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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속아온 천연 화장품에 대한 4가지 환상

과연 먹을 수 있으면 바를 수 있을까? 택도 없는 말이다. 일단 피부는 위장처럼 튼튼하지 못하다. 위와 장에서 위산과 소화효소가 음식물을 분해할 때 피부는 자신의 피부에 닿는 출처불명의 곡물과 식물성분에 그대로 노출된다. 피부에는 그 꺼칠꺼칠한 곡물껍질을 잘게잘게 부숴줄 침과 이가 없다. 곡물마사지를 해서 피부가 퉁퉁 부어오르고 블랙헤드를 뽑는다고 식용류를 이용해 마사지를 하다 모공 하나하나가 다 막힌 피부를 내게 보이는 상담자를 보면 "무슨 생각으로 이러셨수?"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 이나경
  • 입력 2016.03.02 12:13
  • 수정 2017.03.03 14:12
ⓒGettyimage/이매진스

요즘 미디어에서 화장품을 다루는 프로그램들, 시중에 나와 있는 뷰티서적들의 트렌드를 보면 "화장품의 불편한 진실"류가 주를 이루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화장품의 효능은 과장되었고 특히 화장품 속에 들어간 화학성분들의 각종 피부트러블의 원인이며 더 나아가 피부 노화를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은 여성들이 화장품에 대한 환상을 깨는 데 일조하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 내용 중 상당수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선정적인 것이라 화장품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감마저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 결과 여성들이 인터넷에서 각종 천연 DIY 화장품 레시피를 찾아 스스로 화장품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레몬토너는 이미 고전으로 자리잡았고 최근에는 돼지껍데기를 이용한 피부마스크에서 그 정점을 이루었다.

하지만 과연 과대광고를 해온 것은 화장품회사의 화장품뿐만일까? 지금까지 의심 없이 믿어온 천연미용법, 천연화장품에 대한 내용은 모두 사실일까? 에 대한 고민을 할 때가 되었다.

먹을 수 있는 성분이므로 피부에 안전하다

일단 먹거리에 사용되는 천연재료들은 DIY 천연화장품 제작에 있어 "피부에 안전하며 영양을 주는 성분"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천연재료를 강조하는 화장품 회사일수록 "우리 제품은 먹어도 괜찮은 제품이에요"라는 멘트로 자사제품의 안전성을 홍보한다. 하지만 피부를 이처럼 소화기관과 동일시하는 것부터가 피부와 화장품의 성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먹을 수 있으면 바를 수 있을까? 택도 없는 말이다. 일단 피부는 위장처럼 튼튼하지 못하다. 위와 장에서 위산과 소화효소가 음식물을 분해할 때 피부는 자신의 피부에 닿는 출처불명의 곡물과 식물성분에 그대로 노출된다. 피부에는 그 꺼칠꺼칠한 곡물껍질을 잘게잘게 부숴줄 침과 이가 없다. 곡물마사지를 해서 피부가 퉁퉁 부어오르고 블랙헤드를 뽑는다고 식용류를 이용해 마사지를 하다 모공 하나하나가 다 막힌 피부를 내게 보이는 상담자를 보면 "무슨 생각으로 이러셨수?"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천연영양성분이 피부 속으로 침투

또한 이러한 천연미용법은 "피부에 영양소를 공급한다"는 상당히 영양학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물론 피부에 도포되는 성분들 가운데에는 미용적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피부에 영양을 공급한다는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타민 영양소 역시 피부에 발라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천연상태로 비타민 C, E 등이 함유된 야채 과일을 갈아 피부에 부비부비 하는 것이 아니라 피부에 침투가 가장 잘 될 수 있는 형태로, (ex. 비타민 C는 L-아스코르빈산, 비타민 E는 알파-토코페롤) 피부에 가장 침투가 잘 되는 pH 를 맞추고, 피부에 흡수돼 작용할 수 있는 적정 농도를 갖춘 상태에서 피부에 도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화장품 회사 내의 연구실에서" "화학자들에 의해" "합성된 성분"으로 이루어질 때 가장 완벽해진다.

천연화장품 신봉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요소들이 모두 모여 완전체를 이룰 때 비로서 피부에는 가장 효과적인 화장품이 탄생된다는 아이러니.

비타민이 듬뿍 들어간 천연팩

천연 DIY화장품 가운데 가장 많이 접하고 또 쉽게 만들 수 있는 천연화장품으로는 천연팩을 들 수 있는데 잡지나 인터넷에서 레시피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카모마일, 알로에겔 등의 성분은 나 역시 자극받은 피부를 진정시킬 때 즐겨 사용하는 재료들이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유효성분을 얻기 위해서는 잘 건조된 상태에서 티는 진하게 우려내야 하며 알로에겔은 순도가 100%에 가까워야 한다.

하지만 천연팩의 레시피들을 보면 이들 야채가 가지고 있는 비타민성분들을 강조하는데 대부분의 야채/과일팩류는 99%가 그저 수분일 뿐 항산화, 미백 유효성분으로 작용할 수 있는 비타민 A,C,E 등은 극미량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수분이 듬뿍 들어간 야채를 갈아 피부에 얹음으로써 피부표면에 일시적인 수분공급이 돼 피부톤이 환해지고 촉촉하고 탱탱하게 느껴지나 그 효과가 다음날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연예인 광채피부의 비밀은 천연미용법

잡지에 나오는 "바캉스 후 지친피부를 되돌리는 방법"류의 기사를 보면 연예인, 뷰티전문가들의 "나만의 시크릿"류의 코멘트를 쉽게 볼 수 있다. 나 역시 이러한 도움말을 많이 의뢰받는데 그때마다 잡지사는 웬만하면 "천연방식을 이용한 민간요법" 위주로 알려달라고 요청한다. 그 소재가 독특하고 기발할수록 더욱 인기 있는 소재가 된다.

내가 기자에게 몇 가지 민간요법 스킨케어의 피해사례를 설명하고 한두 명의 간증으로 그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할 수는 없다"고 설명을 하여도 "아... 네~ 하지만 독자들은 아무래도 일반 화장품사용보다는 천연미용법을 선호해요. 오가닉이 대세잖아요~" "오가닉과 피부미용이 도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거죠? " 라는 나의 질문엔 모두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얼버무린다.

내가 20대 시절 스킨케어를 처음 배우던 때 피부미용학원의 원장선생님은 그 당시 상당수의 여성지에 미용기사를 기고하고 계셨다. 하지만 매달 잡지원고를 보낸 후에 우리 학생들에게 하는 말씀은 "아아, 이번달에도 천연팩 기사를 몇군데 잡지사에나 보냈는지 몰라요. 사실 천연팩 같은 것들은 독성이 많아서 트러블 날 가능성이 높은데 말이죠. 게다가 시장에서 파는 천연팩가루들은 정말 어디서 재배된 것인지도 알 수 없잖아요? 자란 환경에 따라 독성을 더 품을 수 있거든요.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언제나 잡지에서 원하는것들은 천연팩이나 천연미용법이니... 에휴..."

그때로부터 벌써 23년이 흘렀다. 그런데 이 한탄을 지금 나도 똑같이 하고 있다.

기사내용이 잡지사의 웰빙(판매부수) 을 위한 건지 독자의 피부 웰빙을 위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글을 쓰는 사람들조차 회의를 가지는 미용법을 과연 신봉할 이유가 있을까?

* 라파스 아크로패스에 게재되었던 칼럼을 재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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