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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암매장한 평택부부의 거짓말은 어떻게 드러났나?

  • 박세회
  • 입력 2016.03.12 16:33
  • 수정 2016.03.12 18:51
ⓒ연합뉴스

7살 원영이를 학대 끝에 숨지게 한 김모(38)씨와 남편 신모(38)씨 부부는 경찰에 붙잡힌 뒤에도 계속 거짓말을 했으나 두 사람의 증언이 맞지 않아 결국 자백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수사 초기 계모 김씨가 "아이를 길에 버렸다"고 자백한 탓에 수백명의 민·관·군·경이 동원돼 원영군을 찾기 위한 연일 대대적인 수색을 벌인 바 있다.

경찰은 아이의 신원을 공개했고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도 가슴 조이며 원영이가 살아돌오기를 한마음으로 기원했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10일 실종경보에 따른 후속조치로, 계모에게 버림받은 신원영(7)군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당시 부부는 "살해는 안 했다"는 김 씨와 "때리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부부의 철벽같던 거짓말은 그러나 CCTV와 신용카드 사용내역, 인터넷 검색 흔적 등 각종 디지털 증거 앞에 마침내 무너져내렸다.

이달 4일 정식 수사에 착수한 경기 평택경찰서는 수사 초기 학대 피해자인 원영군 누나(10)와 가해자인 신모(38)씨 부부의 진술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학대 정황을 포착해 일단 신씨 부부를 체포한 경찰은 증거수집에 들어갔지만 김씨는 "지난달 20일 원영이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와 평택 어딘가에 버리고 돌아왔다. 장소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오전 11시 신씨 집 근처 초등학교 앞 CC(폐쇄회로)TV 영상에 여성과 아이가 찍히는 바람에 경찰은 포승읍 일대를 대대적으로 수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곧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신씨 부부가 지난달 14일 집에서 17㎞(직선거리 8.5㎞) 떨어진 청북면의 한 야산 근처 슈퍼에서 신용카드로 막걸리와 육포, 초콜릿을 구입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12일 신원영(7)군 시신이 발견된 평택 청북면의 한 야산.

경찰은 해당 지역과 신씨 부부간 어떤 연고가 있는지 조사에 나섰다. 이곳은 신씨의 아버지 묘소가 있는 곳이다.

묘소를 찾아간 경찰은 근처에서 삽 2자루를 발견한다.

이때부터 경찰은 원영이가 숨졌다는 것을 직감하고 또다른 증거수집에 들어갔다.

철벽 거짓말로 일관하던 신씨 부부는 분리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미리 말을 맞추지 못한 빈틈을 드러냈다.

청북면에 다녀온 경위를 묻는 경찰에 신씨는 "아이를 데려가지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김씨는 "아이도 같이 갔다"고 했다.

이들의 자백을 이끌어 내는덴 더욱 명확한 증거가 필요했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달 20일 아이를 버렸다고 했지만, 카드내역에 14일 청북면에 들른 점으로 미뤄 이 시점을 전후해 이동 내역이 있을 거라 보고 주변 CCTV 영상을 샅샅이 분석했다. 아니나 다를까 12일 오후 11시 35분께 부부가 빌라 현관 바로 앞에 차를 대놓고 무언가를 싣는 장면이 확보됐다.

이어 차량 동선을 추적한 경찰은 이들이 당일 밤 신씨 아버지 묘소가 있는 청북면 야산으로 가는 CCTV 영상도 찾아냈다.

수사 과정에서는 김씨가 지난달 20일 자신의 휴대전화로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살인 몇년 형" 등의 키워드를 검색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혐의를 입증할 객관적인 증거가 마련됐다.

이렇게 다각적으로 수집한 증거 앞에 신씨 부부의 거짓말도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12일 밤 여러 증거를 들이대며 추궁한 끝에 마침내 신씨 부부로부터 "아이를 암매장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2일 오전 9시30분께 원영군이 숨진 채 발견될 때까지 무려 3개월여간 원영이를 욕실에 가둬놓고 하루 1끼만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당사자들의 진술 외엔 객관적 증거가 없는 사건이 될 뻔했지만 다행히 신용카드 내역에서 드러난 특이점을 단서로 수사한 덕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을 수 있었다"며 "이젠 부부가 '살해는 안 했다'던 진술도 거짓말이었는지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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