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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04일 09시 43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3월 05일 14시 12분 KST

수학공화국

국·영·수 위주의 대입제도는 수능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 사실상 수학 중심의 대입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사실상 수학점수가 대학의 수준을 결정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사교육의 수학 편향도 더 커질 것이다. 대한민국은 가히 수학공화국이라고 할 만하다. 특기자전형 외 전 세계에 이런 대입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대입제도 하에서는 수학부진아는 단순한 수학부진아가 아니라, 학습부진아 취급을 당하게 된다. 학생이 수학 외 아무리 다양한, 좋은 재능, 강점이 있어도 수학을 못하면 학습부진아 취급을 받는다.

Gettyimage/이매진스

학생의 강점, 꿈과 끼를 제약하는 국·영·수 위주 대입제도, 이제 바꾸어야 한다!

글 | 안선회 (중부대 원격대학원 진로진학컨설팅학과 교수)

2017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된다. 지난 여름부터 겨울까지 이어지는 입시철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에는 찬바람이, 냉기가 감돌았다. 몇 년 전 두 딸이 대학 지원을 할 때, 입시정책 전문가인 필자조차 복잡한 전형에 넌더리를 쳤다. 머리에서는 열이 나고, 가슴에서는 누군가에 대한 화가 치솟았다. 지금 대학원에서 대입제도와 진로진학교육을 지도하면서도 대학마다 다른 학생부종합전형의 복잡성과 불확실성(불투시성)에 가슴이 답답하였다. 국어·영어·수학 중 하나라도 못하면 원하는 좋은 대학, 희망 학과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지도하는 기성세대 학자로서, 한 사람의 주권자로서 이런 대입제도를 용납하고 있는 자신에게 화가 났고, 딸들에게 미안했다. 현재의 대입문제는 창의성을 도외시한 지식 중심 시험이라는 문제와 공정성·신뢰성 부족, 복잡성, 그리고 학생·학부모의 큰 고통과 높은 사교육비 등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심각한 문제는 국어·영어·수학 중심의 획일적인 대입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학생의 강점, 꿈과 끼를 제약하는 국·영·수 위주 대입제도를 '청소년에 대한 기성세대의 죄악'이라고 본다.

현재 2016학년도 정시에서 서울대는 국·영·수 비율이 80%이다. 탐구는 20%에 불과하였다. 고려대 인문계열은 85.8%이고, 자연계열은 70%이다. 연세대는 약속이나 한 듯이 고려대와 동일하다. 서강대는 인문계열은 90%를, 자연계열은 85%를 차지하였다. 다른 주요 대학도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수시에서의 학생부 교과 중 국·영·수 반영비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의 대학입학은 국·영·수가 좌우한다. 그 중에서도 단연 수학이 으뜸이다. 대한민국은 수학공화국이다. 수학을 못하면, 대학진학의 80-90%는 제약을 받는다. 국·영·수를 못하면 지원자 미달 대학과 학과를 찾는 것이 좋다. 심지어 소위 일류대학의 학생부전형에서조차 수학을 더 중시한다는 의혹이 있다. 심지어, 의․치․한 계열 입학전형에서는 학생부전형에서 과학탐구마저 반영하지 않고 국어, 영어, 수학만으로 선발하는 대학도 다수가 있다. 이런 국·영·수 중심 대입제도에서도 학생들은 대학에 입학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 원하는 진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의대를 가는 경우에도 생물과 화학조차 모르고 진학하게 된다.

국·영·수 위주의 대입제도는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심각하게 왜곡한다. 특목고·자사고의 교육과정에서 정규과정, 방과후과정을 종합적으로 보면, 사실상 국·영·수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13년 10월에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을 확정하면서, 언론에서 일반고 교육과정 자율권을 확대하면 국·영·수 위주가 될 것을 우려하였다. 그러자 교육부는 일반고 총 이수단위의 5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규정'하였다. 그런데 자사고에는 국·영·수 위주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유도'한다고 한다. 하지만, '규정'은 강제고, '유도'는 자율이다. 일반고가 국·영·수 시간을 더 늘리겠지만 규정상 한계가 있으니, 더 확대할 수 있는 자사고가 국·영·수 위주 대입전형에 유리할 것은 뻔하다. 2015교육과정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 국사를 합하여 총 이수단위의 5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였다. 하지만, 대입제도는 수능위주전형이든, 학생부위주전형이든 국·영·수 위주로 이루어진다. 국·영·수 위주의 대입제도는 고등학교의 공교육을 왜곡하고, 훼손하고 있다.

국·영·수 위주의 대입제도는 수능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 사실상 수학 중심의 대입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사실상 수학점수가 대학의 수준을 결정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사교육의 수학 편향도 더 커질 것이다. 대한민국은 가히 수학공화국이라고 할 만하다. 특기자전형 외 전 세계에 이런 대입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대입제도 하에서는 수학부진아는 단순한 수학부진아가 아니라, 학습부진아 취급을 당하게 된다. 학생이 수학 외 아무리 다양한, 좋은 재능, 강점이 있어도 수학을 못하면 학습부진아 취급을 받는다.

국·영·수 위주의 대입전형은 학생들의 강점, 그리고 꿈과 끼를 짓밟는다. 우리 아이들은 능력자와 무능력자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 모든 아이들은 다양한 분야에, 수많은 능력, 더 큰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모든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장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강점을 찾아 개발하고 지원하는 '모두를 위한 맞춤형 수월성 교육'이 그래서 중요하고 절실하다. 그런데 현실은 우리 아이들을 좌절의 늪으로 몰고 간다. 국·영·수를 못한다고, 수학을 못한다고 학습부진아로 몰리고, 눈총과 낙인을 받아가며 '저능아'로 낙인 찍혀 살아간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못난이로 찍히고,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꿈과 끼가 꺾이고, 학교부적응아로 살아갈까?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능력과 가치를 모른 채, 자신만의 강점을 살리지 못한 채, 밝지 못한 어두운 인생을 살아갈까?

국·영·수 위주의 대입전형은 진로교육을 저해한다. 요즘 진로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다. 진로진학상담교사가 거의 모든 중·고등학교에 배치되고, 진로교육이 늘어나고, 자유학기제 운영과 진로탐색 학년제 등이 도입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진로교육을 가로막는 무서운 제약 요인, 벽이 있다. 국·영·수 위주 대입제도가 그것이다. 국·영·수 위주의 획일적인 대입제도가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탐색을 근본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진로별 공부보다 국·영·수 공부가 대학진학에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학생부 '비교과'에서, 자기소개서와 추천서에서 진로활동을 반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절름발이 진로교육을 낳는다. 고등학교 총 이수단위는 204단위인데, 창의적 체험활동은 24단위로 약 12%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 88%가 교과교육이다. 학생들의 진로고민, 진로희망을 고려한 진정한 진로교육은 창의적 체험활동만이 아니라 88%에 해당하는 교과교육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교과목에서 진로가 고려돼야 학교의 진로교육이 살아난다. 국·영·수 위주의 대입전형은 고교 교육과정의 88%에 이르는 교과교육에서의 진로교육을 가로막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할 때 행복할 텐데 그러질 못하니 만족도, 행복도가 떨어진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에 따르면 수년째 대한민국 '어린이·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6년 이래 최하위에서 벗어나, 2015년 조사에서 개선된 수준이 OECD 23개 회권국 중 19위였다. 아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하고 있는데 행복할 수 있겠는가? 국·영·수 위주의 대입전형은 학생들의 꿈과 끼도, 아이들의 행복도 빼앗아 간다. 통계청의 2012년 사회조사 결과에 의하면, 학생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46.7%에 불과하다. 그 중 교육내용에 대한 만족도는 더 낮은 42.8%였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고등학교에서 강화되어야 할 교육내용으로 '진로교육'이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조사되었다.

국·영·수 위주의 대입전형은 사교육비 증가의 핵심 요인이다. EBS 수능인터넷방송이 시행된 이후 사탐과 과탐 수능 사교육비는 크게 감소하였다. 그런데 국·영·수, 특히 영어와 수학은 이렇게 해결이 안 된다. 영어와 수학은 지속적으로 학습해야 하고, 능력 맞춤으로 학습하고, 소수 그룹으로 학습하는 것이 학업성취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영어, 수학이 사교육에 가장 많이 의존하게 되는 과목이다. 통계청의 2015년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영어와 수학 사교육비가 전체 사교육비의 64%에 이른다. 특히, 수학 사교육비 비중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성인이 된 국민이 일상생활과 직업생활에서 영어와 수학을 얼마나 활용하며 살고 있을까? 특히 수학에 쏟은 내 시간과 노력이 너무 아깝다. 개별 학생과 학부모가 영어 수학에 쏟는 시간과 노력, 열정, 한숨, 돈을 볼 때, 국가 전체로 본다면 얼마나 많은 사회적 낭비가 존재하는가? 수많은 분야의 뛰어난 인재를 잃어버리는 것까지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국가 손실이 아닌가?

국·영·수 위주의 대입전형은 대입선발의 타당성을 약화시키고, 국·영·수 점수 맞춤 진학으로 대학의 서열체제를 유지시킨다. 선발의 타당성은 대학 모집단위에 적합한 학생, 즉 적격자를 뽑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국·영·수 위주의 대입전형에서는 적격자를 선발하기가 어렵다. 수학을 못해서 자신이 원하는 문학의 꿈을 포기하기도 하고, 생물을 못해도 의대에 진학하기도 한다. 또 학생들은 국·영·수 점수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고 점수에 맞추어 전공을 정한다. 그리고 국·영·수 위주의 대입전형은 현재의 대학서열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게 하는 흑마법을 발휘한다. 대학이 잘 가르치거나 못 가르치거나 관계없이 선발효과로 대학이 자신의 서열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대학은 국·영·수 중심 선발에 집착한다.

국·영·수 위주의 대입전형은 점수 위주의 대학, 학과 선정으로 대학생의 진로 고민을 초래했다. 학생들이 국·영·수 점수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고 점수에 맞추어 전공을 정하다 보니, 결국 대학 3, 4학년에 이르러서야 진로에 대한 고민이 폭발한다. 연령별로 진로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가 가장 큰 시기가 대학 3, 4학년이다. 복수전공이 이를 보완하는 한 방법이지만, 대학이 1,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진로교육에 열성을 보이지 않는다. 대학 교수들은 전공이든 복수전공이든 학생들이 골고루 나뉘어져 자신의 전공과 지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대학생들의 진로 고민은 해결될 길이 별로 없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13년' 조사에 의하면 '학교가 직업생활에 유용한 지식을 가르쳐 주었다'고 답한 비율은 65.4%로 OECD 평균(86.7%)보다 21.3%p 낮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2008년 이후 대학생들의 스트레스 인지율이 46.1%에서 69.2%로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2013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중국·일본·미국의 청소년들 중에서 한국의 청소년들이 진로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영·수 중심의 획일적인 대입제도는 청소년에 대한 기성세대의 죄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교육부는 대학입학전형에서 국·영·수 반영비율을 50% 이내로 제한하지 않을까? 고교의 국·영·수 교육과정 비율을 그렇게 규정하면, 대입전형도 그러해야 합리적이다. 그러면 자사고든, 일반고든, 거기에 맞추어 교육과정을 편성할 것이기에 어느 정도 해결책이 된다. 더 나아가 교육부는 왜 대학에 진로맞춤 대입전형을 요구하지 않을까? 정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도 그럴 생각이 없다. 주요 대학은 국·영·수 중심 선발효과로 자기대학의 서열 신화를 유지한다. 모두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면서도 공교육을 파행으로 몰아넣는 국·영·수 중심의 획일적인 대입제도를 유지・확대시키고 있다.

국·영·수 중심의 획일적인 대입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첫째, 교육부가 대학입학전형에서 국·영·수의 반영비율을 고교 교육과정 편성비율인 50%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수능전형만이 아니라, 학생부전형에서도 이러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학생들의 강점, 꿈과 끼가 살아난다. 둘째, 현재 대학입학을 크게 좌우하고 있는 수학을 인문사회계열(상경계열 제외)에서는 선택과목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본의 일류대학 본고사에서도 인문사회계열에서는 수학은 선택과목이다. 또한, 중·고교에서 수학의 난이도와 학습내용을 줄이고 실생활과 연계시키는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셋째, 대학은 모집단위 전공별로 전공학습에 필요한 필수교과목과 선택교과목을 선정하여 학생들의 진로별 학습을 유도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강점, 꿈과 끼를 대입전형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2015통합형교육과정이 시행될 때, 국·영·수·국사에 통합사회, 통합과학까지 모두 필수과목으로 만드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2015통합형교육과정의 통합 취지 자체에 반대하지만, 기왕 결정되었다고 해도, 대입 학생부전형과 수능전형에서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모두 반영하는 것은 획일교육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최악의 수가 될 것이다. 그나마 부작용을 줄이려면 통합사회, 통합과학 중 하나와, 진로 관련 선택과목을 반영하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대입제도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한숨과 고통이 줄어들지를 않는다. 이대로 있어야 하는가? 이제 학부모가 알고 외쳐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아이들 각자의 강점, 꿈과 끼, 행복을 찾아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대입제도를 둘러싼 고통과 사교육비만이라도 좀 줄여달라고 외치고 또 외쳐야 한다. 교육과 학습을 통해 개개인이 미래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게 만들라고 요구하자. 학부모,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주권자다.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교육주권도 학부모, 국민에게 있다. 정부가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 아닌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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