람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경찰은 네이버에 통신자료 제공 요청서를 보내 차씨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을 넘겨받았다.

차씨는 네이버가 서비스 이용약관에 따라 이용자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린 채 아무런 판단 없이 기계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차경윤씨는 2010년 3월 초 김연아 선수와 유인촌 전 장관이 찍힌 사진 중 어색한 장면을 스크랩해 네이버 카페에 올렸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심은 1심과 달리 "네이버가 차씨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내지 익명 표현의 자유를 위법하게 침해, 손해를 입도록 했으므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차씨의 손을 들어줬다.

네이버는 2심에서 "수사관서의 장이 법령에 따라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요청하는 경우 민간 사업자에 불과한 네이버가 이를 거부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전기통신사업자(네이버)는 수사기관이 형식적·절차적 요건(서면)을 갖춰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할 경우 원칙적으로 이에 응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2심을 다시 뒤집었다.

네이버가 차씨의 사정을 잘 모른 채 수사기관에 그의 정보를 줬다고 해서 위법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영장 없이 수사기관의 서면 요청만으로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는 없다며 소위 '영장주의'를 고수하기로 한 네이버의 결정은 관점에 따라 대법원 판결 취지와 배치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아울러 2심에서 네이버 스스로 펼친 주장과 상반된 입장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사기관에 가입자 정보를 제공한 이동통신사들이 여론의 몰매를 맞는 와중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수사당국과 진통을 겪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내부적으로 합의는 이뤄졌으나 워낙 민감한 내용이라 영장에 의한 개인정보 제공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힐지 여부는 더 검토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의 이번 결정은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이용자 편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주장하고 있고, 수사기관은 신속한 수사의 공익적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카카오가 검찰의 통신제한조치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1년 만에 번복한 전례에 비추어 볼 때 네이버도 이용자 배려와 수사 협조 사이에서 갈등할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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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개인정보를 요구한다

Posted by 허핑턴포스트코리아 on Tuesday, March 1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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