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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단 한 명뿐인 '말 전문 마사지사'의 이야기

  • 강병진
  • 입력 2016.03.06 12:11
  • 수정 2016.03.06 12:13

그의 직업을 들은 사람들은 생소한 이름에 꼭 한 번 더 되묻는다.

박경근(38)씨는 그때마다 '말 마사지사'라며 힘주어 말한다.

상대는 '말도 마사지를 받느냐'며 피식 웃어넘기거나, 호기심을 느끼고 하는 일을 꼬치꼬치 캐묻는다고 한다.

박씨는 국내 단 한 명뿐인 말 마사지사다.

4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한 마방에서 한창 말 마사지 중인 박씨를 만났다.

박씨는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말 근육을 정성스럽게 눌렀다.

두 손을 모아 엉덩이에 있는 큰 근육을 힘껏 누르더니, 다리 한쪽을 접어 빙빙 돌리며 근육을 이완시켰다.

말은 박씨의 손길에 말은 기분이 좋은지 연신 '푸푸∼' 콧김을 뿜어댔다.

그는 "경주마들이 시속 65㎞로 달리는 고강도의 훈련을 끝내고 나면 근육에 피로가 쌓이고 뼈나 인대에 손상이 오기도 한다"면서 "말 마사지는 체력을 회복시키고 손상된 조직의 복구를 돕는 데 매우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큰 근육이 겹쳐져 있는 부위와 혹이 생긴 근육, 혈액 공급이 잘 안 되는 근육을 손으로 꼼꼼히 누르며 90여 분간 마사지를 이어갔다.

고교 시절까지 태권도 선수로 활약한 박씨는 대학에서 운동학을 전공하면서 물리치료사 자격증과 스포츠 마사지사 자격증을 동시에 땄다.

졸업 후 2004년 경마장에서 말을 관리하는 마필관리사로 취직한 뒤 자신의 재능을 썩히기 아깝다는 생각에 말을 상대로 마사지를 시작했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말이 마사지를 받는 날과 아닌 날 큰 차이를 보였다.

말 마사지 효과가 소문을 타자 그의 직업은 어느새 '말 마사지사'가 됐다.

벌써 10여 년째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말 마사지사다.

박씨는 "2007년 당시 몸값 1억2천만원짜리 말 '골딩'이 부산광역시장배를 앞두고 컨디션 난조를 보였는데 안마를 받고 기력을 회복해 당당히 1등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면서 "당시 '너 덕분이다'는 칭찬이 많이 받았는데 그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미국이나 영국 등 경마 선진국에서는 이미 고가의 씨수말이나 승용마를 대상으로 한 전문 마사지사가 많이 있어 국내에서도 말 마사지사 양성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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