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복된 섬, 후쿠시마(福島)의 비극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

후쿠시마현의 작은 마을 후타바에 사는 한 초등학교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름은 오오누마 유지. 1988년 원전 관련 표어 대회에 참여했고, "원자력, 밝은 미래의 에너지"라는 그의 작품이 당선됐습니다. 이제 오오누마는 자신이 만든 표어를 정정하고자 합니다. 2012년 7월, 피난생활 중 마을에 잠깐 들른 그는 자신의 표어를 정정하기 위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가 바로잡은 표어는, "원자력, 파멸 미래의 에너지"입니다. 어른이 된 그는 이제 원자력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바로 3월 11일입니다. 바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5년이 되는 날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끔찍했던 과거의 어느날 정도로 기억될지 모르지만, 사고를 직접 경험한 피해자들에게는 일상이 무너지고 회복되기 어려운 상처를 갖게 된 날입니다.

그날의 상처는 얼마나 아물었을까요? 그리고 그날의 피해는 과연 얼마나 복구되었을까요? 사고 현장은 여전히 5년 전 그날에 멈추어 있습니다. 후쿠시마가 '복된 섬'이라는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란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내 표어를 정정합니다 - 오오누마 유지 이야기

후쿠시마현의 작은 마을 후타바에 사는 한 초등학교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름은 오오누마 유지. 1988년 원전 관련 표어 대회에 참여했고, "원자력, 밝은 미래의 에너지"라는 그의 작품이 당선됐습니다. 이 초등학생의 눈에는 마을 중심가에 걸린 자신의 표어가 너무도 자랑스러워 보였습니다.

<초등학생 오오누마 유지가 후타바 마을 중심가에 걸린 자신의 표어를 보고 있는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한 허웅비 작가의 그림. 3월 11-13일 진행되는 그린피스 핵노잼 페스티벌의 <핵맹전>에서 전시중.>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오오누마는 어른이 됐습니다. 성인의 눈으로 본 자신의 표어는 이제는 끔찍하게 느껴집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모든 것이 폐허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상상했던 "밝은" 미래와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사고 이후, 피난생활을 통해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과 친구들,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직접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오오누마는 자신이 만든 표어를 정정하고자 합니다. 2012년 7월, 피난생활 중 마을에 잠깐 들른 그는 자신의 표어를 정정하기 위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가 바로잡은 표어는, "원자력, 파멸 미래의 에너지"입니다. 어른이 된 그는 이제 원자력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어른이 된 오오누마 유지가 후타바 마을 중심가에 걸린 자신의 표어를 정정하는 사진을 바탕으로 표현된 허웅비 작가의 그림. 3월 11-13일 진행되는 그린피스 핵노잼 페스티벌의 <핵맹전>에서 전시중.>

후쿠시마 원전 사고 5주기를 맞아 그의 이야기를 한국 작가의 작품으로 접하는 제게도 그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줍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 한국에는 세계 최대 원전 단지가 있고,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의 위험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사고 후 1,827일: 불가능한 '제염'과 후쿠시마에 쌓인 9백만㎥의 방사능 쓰레기

일본 정부는 오염 물질 제거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고, 이로 인해 사고 수습이 많이 진행됐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만, 정말 슬프게도 이런 노력들은 효과가 없습니다. 수만 명의 작업자가 방사능에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하며 도로와 주택 인근의 흙을 수거하는 이른바 '제염' 작업을 실시했지만, 그 한계는 너무도 분명해 보입니다.

<'후쿠시마 - 재난과 함께 살아가기' 다큐멘터리의 예고편>

단적인 예로, 고농도로 오염된 지역의 70%는 산림입니다. 축구장 96만개를 합친 면적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넓은 산림지역의 오염을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일본 정부 역시 주거지역으로부터 20m까지만 제염작업의 범위로 설정했고, 사실상 산림지역의 제염은 포기해왔습니다. 비가 내리거나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지역에 축적된 방사성 물질들은 인근 지역을 다시 오염시킵니다. 이러한 '재오염'은 지난 5년 동안 계속되어 왔고, 앞으로 수십 년간 지속될 것입니다.

또한, 제염 작업을 통해 발생한 방사능 쓰레기의 양은 이미 9,000,000 세제곱미터에 달합니다. 오염 지역 중에서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수거한 양일 뿐인데도 말입니다. 이러한 방사능 쓰레기 더미가 집단으로 저장된 곳만해도 후쿠시마 현 내 무려 113,000 곳에 이릅니다.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피해 주민들

사고의 여파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 끝이 언제인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이루어졌을까요?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은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왔을까요?

여전히 10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피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여전히 방사능 관리 기준치를 넘어서는 피폭 위험 지역으로 사람들을 돌려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고통은 축소되고 있습니다. 원전을 옹호하는 사람들 중에는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직접적인 방사능 피폭으로 사망한 공식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원전 사고의 피해를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순히 직접적 사망자 수로만 사고의 피해를 가늠해야 하는 걸까요?

최근 자료에 따르면, 사고 후 자살, 대피 혹은 피란 과정에서의 사망 등 원전 사고 관련 사망자는 후쿠시마 현만 집계해도 1,300명을 넘어섰습니다. 또한, 후쿠시마 현 아동 중 116명이 이미 갑상선암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건강 피해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에 대한 피해 보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후쿠시마와 같은 원전 사고가 발생해도 원전 제조업체들은 그 피해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런 피해 보상 체계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영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약 5,000억원 정도까지만 배상 책임을 집니다. 나머지 천문학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떠넘겨지게 됩니다.).

후쿠시마 사고로 현재까지 일본 국민은 이미 110조원의 피해 비용을 부담했습니다. 30년 전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 보듯, 일본 국민들 역시 앞으로도 수십 년간 막대한 추가 비용을 계속해서 감내하게 될 것입니다.

잊지 않기, 기억하기, 그리고 행동하기: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

후쿠시마가, 체르노빌이, 5년, 30년이 넘게 고통당하고 있는 이 위험을 우리가 감내할 수 있을까요? 아니,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걸까요?

상상조차 되지 않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대안은 존재합니다. 안전하고 깨끗하게 전기를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위험한 원전을 고집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 어리석음에 사로잡혀 우리는 미래의 경제적 번영을 놓쳐버릴지도 모릅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세계에서 원전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 새롭게 건설을 시작하는 원전을 용인하면 우리는 2080년까지 원전 사고의 위험을 감내하며 살아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기존의 원전을 점진적으로 폐쇄해 나가야 합니다. 에너지 절약, 에너지 효율 증대, 산업용 전기 요금 정상화 등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던 전력 수요를 관리하고,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정책적 투자를 통해 그 사용을 확대해 나가면, 위험한 원전을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원으로 대체해 나갈 수 있습니다.

신규 원전 건설을 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쇄한다 해도, 우리가 미래에 필요로 하는 전력을 충분히 안정적으로 공급 할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도입하며 에너지 전환을 도모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 역경 속에서도 재생가능에너지로 향하는 발걸음을 응원합니다.>

후쿠시마가 주는 교훈, 오오누마가 우리에게 알리는 메시지를 3월 11일 오늘 꼭 다시 한번 기억해주세요.

복된 섬, 후쿠시마의 주민들과 그들이 경험한 상처와 피해를 기억하며,

장다울 드림

* 장다울 캠페이너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의 기후에너지 캠페인 중 탈핵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