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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에 악용 졸피뎀이 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 박세회
  • 입력 2016.03.01 10:10
  • 수정 2016.03.01 10:11

직장인 이모(28·여)씨는 최근 개인사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면유도제로는 졸피뎀이 최고'라는 추천을 많이 본 이씨는 졸피뎀 성분이 포함된 수면제를 처방받으러 동네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는 "약물을 쓸 정도 상태는 아닌 것 같다"면서 "낮에 활동을 많이 하시고 자기 전에 운동을 하라"며 졸피뎀을 처방해주지 않았다.

이씨는 '인터넷으로도 졸피뎀을 쉽게 살 수 있다'는 SNS 상 정보가 기억나 홧김에 불법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클릭 몇 번 만에 처방이 없어도 졸피뎀 등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쏟아졌다.

이씨는 잠시 혹했으나 곧이어 '졸피뎀을 상습 투약한 연예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졸피뎀이 성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등 기사 검색 결과를 보고 덜컥 겁이 나 검색창을 닫고 구매를 포기했다.

그는 2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자칫하면 불법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면서 "잠이 안 오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데 졸피뎀을 구하기가 이렇게 쉬우니 우발적으로 손을 뻗치는 이가 많을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색 사이트 어디서나 '졸피뎀 구매', '졸피뎀 처방 없이', '졸피뎀 직거래' 등을 치면 졸피뎀을 판다는 불법 의약품 쇼핑몰이나 개인 홈페이지가 곧바로 검색됐다.

이렇게 졸피뎀을 음지에서 구매하려는 이들 중에는 이씨처럼 처방을 받기를 실패한 진짜 불면증 환자도 있지만, 졸피뎀을 이용하는 성범죄자들도 있다.

졸피뎀은 수면유도 효과가 뛰어나지만 술과 함께 먹거나 과다 복용하면 기억을 잃는 등 부작용이 심한데, 이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근 대학약학회 학술지 '약학회지'를 통해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 중에는 졸피뎀을 사용한 경우가 가장 많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9월부터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도입해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를 강화해 졸피뎀의 온라인 불법 거래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불법 거래상들은 카카오톡이나 해외 메신저 어플을 이용해 추적을 피하며 암거래를 활발히 하고 있었다.

유명 중고거래 사이트에 '졸피뎀을 구한다'는 글이 올라오자 금세 '이곳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달라'며 카톡 아이디를 가르쳐주는 댓글들이 잇따랐다.

직접 "졸피뎀 구매가 가능하냐"며 문의 메시지를 보내보자 1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그렇다"는 답장이 왔다.

판매자들은 "1정에 1만원이고 정 단위로 거래가 가능하다"면서 "최근 물량이 없어서 통 단위로 사려면 몇 주를 기다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입금하고 주소를 보내주면 집으로 배송해주겠다"면서 "경찰에 걸릴 일없으니 안심하라"며 추적을 두려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경찰 관계자는 "카톡 등 개인 사이에 암거래가 이뤄지면 추적이 쉽지는 않다"면서 "대량 판매자가 검거되면 구매했던 사람들도 처방 없이 불법으로 약물을 구매한 혐의로 줄줄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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