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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못'은 이제야 진짜 밴드가 되었는지도 모른다(허핑턴 인터뷰)

  • 박세회
  • 입력 2016.03.09 07:13
  • 수정 2016.03.12 06:47

최근 9년 만에 3번째 앨범을 발표한 밴드 못(Mot)은 자신감이 넘친다.

좋은 소식이 있다면서요?

이이언(리더, 보컬) : 아이돌이 아닌 팀으로는 유일하게 핫트랙 앨범 판매 순위 5위에 진입한 거 말인가요?

아뇨. 단독 공연 매진됐다면서요.

이이언 : 아, 그거 말이군요. 이것저것 (낭보가) 하도 많아서요.(웃음)

찾아보니 정말 핫 트랙 앨범 차트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 여자친구, 2위 마마무, 3위 방탄소년단, 4위 트와이스에 이어 5위가 밴드 '못'이다. 최근 앨범을 발표하고 단독공연을 성황리에 매진시킨 밴드 '못'(Mot)을 만났다. 아쉽게도 드러머 조남열은 심한 감기로 참석하지 못했다.

밴드 못(MOT) 왼쪽부터 유웅열(기타), 송인섭(베이스), 이이언(보컬), 조남열(드럼), 이하윤(키보드).

'앨범 판매순위 5위', 음악을 들은 사람이라면 의아해 할 정도의 선방이다.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2004년의 데뷔 앨범 '비선형', 2007년의 '이상한 계절'에 비해 못의 세 번째 앨범은 많은 사람이 좋아하기에는 정말이지 복잡하다. 8비트의 전형적인 록음악은 첫 번째 트랙 '헛 되었어'뿐이다. 두 번째 트랙부터는 변박 투성이에 장르로는 가스펠, 왈츠, 재즈의 잔재들이 섞여 있다. 언뜻 같은 구절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자세히 들어보면 다르다. 변주 없는 반복이 없으니 만약 이 음악을 악보에 쓴다면 코다, 세뇨 등의 반복기호는 별 쓸모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은 이 밴드에게 큰 도전이다.

연주하기 정말 어려운 곡들을 만들었는데, 연습은 잘하고 있나요?

유웅렬(기타) : 솔직히 온종일 못 앨범만 들어요. 어떻게든 외우려고 말이죠.

이하윤(건반) : 정말 물리적인 암기력과의 싸움이에요. 명색이 록 밴드인데 악보를 보고 할 수는 없잖아요?

송인섭(베이스) : 교과서를 통으로 외우는 것 같아요.

특히나 두 번째 곡 '퍼펙트 드림'은 연주의 난이도가 굉장하더군요.

송인섭(베이스), 유웅렬(기타) : 으하하.(웃음 밖에 안 나오는 모양이다)

이이언 : 그래도 다들 실력이 좋아서 생각보다는 잘 맞고 있어요. 그 전에 솔로 앨범에 들어간 대프트 펑크의 '하더 베터 패스터 스트롱거'(Harder Better Faster Stronger)가 정말 최고의 난이도였거든요. 그리고 이 친구들이 당시의 세션이었는데, 그 노래를 처음 합주했을 땐 '이게 될까?'싶었거든요. 근데 그것도 어떻게든 하다 보니까 되더라고요. 그 곡에 비하면 훨씬 잘 맞아요.

이들은 요새 시간과 싸우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꼬박 6주 동안 세 시간이 넘도록 일주일에 두 번씩 합주했다. 대부분의 멤버들이 이 세 시간의 합주를 위해 온종일 못의 앨범을 듣거나 연습한다. 이 멤버들의 실력을 생각하면 대단한 노력이 아닐 수 없다. 음악 세계에서 학벌이 연주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곡과 출신의 기타리스트 유웅렬은 방송에서 가요 세션을 어렵지 않게 해내고, 이하윤은 캐나다 토론토대학 석사 출신의 피아니스트다. 네덜란드에서 공부한 베이시스트 송인섭과 드러머 조남열도 젊은 나이에 일가를 이룬 소위 '고학력' 재원들이다.

원래 멤버는 두 명이었잖아요?

이이언 : 2008년 성대결절로 활동을 그만두지 전까지는 '지이'라는 기타리스트와 저, 이렇게 둘이었었죠. 지이는 원래 리니지 같은 게임을 만들던 친구였는데 제가 나쁜 놈이죠. 그런 친구에게 음악을 하자고 꼬셨으니.

지금의 멤버도 만만치 않은데, 이런 '고학력' 멤버를 모은 이유가 뭔가요?

이이언 : '고학력'이라는 게 필요했어요. 함께 작업하며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음악 이론과 용어에 익숙한 멤버가 필요했거든요. 악보를 잘 못 모더라도 정말 뛰어난 친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작업하는 방식은 좀 달랐어요. 예를 들면 '그 부분에 A9 말고 A13으로 해줄래?'라는 식의 소통이 필요했습니다.

재밌는 건 멤버들이 이이언의 밴들에서의 '사서 고생'을 자처했다는 점이다. 조남열과 유웅렬은 2011년 말부터, 이하윤과 송윤섭은 2013년 초부터 이이언의 솔로 활동에서 세션으로 처음 합류했다. 사실 세션은 뮤지션에게 과외활동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보통의 경우 합주나 공연을 할 때마다 정해진 페이를 받고 주어진 악보대로 연습만 잘 해가면 욕을 먹는 일도 없다. 프리랜스 개념이라 매우 자유롭다. 그런데 이들은 그걸 던지고 이이언과 '못'이라는 가족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못 정도 규모의 밴드가 되고 나면 활동 중에는 아직은 이들의 주요 수입원인 강의를 잠시 쉬어야 할 수도 있고 다른 밴드 활동도 중단해야 한다.

이이언 씨가 어떻게 꾀던가요?

이하윤 : 이제는 '못' 의 정체성 안에서 저의 아이디어와 색깔을 추가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고나 할까요? 지금은 라이브 준비를 하면서 그 권리에 따르는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웃음)

이이언 씨가 굉장히 까다로운가 보군요?

이하윤 : 반려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아이디어를 하나씩 보내면 자꾸 반려돼서 돌아오니까 이제는 아예 한 뭉텅이로 시안을 한 10~15개 정도 보내거든요. 15선다 중에서 몇 개를 이언 형이 골라주면 그중에서 또 몇 개를 다시 보내요. 그렇게 제 색을 넣는 거죠.

그래도 자신의 색이 들어간 부분이 있다면요?

유웅렬 : 3번 트랙인 '잠들어 걷다'가 기억에 남아요. 리프 자체도 헤비하고 솔로도 재미있게 나온것 같아요!

송인섭 : '재와 연기의 노래'는 처음에는 콘트라베이스로 쳤다가 나중에 일렉트릭 기타로 바꿔서 녹음한 곡입니다. 슬라이드를 좀 잘 쓰지 않았나 싶어요.

이하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언이 형한테 수차례의 반려를 받고 살아남은 게 '잠들어 걷다'의 도입부에요. 결과적으로 곡의 음악적인 모티브가 잘 표현된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보통의 밴드는 멤버 전부가 참여해서 곡을 만드는 스타일과 '프론트 맨'(보통은 작곡자)이 설계도를 가지고 지휘하는 보통 두 가지 극단적인 타입 사이에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대부분의 리더는 로망을 가지고 '민주적'인 전자를 지향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곡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창조자가 독재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안 그러면 앨범이 산으로 간다. 현재의 '못'은 후자에 가깝지만 직접 만난 멤버들의 참여 욕구는 대단했다. 이번이 이 멤버의 첫 공동 작업임을 생각하면 아직은 낯설 수밖에 없다.

솔로를 그만두고 밴드로 돌아온 이유는 뭔가요?

이이언 : 사실 멤버들과 밴드로 작업하는데 대한 소년적인 로망 같은 게 있었음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또 한 가지는 혼자 오랜 시간 작업을 했는데, 그게 너무 힘들어서 그런 방식으로는 음악을 계속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힘들었다는 시기가 '헛되었어'라는 노래에 나오는 그 시기인가요?

이이언 : 그 시기도 포함하죠.

그 노래를 썼을 당시에 의미 있는 시간으로만 하루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기라고 했죠? 지금은 바뀌었나요?

이이언 : 바뀌었다고 볼 수 있어요. 많은 20대가 그렇듯이, 특히 꿈이 있는 사람일수록 그렇듯이 조바심을 내는 걸 자주 봐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정해져 있고 저 꿈에 도달하기 위해서 직선주로로 가야 하는데 나는 지금 시간 낭비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과정들 자체가 삶의 굉장히 중요한 콘텐츠, 내용인 것 같아요.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결말이 어떻게 될지 알더라도 그 과정 중에 어떤 역경이 있었고, 어떤 삽질이 있었는지가 실제 영화를 만드는 거잖아요? 인생에서도 당장 목표와는 상관없어서 '헛되다'고 생각되는 일들일지라도 인생을 구성하는 중요한 디테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그렇습니다.

이하윤 : 그래서 예술가가 되려면 심심한 시간이 꼭 있어야 해요.

이번 앨범의 레퍼런스(구성이나 사운드 면에서 참조로 하는 앨범 있나요?

송인섭 : 별다를 게 없어요. 항상 다른 걸 추구하다 보니까.

이하윤 : '못'의 1, 2집 정도? (웃음)

3집은 1, 2집과는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송인섭 : 1, 2집이 3D 프린팅으로 정말 정확하게 만들어낸 느낌이라면 3집 같은 경우는 장인이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깎아서 설계도와는 오차가 있지만, 이상하거나 실패한 작품이 아니라 훌륭한 수공예품 같아요.

지금 본인이 장인이라고 얘기하는 건가요?

송인섭 : 아뇨. 그렇다기보다 그런 느낌이랄까.(웃음)

이이언 : 그렇다고 봐야죠. (웃음)

멤버들이 느끼는 밴드 못의 스타일에 관해서 얘기해 본다면?

이하윤 : 사실 아직 못을 정의하는 건 이이언이에요. 그날의 날씨,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죠. (웃음)

유웅렬 :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있어요. 다른 음악에서 전형적으로 쓰는 건 절대 가져오면 안 돼요. 원칙이죠.

이이언 : 한편으로는 일부러 가져올 때는 있어요. 예를 들면 지나치게 정형화된 클리셰의 경우엔 그대로 가져와서 조금 비트는 거죠. 이번 앨범에서 '1집<비선형>의 수록곡이었던,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를 모티프로 하기도 했지만, 악곡의 형식 중에는 가스펠에서 차용한 클리셰들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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