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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체스 신동→17살 게임 개발→32살 뇌 논문→34살 딥마인드 창업

이세돌 9단과 대결하는 알파고는 기본적으로 ‘컴퓨터 게임’이다. 우리는 한 (천재적) 플레이어의 게임 과정을 구경하고 있는 셈이다. 게임은 그 게임을 만든 창조자가 있기 마련이다. 알파고를 만든 이는 누구일까?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에 있는 200명의 과학자들이 모두 제구실을 했기 때문에 알파고가 태어날 수 있었지만, 굳이 한 명을 꼽는다면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일 것이다.

알파고가 놀라운 기량을 보이는 데에는 그의 기여가 적잖았다. 그는 천재적인 체스 플레이어였고, 놀라운 게임광이었다. 1976년 영국 런던에서 사이프러스계 아버지와 중국계 싱가포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3살 때 이미 체스 ‘마스터’ 등급에 오른 신동이었다. 직후 그는 14살 이하 부문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랐다.

바둑에 인생을 건 이 9단과 달리 하사비스의 관심은 2년 뒤 컴퓨터로 옮겨 갔다. 1994년 개인용컴퓨터(PC)가 가정에서 인기를 끌던 당시 컴퓨터 게임에 열광하던 아이들을 매료시킨 명작 게임 중 하나가 ‘테마파크’(놀이공원)다. 자신이 놀이공원의 주인이 돼 탈것들을 배치하고 입장객들을 만족시키는 신선한 내용의 게임이었다. 이는 17살의 하사비스가 유명 개발자 피터 몰리뉴와 함께 개발한 게임이다.

게임 개발자로 승승장구하던 그의 관심은 2005년 인공지능으로 옮아갔다. 학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원에서 인지 뇌과학을 전공했다. 2009년에는 인간의 뇌를 스캔해 기억이 어떻게 저장되는지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러곤 2011년 영국에서 인공지능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딥마인드를 창업한다. 딥마인드는 2014년 구글에 4억달러(약 4800억원)에 팔렸고, 그는 여전히 딥마인드 연구진을 이끌고 있다.

고등학생 나이에 직업은 컴퓨터 영역으로 전향했지만 그는 열광적인 게임 플레이어로 살았다. 그는 체스, 브리지 등 다양한 보드게임을 바탕으로 지적 능력을 겨루는 ‘마인드스포츠 올림피아드’에 2003년까지 5번 우승한 선수다. 한 이탈리아 보드게임 개발사와 나눈 유튜브 인터뷰 영상을 보면, 하사비스는 “2003년 이후 학업을 해야 하는데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전처럼 게임을 하기 어렵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알파고는 그런 그가 만들어낸 궁극의 게임이기도 한 셈이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그 이상이다. 하사비스는 올해 2월 옥스퍼드에서 한 강연에서 자신과 딥마인드의 목표를 둘로 정리했다. “첫째는 지능(intelligence)이 무엇인지 풀어내는 것입니다. 둘째는 그 지능을 모든 문제(everything)를 푸는 데 쓰는 것입니다.” 바둑은 지능의 원리를 탐색하는 과정일 뿐, 최종 목표는 인간의 뇌와 비슷하게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앞서 이탈리아 개발사와 한 인터뷰에서 ‘가장 존경하는 게임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그는 인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도 꼽았지만 “하나의 게임뿐 아니라 여러 게임에 동시에 뛰어난 선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존경할 만한 선수를 직접 만들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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