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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공개적인 '반(反)트럼프' 운동에 나서다

  • 허완
  • 입력 2016.03.04 05:24
  • 수정 2016.03.04 05:25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Donald Trump speaks at campaign stop, Thursday, March 3, 2016, in Portland, Maine. (AP Photo/Robert F. Bukaty)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Donald Trump speaks at campaign stop, Thursday, March 3, 2016, in Portland, Maine. (AP Photo/Robert F. Bukaty) ⓒASSOCIATED PRESS

미국 보수 공화당이 대선을 앞두고 적전 분열 양상 속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막무가내 스타일의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경선의 핵심 승부처인 '슈퍼 화요일'까지 대승으로 장식하면서 후보 지명에 성큼 다가서자 당 주류 진영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트럼프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제3 후보를 요구하거나 '반(反) 트럼프' 기치를 내건 노골적인 여론몰이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맞서 트럼프가 '무소속 출마' 카드로 대반격에 나서면서 당이 두 동강 날 위기에 처했다.

◇공화 주류 진영, 노골적인 반트럼프 전선

밋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 ⓒAP

그동안 트럼프 저지를 위해 막후에서만 작업해 온 주류 진영은 3일(현지시간) 공개적이면서 노골적으로 '트럼프 절대 불가'를 선언하고 나섰다. 2002년 대선 때 공화당 후보를 지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총대를 멨다.

롬니 전 주지사는 이날 유타 주(州) 솔트레이크시티의 유타대학 연설에서 "트럼프는 가짜이고 사기꾼이다.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트럼프는 약자를 협박하고 부정직하며 여자를 혐오하는 인물"이라면서 "악이 선을 짓밟고 있다. 트럼프 대신 테드 크루즈, 마르코 루비오, 존 케이식과 같은 다른 후보들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롬니 전 주지사가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의 세금 의혹 등을 제기해 왔지만 공개적으로 연단에 서서 트럼프를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류 진영 내 반트럼프 캠페인 공론화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Watch Mitt Romney's Takedown of Donald Trump, in 3 Minutes - Bloomberg Business

당장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이 롬니 전 주지사에 힘을 싣고 나섰고, 당 일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 역시 롬니 전 주지사를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매케인 의원은 성명에서 "국가안보 이슈에 관한 트럼프의 지각없고 위험한 발언을 둘러싼 많은 우려에 대해 나 역시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고, 라이언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롬니는 우리당의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그는 당과 국가의 미래에 대해 깊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트럼프 보이콧을 선언하는 주류 인사들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The Hill)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벤 새스(네브래스카) 상원의원과 마크 샌포드(사우스캐롤라이나), 스콧 리겔(버지니아) 하원의원 등 연방의원을 포함해 총 22명의 주요 인사들이 트럼프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 마이클 처토프 전 국토안보부 장관을 비롯한 보수 진영의 외교·안보전문가 65명도 이날 집단으로 트럼프 반대를 선언했다.

◇ "제3 후보 지명해야" 요구도…트럼프, 주류 비판하며 정면 대응

트럼프가 공화당의 대선 티켓을 거머쥐는 것을 볼 수 없다며 '제3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공화당의 벤 새스(네브래스카) 상원의원과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트럼프가 대선후보가 되면 올해 대선에서 그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공화당 경선주자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의 외교정책 자문인 막스 부트도 "트럼프에게 투표하느니 차라리 (구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을 찍겠다"고 말했다.

종교가 있는 보수층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우려감이 펴지고 있다. 남부침례교회의 정치지부 대표인 러셀 무어는 "보수 성향의 무소속 후보나 제3의 후보를" 찾아내야 한다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NYT는 "뚜렷한 트럼프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자유당이나 헌법당 등 소수 정당이 성공 가능한 수단이 될 것으로 믿는 의견도 있다"며 "2012년 자유당 후보로 나온 게리 존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이번 대선에서도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를 깎아내리는 '슈퍼팩'(Super PACㆍ정치행동위원회)의 광고도 나오는 상황이다.

'우리의 원칙'(Our Principles)이란 이름의 슈퍼팩은 미시간, 일리노이, 플로리다에서 사기 혐의로 피소된 바 있는 '트럼프 대학'과 트럼프의 연관성 관련 TV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다른 슈퍼팩인 '성장 클럽'(Club for Growth)은 플로리다에서 15억 달러(약 1조8천억원)를 들여 반트럼프 운동을 시작했다.

공화당 주류 진영의 노골적인 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트럼프는 이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그는 메인 주 포틀랜드 유세 도중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롬니가 4년 전 대선에서 내게 지지를 구걸했다"고 조롱하면서 "그는 4년 전 형편없이 깨진 실패한 후보다. 이번에도 출마하려다가 내가 무서워 출마 계획을 접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특히 앞서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당을 떠난다면 무소속 출마, 내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무소속 출마와 관계없이 나를 지지하는 수백만 명의 유권자들은 나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지금처럼 자신을 계속 거부하고 부당하게 대우하면 탈당을 결행해 제3당 또는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트럼프를 대놓고 지지하거나 후보로 공식 지명되면 현실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주류 인사들도 있어 트럼프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크리스 콜린스(뉴욕), 던컨 헌터(캘리포니아) 하원의원과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일찌감치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가운데 믹 멀배니(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더 힐에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시스템을 믿든 믿지 않든, 또 프라이머리에서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들을 믿든 믿지 않든 그런 것에 관계없이 나는 당 대선후보로 지명되는 주자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니 슈퍼 화요일이 분수령, 트럼프 승패 여부 주목

주류 진영이 트럼프를 대놓고 반대하는 것은 단순한 막말을 넘어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일삼는 트럼프로는 본선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는 본선에서 민주당에서 대세론을 다시 굳혀가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붙어 이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다.

주류 진영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사실상 당 지도부가 후보를 선출하는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놓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차 승부처인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에서 트럼프를 막지 못한다면 현실적으로 그가 대선 후보로 지명될 수밖에 없고 이는 본선 필패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도 공화당 주류 진영을 압박하고 있다.

주류 진영은 일단 현재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지역 중 승자독식제가 처음 적용되는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에서 이 지역에 기반을 둔 루비오 상원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1등을 차지하게 함으로써 트럼프 돌풍을 저지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미니 슈퍼 화요일이 트럼프를 저지할 수 있는 일종의 마지막 저지선인 셈이다.

이에 따라 주류 진영과 트럼프의 싸움은 미니 슈퍼 화요일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주류 측의 반트럼프 움직임이 동력을 잃겠지만, 반대로 패배한다면 선두임에도 그의 후보 지명은 불확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Why Donald Trump Is Under Fire for Trump University - 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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