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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욕설 파문의 역설상황

김무성 대표가 진실을 알아야 겠다며 통화 상대가 누구인지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서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대응입니다. 헌데 정말 그렇게 할까요? 이 지점이 바로 두 번째 체크 포인트입니다. 이번 파문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진 사람은 윤상현 의원입니다. 그렇다고 윤상현의 맞은편에 있는 김무성 대표가 득의양양할 처지가 아니라는 데 문제의 복잡함이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도 윤상현 의원 못잖게 곤혹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윤상현 의원의 욕설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술을 먹은 상태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공천 살생부 파문의 당사자인 김무성 대표를 '죽여버려' '솎아내라' '공천에서 떨어뜨려'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을 뿐만 아니라 'XX'라는 욕설까지 한 사실이 폭로된 건데요.

윤상현 욕설 파문의 첫 번째 체크 포인트는 전화 통화 상대방이 누구냐는 점입니다. 이걸 알아야 윤상현 취중발언의 성격을 정확히 규정할 수 있습니다. 그냥 화가 나서 질러댄 건지, 술 먹고 유세 떤 건지, 아니면 친박 핵심 실세로서 김무성 쳐내기를 지시한 건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화 상대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윤상현 의원 본인이 자발적으로 밝힐 가능성도, 통화 상대가 '나 여기 있소'하고 나설 가능성도 커 보이지 않습니다. 수사권이 발동되지 않는 한 제3자가 밝혀낼 가능성은 더더욱 낮고요.

물론 접을 일은 아닙니다.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 진상규명 필요성 또한 낮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이유는 없습니다. 가능성이 낮을수록 자진 공개 압박의 강도를 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요구와 압박의 주체는 누구일까요? 응당 욕설과 막말을 뒤집어쓴 김무성 대표입니다. 김무성 대표가 진실을 알아야 겠다며 통화 상대가 누구인지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서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대응입니다. 헌데 정말 그렇게 할까요? 이 지점이 바로 두 번째 체크 포인트입니다.

이번 파문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진 사람은 윤상현 의원입니다. 그렇다고 윤상현의 맞은편에 있는 김무성 대표가 득의양양할 처지가 아니라는 데 문제의 복잡함이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도 윤상현 의원 못잖게 곤혹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윤상현 욕설의 계기는 공천 살생부 때문이었습니다. 공천 살생부 파문의 진원지는 김무성 대표였고요. 이 파문이 어떻게 정리됐죠? 김무성 대표의 공개 사과로 마무리 됐습니다. 이렇게 정리된 사안이 윤상현 욕설 파문으로 재점화 되면 김무성 대표로서도 득 될 게 별로 없습니다. 윤상현 의원의 통화 상대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윤상현 의원이 욕설을 내뱉은 이유가 부각될수록 김무성 대표의 살생부 발언 전력도 덩달아 부상합니다. 친박 핵심부에서 잘 쓰는 표현 있죠? '오죽했으면'이라는 표현요. 이 표현이 재등장할 수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윤상현이 저랬겠느냐'는 식의 주장이 나올 수 있는데 그러면 김무성 대표의 살생부 발언의 문제점도 재론됩니다. 욕설 파문이 커질수록 결과적으로 '허풍'이 돼버린 살생부 발언의 아프고 쓰린 기억만 재생시킬 뿐입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김무성 대표가 적당한 선에서 발을 빼는 시나리오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 시나리오는 곤혹스러운 처지를 벗어나는 방책이 아니라 자기 스타일을 더 구겨버리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요즘 시중에 가수 엄정화의 '배반의 장미'를 패러디한 '배반의 무대'가 돌고 있다죠? '처음부터 네겐 없던 거야 배짱이란 작은 용기도'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패러디물이라고 합니다. 또 새누리당 안에서 '30시간의 법칙'이 회자되고 있다죠? 김무성 대표가 30시간 안에 항복선언을 한다는 뜻의 비아냥이라고 합니다.

김무성 대표의 스타일이 이 모양입니다. 구겨질 대로 구겨져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윤상현 의원의 막말마저 대충 덮고 지나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다른 사안도 아니고 친박의 핵심이 당 대표인 자신을 향해 인신모독을 했는데도 대충 넘기면 '배반의 무대' 노래는 더욱 유행할 것이고 '30시간의 법칙'은 더욱 회자되지 않겠습니까?

이게 욕설 파문의 역설입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순리가 만들어낸 역설적 상황입니다.

* 이 글은 <시사통 김종배입니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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