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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에 담긴 3가지 노림수

  • 허완
  • 입력 2016.03.02 10:53
  • 수정 2016.03.02 10:59
ⓒ연합뉴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일 '야권통합'을 전격 제안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대표는 '국민의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제안은 국민의당을 향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당 핵심 관계자도 "김 대표의 제안은 국민의당을 염두에 둔 것으로서, 정의당은 통합의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이 제안에는 몇 가지 '노림수'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필리버스터 국면 전환

우선 이런 제안이 나온 타이밍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중단한다는 결정을 놓고 더민주 내부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쏟아지는 상황이었다.

김 대표의 이번 제안은 이런 '필리버스터 국면'을 단숨에 전환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민주는 이날 오전 내 진행 중인 이종걸 원내대표를 마지막으로 7일간의 필리버스터를 마친다. 필리버스터 종료를 놓고 당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며, 국민들의 반대 여론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의 야권통합론은 이런 국면을 단숨에 돌파하기 위한 카드로 해석된다. 대치정국이 길어지면서 복잡해진 총선행보도 조속히 원상복귀시키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현 정권의 경제실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제기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머니투데이 the300 3월2일)

2. 국민의당 '힘빼기'

야권통합 제안이 여러모로 제1야당인 더민주에 유리한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성공할 경우 '제1야당'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고,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힘을 빼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일단 국민의당은 입장이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통합 논의에 응할 경우 '그럴 거면 뭐하러 당을 박차고 나갔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응하지 않을 경우 자칫 '야권분열'의 책임을 뒤집어 쓰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어떻게 하더라도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명분이 사라졌다'는 발언이다.

김 대표는 "지금 더민주를 탈당한 사람 대다수가 당시 지도부의 문제를 걸고 탈당했다. 그 명분은 다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지금 더민주 밖에 계신 분들이 지나치게 명분론에만 사로잡히지 않으면 우리가 다시 단합할 수 있는 기회가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커스뉴스 3월2일)

'국민의당이 독자적으로 선거에 나설 명분이 없다'는 메시지는 국민의당의 내부결속과 지지기반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특히 국민의당은 창당 이후 지지율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어에 취약한 상태라는 얘기다.

실제로 국민의당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반응들이 나왔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먼저 당내 정리부터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안 대표 측은 김 대표의 '사술'(邪術)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통합 화두를 던져 당 내부를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김한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진의를 좀더 정확하게 알아보겠다"고 말을 아끼고, 천정배 공동대표는 "경솔하게 답변해선 안될 일"이라고 즉답을 피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당 내에서 더민주의 변화 의지에 따라 논의에 응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와 주목된다.

문병호 의원은 "우리가 탈당한 취지는 더민주의 친노(친노무현)·운동권 패권주의, 낡은 진보 이미지 때문이었다"며 "더 과감하게 변화한다면 야권 통합이나 연대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3월2일)

3. 향후 통합 논의의 주도권 선점

여러 현실적인 조건들을 고려하면 총선을 앞두고 야권 통합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당장은 국민의당이 거부하더라도,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의 제안은 이런 측면에서 '선제공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있을 수 있는 통합 논의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통합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통합에 따른 효과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예비후보 등록과 공천까지 마무리돼야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통상 수도권 30~40% 지역구는 야권연대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꼭 통합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김 대표가 먼저 통합론을 언급하면서 더민주가 제1야당으로서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합이 안 되더라도 운을 먼저 띄워 잃을 것이 없다는 거다. (머니투데이 the300 3월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미 통합 논의가 시작됐다는 얘기도 있다.

야권 내에서는 공식적 차원은 아니더라도 이미 통합 논의가 시작됐다는 전언이 나온다. 김한길 위원장이 핵심적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더민주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당 인사로부터 통합 논의를 하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고, 국민의당 관계자도 "공식 루트는 아니겠지만 개별적 단위에서 의사소통은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3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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