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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02일 08시 21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3월 03일 14시 12분 KST

아이들의 행복 | 지금, 여기, 스스로에게

아이들이 지금 누려야 할 행복은 언젠가 미래의 행복을 위해 유보되고 있으며, 아이들이 속해 있는 바로 이곳이 아닌 언젠가 속하기를 바라는 다른 곳에서의 행복을 위해 미뤄지고 있고, 아이들 스스로의 기준이 아니라 어른들의 기준에 의해 아이들의 행복이 규정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대한민국에서 놓여있는 지금의 현실은 이러하다. 아이들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래 계속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겨레

우리 아이들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행복은, 지금, 여기, 아이들 스스로에 의해 누려져야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지금 누려야 할 행복은 언젠가 미래의 행복을 위해 유보되고 있으며, 아이들이 속해 있는 바로 이곳이 아닌 언젠가 속하기를 바라는 다른 곳에서의 행복을 위해 미뤄지고 있고, 아이들 스스로의 기준이 아니라 어른들의 기준에 의해 아이들의 행복이 규정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대한민국에서 놓여있는 지금의 현실은 이러하다. 아이들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래 계속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3년 OECD 데이터에 의하면, 아동 삶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60.3점으로 최하위이며, 반대로 아이들의 기본 생활을 충족시키는 조건이 결여되어있는 것을 나타내는 아동결핍지수는 54.8%를 기록해 OECD 국가 중 결핍이 가장 큰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여가활동이나 놀이 같은 아이들이 누려야 할 행복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발견된다.

또다른 OECD 자료를 살펴 보면, 우리 아이들의 공부시간은 일주일에 49.4 시간으로 OECD 국가 평균(33.9)보다 약 50% 긴 반면, 수면시간은 매일 약 1시간이 짧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떠한 대학을 나왔느냐에 따라 향후의 직업과 수입, 사회적 지위가 영향을 받는다고 믿어지는 한국 사회에서,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의 레이스의 시작은 점점 더 앞당겨지고 있으며, 아이들이 누려야 할 행복은 강제로 유예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우리 사회가 제공해야 할 필수적인 환경들에 대해 이론적으로 알고 있다.

첫째, 아이들은 또래집단과 학교생활을 통해,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우고, 질서의식을 익혀나가며, 이타심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둘째,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이 커짐에 따라, 배우는 즐거움을 스스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셋째,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이뤄내고, 그러한 근면함을 통한 성공을 경험하며 자신감과 자기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정반대의 방향을 향하고 있으며, 우리시대의 많은 아이들은 정신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며 이타성을 배우기 보다는 경쟁속에서 이기적인 생존자가 되기를 훈련받고 있으며, 호기심을 확장시켜 즐겁게 배우기 보다는 입시전략으로 구성된 커리큘럼 안에 갇혀있기를 강요받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성공을 체험하기 보다는 1등을 제외한 모두가 실패와 좌절감을 경험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발견해야 하는 사춘기는 또한 어떠한가?

에릭슨 등을 비롯한 심리학자들이 강조했듯이, 사춘기를 통해 아이들은 직업, 이데올로기, 영성에 대한 정체성을 형성하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야 한다. 즉, '나는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움과 의미를 느끼는가'를 통해 직업에 대한 생각을 결정해 가고, '나의 정치적 성향은 무엇인가, 내가 꿈꾸는 세상은 무엇인가'하는 고민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만들어 가고, '신은 존재하는가 죽음 이후의 삶은 무엇인가' 등의 영적인 고민을 통해 "나"라는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철저하리만큼 이러한 정체성의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나"의 모습은 공장의 표준화된 규격처럼 이미 결정되어 있고, "나"에 대한 모든 고민은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좋은 직장을 가진 이후로 미뤄진다. 기껏해야 입시전쟁의 대안이라고는, 또 다른 형태의 성공을 위한 것일 뿐이며, 그곳에서조차 무한경쟁의 레이스는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대부분은 레이스의 낙오자로 남게 된다. 그리하여, "나"를 찾아 "정체성"을 가질 기회는 박탈당한다.

아이들의 누려야 할 건강한 마음은, 아이들의 시간에 경험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느끼는 행복은 후일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산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춘기를 통해 형성해야 할 정체성은 그 때가 아니면 만들어 가기 어려우며, 정체성 혼란이라는 마음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렇듯 소중하고 중요한 아동 청소년기의 시간이, 현재가 아닌 미래로, 여기가 아니라 성공 이후의 자리로, 그리고 아이들 스스로가 아니라 어른들과 세상의 기준에 의해 유보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건강한 마음과 행복을, 지금, 여기, 스스로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지금, 여기, 스스로 생각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우선 관심을 기울이고 경청하고 이해하자. 그리고 난 후 어른들의 경험으로 가르쳐도 늦지 않다. 어떠한 아이들의 행복도 유예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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