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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가 발견한 국회의 7가지 순간

  • 원성윤
  • 입력 2016.03.02 10:19
  • 수정 2016.03.02 10:27
ⓒ연합뉴스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필리버스터가 3월2일로 종결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월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가 비상사태'를 이유로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이후 9일만이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국민의당, 정의당 등 39명의 의원이 필리버스터에 동참했다. 필리버스터가 발견한 국회의 7가지 순간을 정리했다.

1. '첫 주자' 더민주 김광진

첫 주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최연소 김광진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경험을 바탕으로 5시간 넘게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준비해간 자료는 몇장에 불과했다. 국민들은 처음 마주하는 광경에 신기해 하면서 포털 사이트에 '김광진 힘내라'는 메시지를 띄웠고, 이내 1위를 기록했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도 응원에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첫 주자라는 후광에 힘입어 필리버스터를 마친 뒤 동료 의원들로부터 '김밥' 등의 세례를 받기도했다.

2. 은수미의 호소 "인간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은수미 의원은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안기부로부터 고문을 당했다. 고문의 후유증으로 폐렴, 폐결핵 등에 시달렸다. 밀실공포증, 고소공포증 등에도 시달렸다. 그런 은 의원은 '테러방지법'이 국정원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법이라고 말했다.

누가 그래요. 대테러방지법 되어도 사람들이 밥은 먹고 살겠지. 다시 말씀드리지만, 헌법에 보장된 시민․주인으로서의 국민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언론의 자유를 누려야하고,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되며, 어떤 억압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어야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의 운명을 자기가 선택할 수 있어야 됩니다. 그런 것을 못하게 할 수 있는 법이라고, 그런 의혹이 있는 법이라고 그렇게 누차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끊임없이 주장을 하는데, 제발 다른 목소리 들어달라고 하고 있는데. (2월24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

3. 김용남 새누리 의원 "그런다고 공천 못받아요"

은 의원의 발언 도중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의 '삿대질'도 화제였다. 2월 24일 오전 11시 30분경, 김 의원은 은수미 의원이 "대한민국 정부가 테러방지법에는 신경을 쓰면서 국민이 폭력을 당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관련 발언을 이어가자 "의제와 상관없는 이야기"라며 이렇게 외쳤다.

"그런다고 공천 못 받아요!"

은 의원은 답했다.

"김용남 의원은 공천 때문에 움직이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사건은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고,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서도 인기 순위에 등극했다.

4. 신경민 의원의 발언으로 새누리당 홈페이지 마비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필러버스터'로 인해 새누리당의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일이 벌어졌다. 신 의원은 "일각에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야권을 비난하는데 필리버스터는 새누리당의 공약"이라며 "새누리당 홈페이지에서 공약집(19대 국회)을 뽑아왔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확인해보니 사실이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신 의원의 발언을 확인하기 위해 '새누리당 홈페이지에 게시된 [19대 총선 공약집 상세본] 2012 총선 새누리당의 진심을 품은 약속'을 다운받아 확인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이 있었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필리버스터로 인해 국정이 마비되고 있다"며 야당을 비난해온 바 있다.

(클릭하면 새누리당 홈페이지 정책자료실로 연결됩니다.)

5. 조원진을 나무라는 이석현 부의장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더민주 의원들의 필리버스터 도중 종종를 했다. "내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자신의 발언이 전달되지 않는다 싶으면 의장석까지 걸어나와 항의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더민주)은 "의제와 연관성이 있다"며 조 부대표를 다독였으나 계속해서 항의를 하자 결국 '버럭' 소리를 지르며 '퇴장경고'를 했다. 마지못해 자리로 돌아가는 조 부대표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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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강기정의 눈물 "이렇게 토론했으면 폭력의원 낙인 안찍혔을텐데.."

더민주의 '전략공천' 방침으로 4·13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를 떠나야하는 3선의 강기정 의원. 그는 '필리버스터'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게된 현재에 대해 감사해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국회선진화법이 개정되기 전 본회의장에서 몸싸움을 자주 했다. 그때는 필리버스터 같은 수단이 없으니까 점잖게 싸울 수가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19대 국회는 그런 싸움도 없고 참으로 행복한 국회였다. 이렇게 자유롭게 토론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국민으로부터 폭력의원이라고 낙인 찍히지 않았을텐데. 그렇지 않았다면 저희 이번 4선 도전은 또 다른 의미를 가졌을 텐데" (국민일보, 2월26일)

6. 정청래의 11시간49분 최장 기록

정청래 의원은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의원 중 하나다. 정 의원은 자기 자랑에 능한 의원이기도 하다. 그런 정 의원에게 자랑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은수미 의원이 세운 10시간18분의 기록을 넘어선 11시간49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기록한 것이다. 역대 최장시간이다. 이런 장시간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나 자세의 흐트러짐 없이 필리버스터를 소화했다. 학원 강사 출신이라 다르다는 얘기도 나왔다.

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성대모사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만들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테러방지법을 만들려는 것"이라며 "부전자전이다.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7. 박영선의 눈물 "야당을 찍어달라"

'더민주'의 필리버스터가 종료될 것이라고 발표된 3월1일 저녁. 박영선 더민주 비대위원이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섰다. 그리고 '강한 야당'을 만들어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박 비대위원은 "대신 국민 여러분들께서 분노하신 만큼 4.13 총선에서 야당을 찍어달라"며 "대한민국이 온통 새누리당의 그 시뻘건 물결로 덮이는 걸 원치 않으신다면, 독재로 회귀하는 걸 원치 않는다면 누가 될지 모르는 내 아들딸이 감시당하는 걸 원치 않는다면 국민여러분께서 야당을 찍어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이투데이(3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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