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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가 미시간에서 발견한 힐러리 클린턴의 약점 : TPP

  • 허완
  • 입력 2016.03.10 07:13
  • 수정 2016.03.10 07:22
Democratic presidential candidate, Sen. Bernie Sanders, I-Vt. acknowledges his supporters on arrival at a campaign rally, Tuesday, March 8, 2016, in Miami. (AP Photo/Alan Diaz)
Democratic presidential candidate, Sen. Bernie Sanders, I-Vt. acknowledges his supporters on arrival at a campaign rally, Tuesday, March 8, 2016, in Miami. (AP Photo/Alan Diaz) ⓒASSOCIATED PRESS

지금까지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드러난 버니 샌더스의 약점은 비교적 분명하다. '흑인'이다. 흑인 등 유색인종 유권자들이 힐러리 클린턴에 몰표에 가까운 지지를 몰아주고 있는 것. 샌더스는 흑인 비율이 높은 주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어쩌면 이제 얘기가 달라질 지도 모른다.

문제는 ‘경제’다.

샌더스가 8일 미시간주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승리를 거두자, 워싱턴포스트의 Stephen Stromberg는 이렇게 적었다.

첫 째, 샌더스는 ‘(자유)무역’을 놓고 클린턴을 맹렬히 몰아붙였다. 일요일 민주당 토론에서, 샌더스는 1990년대 클린턴의 남편(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단행한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한 다른 이단적 행위로 간주되는 것들을 공격했다. 이게 꽤 효과적이었다는 점이 증명된 것인지도 모른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경선 투표자 중 58%는 무역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고 말했으며, 그들 중 56%는 샌더스에 투표했다. 샌더스는 또 경제에 대해 “매우 우려스러워 하는” 사람들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무역에 약간 더 강하게 방점을 찍은 그의 지나치게 단순한 포퓰리즘은 미시간 러스벨트(Rust Belt; 쇄락한 공업지대)에서 승리를 거둔 내러티브였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오하이오 같은 남은 주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워싱턴포스트 3월9일)

자유무역은 두 사람 사이에서 가장 큰 견해차가 드러나는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바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다.

클린턴은 지난해 10월 ‘TPP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전까지 TPP에 적극찬성한다는 입장이었던 데다가, 과거 자유무역 협정을 적극 추진했던 남편의 ‘전력’ 때문이다.

반면 샌더스는 TPP를 비롯한 모든 자유무역 협정에 반대해왔다. 상원의원으로 지내는 동안 매번 반대표를 던졌던 만큼, 일관성 차원에서 보자면 클린턴을 압도한다.

샌더스는 왜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걸까? 자유무역에 대한 샌더스의 견해는 지난해 10월 TPP 협상 타결 당시 발표한 성명에 잘 나타난다.

샌더스 의원은 TPP 협상 타결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협정 폐기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협상 타결 소식에 매우 실망했다"면서 "하지만, (이미 예상을 해 왔기 때문에) 미 정부가 우리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앗아갈 이 재앙적인 TPP로 나아가는 것이 놀랍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와 대기업들이 이번에도 승리했다"면서 "다국적 기업들이 시스템을 조작하고 우리의 비용을 토대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것을 막기 위해 이제는 우리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더스 의원은 "이번 TPP 협상은 미 전역에서 수만 개의 공장 폐쇄와 수백만 개의 실직을 초래한 멕시코, 중국, 그리고 다른 저임금 국가들과의 실패한 무역협상에 뒤이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순히 다국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만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인 노동자와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무역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연합뉴스 2015년 10월6일)

지난 주말 있었던 토론에서도 샌더스는 클린턴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한 유권자가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어떻게 막겠느냐고 클린턴 전 장관에게 물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해외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으로부터 세금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샌더스 의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샌더스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클린턴 전 장관이 개과천선한 게 매우 기쁘다"며 "그런데 그게 너무 늦지 않았나 싶다"고 꼬집었다.

(중략)

샌더스 의원은 "클린턴 전 장관이 재앙을 부를 많은 무역협정을 지지해왔다"고 미시간 유권자들의 반감을 자극했다.

이에 클린턴 전 장관은 샌더스 의원이 경제위기 때 자동차 업계의 구제금융을 반대한 전력이 있다며 맞불을 놓았다.

민주당 경선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견해는 두 후보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 가운데 하나다.

샌더스 의원은 전날 지역 신문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에 기고문을 보내 "나와 클린턴 전 장관의 차이점 중에 무역에 대한 견해보다 더 격차가 심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상원에서) 자유무역에 반대표를 던졌다"며 "내가 노동자들과 함께 반대 시위를 벌일 때 클린턴 전 장관은 기업 편에 서서 거의 모든 협정을 지지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3월7일)

한편으로 자유무역에 대한 샌더스의 입장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그것과 비교되기도 한다. 바탕에 깔린 이념은 다르지만, ‘분노’한 중산층 유권자들에게 ‘먹혀들고 있는’ 포인트가 비슷하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중산층의 분노를 반영해 이념적으로는 양 극단에 있는 트럼프와 샌더스 모두 월가와 자유무역에 대해서는 강경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것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고 있다. "멕시코와 국경에 장벽을 치겠다", "불법이민자들을 모두 추방하겠다" "멕시코와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트럼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는 재앙", "중국이 무역으로 미국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샌더스)는 등의 발언은 화자(話者)를 지우면 누가 했는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조선비즈 3월7일)

시사IN 이종태 기자는 “자유무역 관련 이슈들의 경우, 샌더스와 클린턴 사이에는 깊고 넓은 강이 흐른다”며 이렇게 전한 바 있다.

샌더스는 미국 기업이 해외 생산기지에서 만든 제품을 다시 미국으로 들여와 판매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심지어 중국 등 다른 나라들에게 ‘환율 조작 벌금’을 매기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해외 국가가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내렸다고 의심되는 경우에는 그 나라 제품에 대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방법으로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샌더스의 진보 성향이 자칫 국수주의로 흐를 수도 있겠다고 염려되는 대목이다. (시사IN 제425호 2015년 11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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