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김종인은 이해찬을 왜 밀어내려 하는 걸까?

  • 허완
  • 입력 2016.03.12 10:56
  • 수정 2016.03.12 11:12
ⓒ연합뉴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해찬 전 총리를 밀어내려 하는 걸까?

더불어민주당이 11일 발표한 107곳 공천 결과에서 이해찬 전 총리의 지역구인 세종시가 제외되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총리는 6선 의원을 지낸 중진이자, '친노 좌장격'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충청권에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당내 유력 인사이기도 하다.

이번 결정에 지도부가 던지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데는 몇 가지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이 전 총리는 '정밀심사(초재선 하위 30%, 3선 이상 하위 50%)' 대상이 아닌데도 공천 결과 명단에서 빠졌다. 컷오프 대상이 아닌데도 이번 발표에서 제외된 것.

김 대표는 '시간적 여유'를 언급했다. 그는 11일 충남 공주에서 열린 박수현 의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여러 가지 생각할 사항들이 있기 때문에 발표하지 않고 연기를 해 놓은 것"이라며 "시간적으로 여유를 갖고자 한다"고 말했다.

더민주 지도부가 이 전 부총리의 '자진 불출마'를 원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 의원에 대해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기자들에게 "생각할 사항이 있어 발표를 연기했다"고 말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이 의원 스스로 용퇴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며 "정무적 판단만 남은 상황"이라고 전했다.(중앙일보 3월12일)

김 대표측 핵심인사는 "이 전 총리 스스로 용퇴하는 수밖에 없다. 본인이 결단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연합뉴스 3월11일)

지도부의 뜻이 정말 이렇다면, 김 대표는 왜 이 전 총리를 내치려고 하는 걸까?

우선 등장하는 게 이른바 '친노 패권 청산' 논리다. '친노 패권'은 당 안팎에서 더민주의 '주류세력'을 비판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약간의 적대적 감정이 담겨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여당은 물론, 국민의당도 더민주를 향해 이 '패권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11일자 사설에서 이 전 총리를 "친노를 당의 최대 세력으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규정하며 "이 의원을 빼놓고 대한민국 정치의 발목을 잡았던 친노 패권주의 청산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 전 총리가 "'친노 패권' 청산의 상징적 인물이기 때문에 지도부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김 대표가 이런 외부의 비판을 의식해 이 전 총리의 '용퇴'를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이건 지지층의 외연을 넓히는 나름의 전략이 될 수도, 당내 반발에 불을 지필 시한폭탄일 수도 있다.

공관위 관계자는 "이 전 총리에 대해서는 공관위의 기준을 떠나 정무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선 경쟁력을 들어 상당수 친노 인사들에게 본선행 티켓을 주면서도 상징성이 큰 이 전 총리를 컷오프시킴으로써 친노 패권주의 청산과 함께 중진 용퇴라는 '인적쇄신'의 두 가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것이다. (연합뉴스 3월11일)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와 이해찬 전 의원 거취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당 내 '통합파'와의 통합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라는 것.

국민의당으로 자리를 옮긴 문병호 의원은 하루 전인 10일 '친노 핵심 이해찬 의원이 살아남은 것으로 보인다'며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통합·연대 제안은 빈말이었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한길 국민의당 의원도 지난 8일 "김종인 대표의 통합 제안은 진정성과 절박성을 담은 정중한 제안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패권주의 청산에 진정성을 담보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더민주는 김한길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을 '비워놓은' 상태다. 김 의원과의 연대나 통합 가능성 때문이라는 점을 굳이 부인하지도 않고 있다.

반면 이 전 총리는 물론 물러설 뜻이 전혀 없다.

이해찬 의원은 축사를 통해 자신의 지역구인 '세종'에 대한 애정과 출마의지를 나타냈다.

이 의원은 "세종에 처음 왔을 때 전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진력을 다하니까 거목이 쓰러졌다"며 "제 선거를 치르며 공주도 자주 오고, 청양은 철저하게 마크할테니 (박수현 의원을 위해) 부여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뉴시스 3월11일)

더민주는 최근 정청래 의원 공천 배제에 따른 지지자들의 반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는 '무게'가 다르다. 그 여파도 더 클 수밖에 없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정치 #이해찬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2016총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