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음악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국회 법사위 전체 회의를 통과했다고 3월 3일 세계일보가 보도했다.
해당 사진은 자료 사진으로 본 기사와는 무관합니다.
차트가 실시간 단위로 업데이트되고 이 차트를 메뉴판처럼 소비하는 상황에서 뮤지션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뭘까? 일단 차트에 진입하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행태가 '음원 사재기'.
음원 사재기란 기획사, 음반사, 음악 영상 관련 업자들이 음반을 잔뜩 구매해서 일단 차트에 올리는 걸 말한다. 여러 개의 아이디를 두고 수천 번쯤 스트리밍 하거나 다운로드 받는다. CD의 경우엔 수백 장만 사도 판매량 50위권 안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관행이 문제가 된 이유는 대형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들이 순위권을 점령하는 현상을 의도적으로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속화 할 수 있단 얘기다.
법안은 이렇다.
△음반제작업자 또는 관련자가 저작권료 수입 등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음원 대량 구매의 방식으로 음악차트 순위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행위를 하거나
△음반제작업자로부터 대가를 지불받고 음원을 대량으로 구매함으로써 음악차트의 순위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행위를 규제하게 된다. 또한 앞의 금지 행위를 위반한 자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파이낸셜뉴스(3월 3일)
이에 대해 문체부는 이렇게 말했다.
문체부는 “음원 사재기를 하는 음반 제작·배급·유통·이용 관련 사업자는 물론 사업자로부터 대가를 받고 음반 등을 부당하게 구입하는 행위를 한 사람도 처벌 대상으로, 기획사에 의해 동원된 팬들의 단체 행동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신문(3월 3일)
문제가 되는 단서는 ‘기획사에 의해 팬들이 동원된 단체행동'도 그 대상이라고 명시한 것. 자칫하면 팬들이 자발적으로 여러 장을 산 것까지 처벌 될 우려가 있다.
그런데 대체 '팬들이 동원 된'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가? 현행 몇몇 뮤지션의 팬클럽 등은 선호하는 그룹의 음원 발매 시점에 맞춰 단체로 구매해 자발적으로 음원 사재기와 비슷한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팬들의 움직임에 기획사가 개입했는지 아니면 그냥 '종용'이나 '부탁'만 했는지 구분할 수 있을까?
모호한 법안도 큰 문제지만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금까지 기회사가 졌던 음원 사재기의 부담이 오히려 팬들에게 돌아갈 수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이제 법 때문에 음원 사재기를 기획사 차원에서 할 수 없으니 팬들이 사재기를 해주는 수밖에는 없다'는 논리가 횡행할 우려도 있다. 아이돌 그룹의 경우 팬덤의 충성도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악의적인 기획사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