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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팔레스타인 기자는 이스라엘 체포에 항의해 94일 단식 농성을 진행했다(전후 사진)

이스라엘 보안당국에 체포된 팔레스타인 30대 기자가 94일간 옥중 단식 농성 끝에 26일(현지시간) 석방 약속을 받아내면서 그의 사연과 단식 투쟁이 현지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단식 항의 끝에 팔레스타인에서 민족적 영웅으로까지 불리기도 한 주인공은 사우디아라비아TV 알 마즈드 소속 기자인 모함메드 알킥(33)씨.

그의 아내 파햐 샤라쉬(29)씨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1월21일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 자택에서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 요원들에게 기습 체포됐다.

평소 모습

당일 새벽 3시 집 대문을 폭파하고 들어온 신베트 요원 10여명이 영장도 없이 두 눈을 가리고 두 손을 묶은 상태로 그를 끌고 갔다.

샤라쉬가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진 남편의 소식을 접한 건 그로부터 20일 뒤. 모함메드 알킥이라는 성명의 수감자가 11월 25일부터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통해서다.

알킥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연계해 이스라엘을 상대로 테러를 모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남편이 대학생 때 하마스 산하 학생 연합회장이었다는 점도 이스라엘 당국의 수사 대상에 포함된 이유다.

알킥은 체포된 직후 이스라엘 교도소와 병원에서 석달간 넘게 단식 투쟁을 하다가 행정구금 기한이 끝나는 오는 5월21일 석방을 조건으로 단식을 끝내기로 했다. 이스라엘 당국과는 이러한 내용에 지난 26일 합의했다.

그는 이번 조치로 면회까지 금지됐던 가족과도 상봉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알킥은 팔레스타인에서는 유명 인사가 됐다.

기록적 단식 투쟁에 팔레스타인은 모처럼 제대로 저항했다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최근 5개월간 이스라엘과의 충돌로 위축됐던 팔레스타인 입장에서는 상징적 저항의 승리로 인식된 것이다.

서안 라말라, 헤브론 등 팔레스타인 주요 도시 거리, 식당, 호텔 로비에 내걸렸던 그의 포스터는 단식 종료 후 사라지긴커녕 오히려 더 늘었다.

구금 기간 신베트 요원에게 모진 고문을 당하고 테러 모의 혐의를 부인하면 7년 간 구금될 것이란 협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팔레스타인 주요 도시에서는 그를 위한 구명운동이 펼쳐치기도 했다.

일부 도심 광장에서는 포스터를 들고 "모함메드는 영웅"이라고 외치는 무리도 보였다.

서안 헤브론에서 만난 라에드 나츠헤(48)씨는 "이곳에서 그 기자의 인기는 엄청나다"면서 "그가 팔레스타인들이 (이스라엘에) 승리했다는 느낌을 안겨 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팔레스타인 주민 이야드 알지르(33)씨는 "단식 농성은 원래 아일랜드에서 유래했지만 이제는 팔레스타인 고유의 투쟁 방법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단식 투쟁은 녹록지 않았다.

키 187㎝에 몸무게가 90㎏에 달했던 그는 90일 넘는 단식으로 체중이 60㎏ 이하로 떨어졌다. 물 이외에 장기간 어떤 음식도 섭취하지 않아 생명이 위독할 기미를 보이자 이스라엘 북부 아풀라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그는 해당 병원에서 구금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여론이 악화하자 이스라엘 고등법원은 지난 4일 일시적으로 구금 해제 명령을 내렸으나 그는 단식을 멈추지 않았다.

석방 소식을 손꼽아 기다려온 아내 샤라쉬는 연합뉴스에 "남편의 단식 농성을 지지한다"며 "이스라엘 결정은 언제든 번복될 수 있어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편이 체포됐을 때 누구도 그의 행방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기소 절차 없이 피의자를 임의로 억류하는 '행정구금'을 비판했다.

행정구금은 재판 절차 없이 6개월마다 구금을 무제한 연장할 수 있는 제도로 이스라엘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종종 적용해 반발을 사고 있다.

신베트는 이스라엘 정부기관을 통해 연합뉴스에 "그는 하마스와 연계한 혐의로 2008년 징역형을 받았고 보도를 통해 반복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선동함으로써 잠재적 테러 위험성을 키웠기 때문에 행정구금을 당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신베트는 또 "잠재적 위험성을 비추어 볼 때 그는 풀려나면 형사법상 소추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행정구금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새로운 행정구금 명령이 없고 추가 혐의점이 없을 경우 5월21일까지 구금키로 한 현 상태는 유지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수천 명은 수감 조건 개선이나 임의 구금에 항의하며 단식 농성을 했고 이 중 일부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까지 이르렀다.

이스라엘은 저명한 팔레스타인 재소자가 단식하다가 사망하면 서안과 동예루살렘에서 폭력 사태가 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 인권감시기구에 따르면 1980년 단식농성을 하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3명이 강제급식을 당하다 사망한 적이 있다. 음식이 위가 아닌 폐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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