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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검찰·경찰이 통신사에서 제공 받은 내 주민번호는 '간단한 인적사항'이 아니다

  • 허완
  • 입력 2016.03.12 06:40

국가정보원과 검찰, 경찰 등 정보·수사기관이 국회의원과 기자는 물론 일반 직장인 등의 ‘통신자료’를 무더기로 들여다봤다는 사실이 속속 공개되면서 ‘내 정보도 털렸다’는 시민들의 우려 섞인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28회에 걸쳐 통신자료가 제공됐음을 보여주는 확인서를 공개했고, 정의당에선 당직자 전원이 이동통신사에 통신자료 제출 내역을 받아보는 과정에서 정진후 의원실 보좌관 등의 통신자료가 경찰·국정원 등에 제공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통신자료에는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일반적인 인적사항이 포함돼 있다. 대법원은 전날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던 차아무개(36)씨가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며 인터넷 포털업체 네이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수사기관에 전달되는 정보가 인적사항에 한정되기 때문에 사익 침해 정도가 비교적 크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정보인권단체들은 통신자료에 포함된 주민번호가 다른 민감한 개인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만능열쇠’가 될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네이버는 이날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 등 수사기관에선 통신자료를 받아 파악한 주민번호로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에서 추가적인 개인정보를 알아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본정보를 확인해야 추가 수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우선 통신자료를 받아본다”며 “추가 수사가 필요한 이들에 대해서는 다른 기관들에 요청해 추가 정보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은 2013~2014년 철도노조 파업을 주도한 노조 지휘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통신사로부터 입수한 통신자료를 바탕으로 건보공단 등에서 조합원의 병원진료 내역과 병명, 가족들의 직업 등을 추가로 제공받아 문제가 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수사와 공소 제기 및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라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예외조항을 들어 건보공단 등 공공기관에서 개인정보를 받아보는 게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 등은 개인정보보호법의 예외조항 규정이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낸 상태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헌법재판소 등 국가기관들도 주민번호가 “다른 개인정보와 연결해주는 ‘연결자’ 또는 만능열쇠”라고 판단해왔다. 2014년 인권위는 주민번호 제도 개선을 권고하며 ‘기본정보로서 다른 정보들과 연계해주는 연계성은 주민번호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주민번호를 ‘만능열쇠’로 표현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해 12월 주민번호 변경 규정이 없는 주민등록법을 위헌으로 판단하며, 주민번호의 ‘연결자’ 성격을 강조했다. 인권위는 특히 2014년 ‘통신자료를 통신사실확인자료에 포함시키고 법원의 허가장을 받아서 요청하게 하라’며 미래창조과학부에 법 개정을 권고했지만, 미래창조과학부는 “범죄수사 지연 등 수사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수사기관의 우려”를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통신자료는 ‘간단한 인적사항’이 아니다. 이를 바탕으로 수사기관의 민감한 개인정보 접근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통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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