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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의 정치를 위해 | 총선에 나선 이계삼 인터뷰

밀양 송전탑 투쟁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계삼'이라는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는 2012년 1월부터 지금까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해 왔다. "10년 동안 두 명이나 목숨을 끊었고 주민들 수천 명이 일상생활을 못 했어요. 마을공동체는 박살 나고 수백 명이 경찰에 입건됐고요. 실제로는 기존 송전선로만으로도 충분하고, 전력 소비 증가세나 현재 전력예비율을 보더라도 핵발전소 증설 안 해도 되는데 국가는 아무런 근거 없이 송전탑 건설을 폭력으로 강행했습니다." 이러한 부당함을 막아 낼 수 있는 유일한 힘을 가진 건 '정치'인데, 그가 경험한 한국 정치인은 오히려 국가와 자본의 '수문장'이자 '행동대장'이었다.

《고르게 가난한 사회》 펴낸 이계삼 씨

"지금 이 시대는, 그리고 다가올 시대의 현실은 '풍요'인가, '가난'인가. 또 하나, 고르게 풍요로운 사회가 가능할 것인가, 고르게 가난한 사회가 가능할 것인가." 책의 한 구절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약간의 우연과 거부할 수 없는 필연"으로 4년간 밀양 송전탑 투쟁을 해 온 사람이 무엇을 보았고, 그로 인해 어떤 사회를 꿈꾸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꿈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어떻게 "스스로 싸움의 자리에 들어왔는지"도.

글 이선미(살림이야기 편집부) | 사진 류관희

"우리 밀양 어르신들 얘기는 지금 봐도 짠하죠"

밀양 송전탑 투쟁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계삼'이라는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는 2012년 1월부터 지금까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해 왔다. 그 이전에는 중등 국어교사로 11년간 일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글을 써 왔다.

지난 2월 나온 책 《고르게 가난한 사회》는 그가 2009년부터 올해 1월까지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묶은 칼럼집이다.

"볼 사람은 다 본 글들을 묶어서 책을 낸다는 게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죠. 그런데 막상 내고 나니까 최근 몇 년 동안 내 생각의 이력이 쫙 보이더라고요. 모든 글을 다 최선을 다해 힘들게 썼어요. 우리 밀양 어르신들 얘기는 지금 봐도 짠하죠."

책을 보면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이 보여서 내가 갑자기 생뚱맞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이계삼 씨. 여기서 생뚱맞은 일이란 다가오는 20대 총선에 녹색당 비례대표 2번 후보로 출마하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치인이 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던 그가 바뀐 직접적 계기는 역시, '밀양'이다.

"10년 동안 두 명이나 목숨을 끊었고 주민들 수천 명이 일상생활을 못 했어요. 마을공동체는 박살 나고 수백 명이 경찰에 입건됐고요. 실제로는 기존 송전선로만으로도 충분하고, 전력 소비 증가세나 현재 전력예비율을 보더라도 핵발전소 증설 안 해도 되는데 국가는 아무런 근거 없이 송전탑 건설을 폭력으로 강행했습니다."

이러한 부당함을 막아 낼 수 있는 유일한 힘을 가진 건 '정치'인데, 그가 경험한 한국 정치인은 오히려 국가와 자본의 '수문장'이자 '행동대장'이었다.

"우리 정체성은 송전탑 반대 티셔츠나 조끼에서 드러나요. 그런데 국회 의원회관에 밀양 어르신들과 들어가려고 하면 검색대에서 안 들여보내 줘요. 국회에 이런 옷을 입고 들어가면 절대 안 된다고요. 결국 할머니들이 화장실 가서 옷을 갈아입고 가방에 집어넣은 뒤에야 검색대를 통과했어요. 오늘날 한국 정치의 민낯을 드러내는 거죠. '여기 들어올 때에는 이해관계 당사자가 아니라 우리 통제에 따르는 신민으로 들어오너라'라고 하는 거예요."

아주 상식적인 것조차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는 스스로 정치를 선택했다. 하지만 비례대표 후보자는 <공직선거법>상 제약이 많아 지금 할 수 있는 건 사실상 거의 없다.

"비례대표 후보자는 선거운동기간 동안 마이크를 들고 유세를 못 하게 되어 있어요. 후원회를 만들 수도, 후원회 행사를 할 수도 없고요. 그래도 책에 제 생각이 많이 담겨 있으니까 책을 통해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다 생각합니다."

몸을 쓰고 스스로 배우는 교육이어야

이계삼 씨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는 '교육'. 교육잡지인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교육칼럼을 꾸준히 써 온 그는 "학교의 일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대학 서열화와 입시제도, 무상교육·무상급식 등 교육비용 문제를 주요 관심사로 삼았다면 우리는 중·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게 실제 삶과 현실적으로 관련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예전에는 '국영수'가 밥을 줬는데 지금은 아무 보장을 못해 줘요. 대학졸업장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실제 삶에 이어질 수 있는 농사, 요리, 목공 등 실과교과와 예체능교과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전에는 공부하고 오후에는 몸을 써야 합니다. 유럽의 학교들과 한국의 많은 대안학교에서 이미 하고 있듯이요. 이렇게 교육과정을 전환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해요. 그래서 정권에 구애받지 않는 '국가교육과정위원회'를 만들어서 사회적 토론을 시작하자는 겁니다."

또 하나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사회·경제·정치적 권리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권리가 생기면 교사들이 '뭘 잘 가르칠까?' 고민하기 전에 그들 스스로 배웁니다. 특히 기본소득이 보장되면 의미 없는 대학을 다니기보다 자기 삶에 필요한 걸 스스로 찾을 거예요."

학생들도 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석할 수 있게 하고 투표권을 만 18세로 낮추어야 한다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계삼 씨는 당선된다면 "국회 잔디밭을 갈아엎고 텃밭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잔디밭이 보기에만 좋을 뿐이지 지하수를 고갈시키는 문제가 심각하죠. 텃밭에서 유전자조작 반대 음악회도 하고 채식 행사도 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이렇게 한국 정치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오고 싶습니다."

핵발전은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는 육성하고

이계삼 씨와 '탈핵'은 떨어질 수 없는 사이.

"녹색당은 2030년까지 탈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특히 노후된 핵발전소 9기는 굉장히 위험해요. 하루에 몇 시간 안 타는 자동차도 10년 타면 고장이 많아지는데, 핵발전소는 24시간 내내 핵폭발이 계속 일어나는 거니까요."

핵발전을 중단하고 에너지시스템을 전환하려면 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 등을 통한 수요관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핵발전소 의존율을 낮추기 위해 재생에너지도 육성해야 한다. "2011년 이후 폐지된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의하여 공급한 전기의 전력거래가격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고시한 기준가격보다 낮은 경우에 그 차액을 지원하는 제도)만 다시 고려해도 중소규모 재생에너지산업이 획기적으로 육성될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2012년부터 시행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발전사업자에게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할당량을 의무화하는 제도)는 강화해야 합니다. 지금은 어겨도 솜방망이 처벌이어서 할당량을 안 채우고 버티거나 엉뚱하게 폐목재 등을 태워서 할당량을 채웁니다."

소수정당의 의석이 하나 생긴다고 뭐가 그리 변하겠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가격 대비 성능'을 이야기한다.

"한국 정치에 일으킬 수 있는 변화가 어마어마할 겁니다. 탈핵을 꿈꾸는 사람이, 동물권을 이야기하며 공장식 축산과 싸울 수 있는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는 겁니다. 농업에 대한 무관심과 냉대에 맞서 귀농을 활성화하고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게 할 사람이 들어가는 거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정치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송전탑 투쟁을 하다 보니 정치가 중요하다는 걸 알긴 했지만 '내 일은 아니다', '권력욕·명예욕이 있는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하는 거다'라고 생각했어요. 나 같은 생각 때문에 세상이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훨씬 더 즐겁고 보람이 있을 수 있어요. 평범한 상식이 있고 인간사에 대한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관련 문의 : kjhvo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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