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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여우주연상 수상소감 8가지

  • 강병진
  • 입력 2016.02.26 11:47
  • 수정 2016.02.26 11:50

오스카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은 수상자로 호명되는 순간, 더 긴장할 것이다.

시상자가 이름을 부르면 수상자는 우아하게 무대로 올라가서 – 넘어지지 않고 – 금색 조각상을 받아 든 다음 진심에서 우러난(그러나 연습한), 우스운(그러나 공손하고 감동적인) 신중한 수상 소감을 말해야 한다. 마치 조지 클루니와 메릴 스트립처럼 말이다. 온 세상이 당신을 평가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멜리사 레오는 이렇게 말했다. “2년 전에 케이트 윈슬렛이 하는 걸 봤을 땐 정말 X나 쉬워 보였는데!”

특히 오스카 시상식 때 여배우들의 말은 엄청나게 꼼꼼한 분석을 받는다. “고맙습니다”와 “엄마 사랑해요” 등등을 하나하나 살피고 앤 해서웨이부터 제니퍼 로렌스까지의 척도로 호감도를 밝혀낸다. 우리는 무대 위에서 고작 몇 분을 보내는 이 여성들에게 정말 엄청난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기억에 남을 만큼 멋진 수상소감을 전했던 역대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자들의 순간들을 정리했다.

산드라 블록, ‘블라인드 사이드’ (2010)

산드라 블록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들이 ‘블라인드 사이드’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가 수상 소감을 말하는 동안 전부 드러났다. 바로 음흉한 위트, 언더독의 특징, 유별난 동시에 엄청나게 우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신랄한 첫 마디(“제가 이걸 정말 받은 건가요, 아니면 하도 오래 활동하다 보니 그냥 주신 건가요?”)부터 다른 후보들에 대한 우스운 말들(“메릴-스트립-, 내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신도 알고 있을 거예요. 당신은 키스를 정말 잘해요.”)까지, 불록은 3분 정도의 시간에 당신을 웃기고, 울리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블라인드 사이드’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도 있겠지만, 그 날 밤 그녀의 연기와 발언은 순수한 황금 오스카 그 자체였다.

제니퍼 로렌스,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 (2013)

넘어진 것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제니퍼 로렌스가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상을 받으러 계단을 올라가다 넘어진 것은 2013년 시상식 시즌을 달군 로렌스 붐의 절정을 장식했다. 무대 위에 있었던 시간은 짧았지만, 로렌스의 트레이드마크인 자기 비하와 거르지 않은 유머는 거부할 수 없는 조합이었다. 역대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자 중 두 번째로 어렸던 그녀가 이 정도로 인정받은 것은 잊기 어려운 스타 탄생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드레스!

할리 베리, ‘몬스터 볼’ (2002)

할리 베리의 수상 소감은 오스카의 역사에 남을 순간이었다. 그녀는 최초의 흑인 여우주연상 수상자였을 뿐 아니라, 오스카 무대에서 그토록 감정을 그러낸 여배우는 거의 없었던 덕분이다. 14년이 지난 지금 봐도 감동적이다. 러셀 크로우가 할리 베리의 이름을 말하는 순간부터 베리는 자신의 수상의 큰 의미에 압도 당하고,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과거와 현재의 흑인 여배우들의 이름을 댄다.

“이 순간은 나 자신보다 훨씬 더 큰 순간이다. 이 순간은 도로시 댄드릿지, 레나 혼, 다이안 캐롤을 위한 순간이다. 이것은 나의 옆에 선 제이다 핀켓, 안젤라 바셋, 비비카 폭스를 위한 순간이다. 오늘 밤에 문이 열렸다. 지금은 모든 이름 없고 얼굴 없는 유색 인종 여성을 위한 순간이다.”

줄리아 로버츠, ‘에린 브로코비치’ (2001)

드레스, 그녀의 미소, 그 웃음, 사랑스러운 수상 소감 – 7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줄리아 로버츠는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당시 미국 최고의 인기 여성이던 로버츠는 무대에서 아무 말이나 한 다음 그 미소만 지어도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웃었을 것이다.

감사하는 사람들을 열거하기 전에, 로버츠는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퇴장 음악을 시작할 지휘자에게 말해둔다.

“여기서 할 말이 많아서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저, 음악이 정말 좋긴 한데, 그 막대기를 너무 빨리 휘두르시는 것 같아요. 앉아계세요. 전 여기 다시는 못 설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이보다 더 멋진 마지막 말이 있었을까. “난 세상을 사랑해요. 너무나 행복해요. 고맙습니다!”

셜리 맥클레인, ‘애정의 조건’ (1984)

연설 이야기를 하기 전에, 시상자 라이자 미넬리의 80년대식 헤어스타일과 듣기 불편한 말투를 감상하자.

‘애정의 조건’을 아직 안 봤다면, 휴지 한 통과 먹을 것을 준비하고 몇 시간 동안 태아 자세로 울 준비를 해두라. 그 정도로 좋은 영화다. 영화에는 모녀가 등장하고 셜리 맥클레인이 어머니를 맡았는데, ‘길모어 걸스’를 부끄럽게 만들 정도의 맥클레인의 연기는 강렬함과 정직함을 담고 있다. 유튜브 영상을 몇 개 보고 나면 “내 딸에게 기회를 줘!”라고 따라서 외치지 않을 수가 없다.

26년 동안 활동하고서야 오스카를 받은 맥클레인은 유창하고 초점이 있는, 그리고 군데군데 아주 우스운 소감을 말한 뒤 인생과 예술의 상호 작용에 대한 보편적인 진실이 담긴 말로 마무리한다.

“영화와 인생은 찰흙과 같아서 우리가 형태를 빚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가 얻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만 하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잠재력에 신의 축복이 있기를. 나는 이걸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샐리 필드, ‘마음의 고향’ (1985)

오스카 수상 소감 중 가장 유명한 문장은 샐리 필드가 대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마음의 고향’으로 여우주연상을 받고 한 말일 것이다. “여러분은 저를 좋아해요. 여러분은 정말로 저를 좋아해요.”

그런데 그런 일은 없었다.

샐리 필드가 했던 말은 “여러분이 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네요, 바로 지금, 여러분은 저를 좋아해요.” 였다. 우리는 어쩌면 누군가가 우리를 좋아하기를 너무나 갈망해서 잘못된 인용을 그냥 믿어버리는지도 모르겠다. 저 말이 필드의 연기와 길지 않았지만 무척 매력적이었던 나머지 수상 소감을 다 가려버렸다. 필드는 두 번째로 오스카를 받은 것이었지만, 수상 소감에서 말했듯 이번이 훨씬 더 의미가 컸다. 필드의 전염성 있는 진심 어린 성격과 가장 중요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존중 받았다는 데 대한 진정한 감사가 느껴진다.

기네스 팰트로, ‘셰익스피어 인 러브’ (1999)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연기로 상을 받았다는 것 외에도, 기네스 팰트로는 혼자 힘으로 핑크색을 다시 유행시켰기 때문에 모든 상을 다 받을 자격이 있었다. #AllTheAwards

당시 겨우 26세였던 팰트로는 눈물을 참고 자신의 성공에 기여한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를 전한다. 케이트 블란쳇과 메릴 스트립 등의 강적을 이기기란 쉽지 않았지만(“당신이 있어서 나는 내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기분이 별로 들지 않아요.”라고 팰트로는 스트립에게 말했다), 무대 위의 팰트로를 보면 상을 받을 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간신히 침착을 유지하던 팰트로는 가족을 언급할 때 눈물을 흘리고야 만다. 어머니이자 동료 여배우인 블라이드 대너가 객석에서 지켜보았다.

“엄청난 규모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나는 이 역을 연기할 수 없었을 것이고, 그 점 때문에 나는 가족에게 감사해요. 여기에 올 수 있었을 뻔했던 버스터 할아버지 … 세상 무엇보다 할아버지를 사랑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가족을 만들었다는 걸 할아버지가 아셨으면 하고, 우린 그래서 감사드려요.”

힐러리 스웽크, ‘소년은 울지 않는다’ (2000)

우리는 힐러리 스웽크를 꼭 넣으려고 노력했다… 스웽크가 당시의 남편이던 배우 채드 로우를 까먹은 것이 유명하기 때문이다. 스웽크는 ‘소년은 울지 않는다’로 상을 받았지만, 아이러닉하게도 채드 로우는 객석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스웽크는 남편만 빼고 모든 사람을 다 언급했다.

그걸 제외하면, 스왱크의 수상 소감은 트랜스젠더의 이야기에 대한 헐리우드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중요한 증거였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에서 스왱크는 너무 이른 나이에 죽은 실제 트랜스젠더 남성 브랜든 티나를 연기했다.

“나는 우리 모두에게 큰 영감이 되어준 브랜든 티나에게 감사하고 싶어요. 그의 유산은 우리 영화를 통해 살아남아 우리는 늘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걸 일깨워 줍니다. 나는 우리가 우리의 차이를 받아들일 뿐 아니라 다양성을 축하할 날을 위해 기도합니다.”

 

허핑턴포스트US의 The Most Memorable Best Actress Acceptance Speeches In Oscars Histor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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