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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의 위대함이 알파고를 위대하게 만들었다

이세돌 9단은 위대했다. 이번 대국들도 이세돌 9단이 위대한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알파고가 위대해 보이는 것이다. 만일 이세돌 9단이 아니라 평범한 기사가 알파고와 대국을 했다면, 그 누구도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의 능력에 대해 감탄하지 않았을 것이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이번에 알파고는 한계점까지 동원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이세돌 9단은 인간으로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했다는 뜻이고, 알파고 역시 승리라는 자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 최고의 역량을 동원하다 보니 프로기사들을 두려움에 떨게 할 정도의 놀라운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 장재연
  • 입력 2016.03.13 05:19
  • 수정 2017.03.14 14:12
ⓒ연합뉴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세 번째 대국에서도 승리를 거두었다. 첫 대국에서 이미 알파고의 정체와 능력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알파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세돌 9단의 기력이 약하거나 실수를 해서 진 것으로 아쉬워하거나, 심지어는 최고의 기세와 컨디션이 아니었다고 살짝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세돌 9단조차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싶다.

그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그런 생각들은 사실이 아니다. 이세돌 9단은 위대했다. 이번 대국들도 이세돌 9단이 위대한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알파고가 위대해 보이는 것이다. 만일 이세돌 9단이 아니라 평범한 기사가 알파고와 대국을 했다면, 그 누구도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의 능력에 대해 감탄하지 않았을 것이다.

앞선 글들에서 밝힌 대로 알파고는 바둑을 두는 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바둑이라는 게임을 승리하도록 만들어진 인공지능이다. 알파고는 승리하는 알고리즘은 확보했기 때문에, 상대의 실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연산능력만 극대화하면 누구도 이길 수 있게 되었다. 최고수와 상대했을 경우에는 최적 수를 추출하기 위해서 엄청난 연산을 해야 하고, 그 결과 역시 최고의 가치를 지닌 수를 찾아낼 수 있다. 즉 상대가 강할수록 잘 둔다는 뜻이다.

알파고는 인간처럼 바둑의 포석, 전투, 사활, 형세판단 등의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고 그것에 따라 수를 놓아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수많은 과거의 바둑 대국 자료, 그리고 인공지능들 간의 천문학적 숫자의 대국에서 추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수를 둔 바둑이 승리를 했는가 하는 경험적인 확률을 기반으로 그때그때의 최적 수를 제시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바둑을 두는 것이라기보다는, 통계분석 결과를 활용해 의사결정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알파고가 5급 정도의 상대와 대국을 한다면, 대충 두어도 이길 확률이 매우 높을 테니 알파고는 평범한 바둑을 보여줄 것이다. 연산 결과 승리 확률이 똑같이 100퍼센트인 수가 아주 많이 도출되면, 그중에 어느 것이 최적인지 판단하는 것은 알파고 입장에서는 곤란할 수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를 만들었지만, 자기들의 힘으로 알파고가 최고의 능력을 나타내게 할 수 없다. 알파고끼리 대국시키는 방법이 있지만, 그것은 흥행이 될 리가 없다. 알파고가 최고의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최고의 역량을 가진 기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부차적으로 최고의 기사를 대적하기 위한 컴퓨터의 하드웨어적인 용량은 어느 정도 필요한지 파악하려는 목적이 있었을지 모르겠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이번에 알파고는 한계점까지 동원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이세돌 9단은 인간으로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했다는 뜻이고, 알파고 역시 승리라는 자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 최고의 역량을 동원하다 보니 프로기사들을 두려움에 떨게 할 정도의 놀라운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알파고는 프로기사가 최선을 다하면 이길 수도 있는 인공지능이 아니다. 알파고를 이기려면, 알파고와 마찬가지로 승부를 이길 확률을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이 저울이나 자보다 무게나 길이를 감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세돌 9단은 결코 의기소침할 필요가 없다. "인류가 아닌 자기가 진 것"이라고 겸손해 할 필요도 없다. 인류가 진 것이 맞고, 그것은 이제는 바둑이 인공지능에게 이길 수 없는 게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국은 이세돌 9단 입장에서는 어떤 면에서는 설명이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공정 펀드나 보험 계약에 사인을 한 것이고, 심하게 표현하면 구글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다. 승리수당은 몰라도 대국료는 무조건 엄청난 액수를 받았어야 했다. 그러나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고, 남은 두 번의 대국을 이세돌 9단이 그동안 궁금했던 바둑 최고의 난제들을 풀어 보는 기회로 삼아 승리를 초월해 즐겁게 둔다면 막강한 인공지능과 대국하는 특권의 경험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세돌 9단은 이번의 인공지능과 인간두뇌와의 진검 승부를 위대한 경기, 정말 가치 있는 기회로 만들었다. 인공지능 시대의 개막에 앞서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두려움을 가져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 모두 이세돌 9단에게 최고의 갈채를 보내야 마땅하다.

사진 한겨레신문,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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