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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캐롤라이나 흑인 유권자들은 왜 힐러리에게 몰표를 던졌나

  • 김도훈
  • 입력 2016.02.28 09:40
  • 수정 2016.02.28 09:41
ⓒgettyimage/이매진스

사우스캐롤라이나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버니 샌더스를 누르고 압승했다. 미국 남부의 심장부인 '딥 사우스'에서 일궈낸 이번 승리는 무엇보다도 클린턴이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흑인 표심을 완전히 장악했음을 확인시켜줬다.

전체 민주당 유권자의 55%(2008년 경선 기준)에 달하는 흑인들이 클린턴에 사실상의 '몰표'를 던졌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흑인 유권자 가운데 무려 87%가 클린턴에게 표를 던졌고, 13% 만이 샌더스 편에 섰다. 백인 유권자는 샌더스가 58%를 얻어 42%에 그친 클린턴을 16%포인트 앞섰지만, 그 격차는 흑인 유권자 그룹에 비해 매우 작았다고 볼 수 있다.

클린턴으로서는 2008년 경선때 가장 쓰라린 실패를 겪었던 곳에서 가장 화끈한 승리를 거둔 점이 더욱 값져 보인다. 당시 클린턴을 제치고 28%포인트의 격차로 버락 오바마 후보를 전폭으로 지지했던 '검은 표심'이 이번에는 클린턴 쪽으로 확실히 돌아섰다.

이는 클린턴의 현지 유세전략이 크게 먹혀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자신이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기조를 이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계승자'임을 내세우며 흑인 표심에 호소했다. 제임스 클리번(민주당) 하원의원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흑인지도자 대다수도 클린턴의 손을 들어줬다.

여기에 클린턴 개인이 현지 흑인사회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클린턴은 이번 유세 과정에서 흑인 인권단체인 '흑인 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로부터 과거 흑인비하성 발언을 놓고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남부의 흑인들 사이에서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인물이기도 하려니와 1990년대 초반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흑인을 비롯한 소수인종에 우호적인 교육과 인종정책을 펴온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흑인 유권자들은 클린턴이 샌더스보다 인종차별 문제를 더 잘 다룰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남부 주인 아칸소에서 20여 년간 인권과 관련한 변호사로 활동하고 주지사 부인으로 있었던 점도 사우스캐롤라이나인들에게는 정서적 호감을 주는 대목이다.

흑인 표심은 12개 주(재외유권자 제외)에서 코커스 또는 프라이머리가 치러지는 '슈퍼화요일' 경선을 앞두고 클린턴에게 가장 든든한 원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흑인 유권자 비중이 큰 텍사스와 조지아, 앨라배마와 같은 남부 주들은 물론이고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인 버지니아 주도 흑인 유권자 비중이 30%를 넘어서고 있어 클린턴으로서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대로 샌더스로서는 이번에 남부의 전략 거점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참패'함으로써 초기 '아웃사이더 열풍'을 전국 단위로 확산시켜나가는 데 실패했다. 뉴햄프셔에서 백인 유권자들이 '몰표'를 던졌던 것과는 정반대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흑인 유권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샌더스는 이번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을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상대적으로 현지 유세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렇다고 소홀히 했던 것만은 아니다.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흑인 유권자들을 상대로 소득 불평등과 인종차별을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지지를 호소했다. 흑인 영화감독인 스파이크 리가 라디오 광고를 만들고 흑인 래퍼인 킬러 마이크와 코넬 웨스트 프린스턴 대학 명예교수도 샌더스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유세 과정에서는 1960년대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함께 워싱턴 D.C.에서 행진하고 시카고대학 재학시절 흑인차별에 저항하는 시위를 하다 체포된 경력을 집중 부각시켰으나, 클린턴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북동부를 기반으로 하면서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가 남부에서는 지명도가 높지 않은 점도 큰 약점이었다. 일각에서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백인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샌더스를 지지한 것이 오히려 흑인 유권자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흑인 표심을 얻는 데 실패한 샌더스로서는 사흘 앞으로 다가온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크게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격전지인 텍사스와 조지아, 버지니아, 아칸소 등은 흑인 유권자들의 비중이 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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