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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쎈 초점] 논란의 '치인트', 입을 여는 자 & 입을 닫는 자

  • 박세회
  • 입력 2016.02.25 17:32
  • 수정 2016.02.25 17:35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 연이어 불거진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그런 가운데 누군가는 힘겹게 입을 열어서 불만을 토로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입을 오히려 굳게 다물었다. 그러는 사이 논란은,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커졌다.

◇우려 씻고 화려한 스타트…갈수록 용두사미

'치즈인더트랩'의 시작은 화려했다. 초중반 기대 이상의 시청률로 7%를 달성했고, 우려했던 원작팬들도 완벽한 싱크로율과 배우들의 열연에 박수를 보냈다. 문제는 중후반부터였다. 원작과 분리되는 새로운 드라마가 나온 듯한 엉성한 짜임새는 모두를 당황케 했다.

알다시피 '치즈인더트랩'은 약 5년여 동안 연재중인 순끼 작가의 웹툰이다. 앞서 방송됐던 내용들의 상당 부분, 예컨대 캐릭터들의 프로필이나 성격 등은 고스란히 드라마로 옮겨져 왔다. 작품 전반을 이끌었던 굵직한 에피소드들이나 현실성 짙은 밉상 악역들이 그랬다.

문제는 이후부터다.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은 검증이 어느 정도 끝났던 원작의 내용을 더 넘어가 새로운 에피소드를 구성해야 했고, 현재진행형인 원작 내용을 뛰어넘어 드라마의 엔딩을 창조해 내야 했다. 현재 드러나는 인물들의 관계나, 변형된 에피소드는 분명 그들이 창조한 엔딩을 위한 밑밥 쯤이다.

그런데 초중반의 내용과 중후반이 분리된 듯 지나치게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분명 제작진이 그 책임을 벗어나지 못할 사안의 문제인 점은 확실하다. 원작이 있고 없고에 따라, 작품의 내용이 흔들려서는 안 됐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답안은 없지만, 대다수가 납득되지 않을 전개를 끄집어내선 안 됐다.

시청자의 불만은 쇄도했지만, 관계된 모든 이들이 침묵하고 있을 때 원작자 순끼 작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원작자 "드라마 방향, 협의·공유無…엔딩에 항의"

순끼 작가는 지난 24일 밤 '이런저런 공지'라는 타이틀로 드라마 협의와 관련된 내용을 비롯한 치어머니 단어 사용 등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특히 현재 논란이 불거진 드라마의 전개나, 앞으로 공개될 드라마의 엔딩에 대한 언급 등은 다소 충격적인 부분이 포함됐다.

순끼 작가는 드라마와 관련 "드라마 내용 관련 논의를 위해 작가님들과 감독님을 두어번 만났고,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나 전개되는 스토리 및 엔딩에 관한 질문에 대답을 했다"고 밝혔다. '원작 엔딩의 연출과 내용은 이러하지만(원작엔딩 공유), 원작이 더 길어질 경우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엔딩을 다르게 해주기를 바람', '혹시라도 제작 중에 의문 사항이 있거나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 달'는 것이 순끼 작가가 밝힌 요청 사안. 하지만 순끼 작가는 이 모든 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순끼 작가는 "드라마가 '원작에 충실하게' 제작되는 동안 제게는 연락 한 통이 없었고 저는 드라마가 어떤 내용으로 제작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시나리오 공유를 요청하자 '드라마 대본의 철통보안'이라는 이유로 원작자인 제게도 6화 이후로 공유가 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드라마 제작 이후로 처음 받은 연락은 '지금 14화 촬영 직전인데 엔딩을 이렇게 해도 될까요?'하는 문의였다. 원작과 다른 엔딩을 해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엔딩 내용은 물론이고 연출마저 흡사했고, 저는 이 부분에 항의하며 엔딩을 다르게 하라고 재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2회의 엔딩이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그게 공개됐을 때 지금의 논란이 사그라졌을 거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비단 기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박해진 측 "정아~어디니. 내 목소리 들리니"

박해진의 소속사 더블유엠컴퍼니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23~24일 "배우의 제2의 집 촬영장은 숭고해야 하는 곳. 누구 하나 만을 위한 드라마일 순 없다" "정아~ 어디니. 내 목소리 들리니", "대본의 무거움. 그건 우주의 가치" 등의 글을 게재하며 논란에 불을 활활 지폈다.

'치즈인더트랩'은 원작 웹툰의 로맨스릴러(로맨스+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를 차용해 사랑을 받았다. 위험한 본성을 숨긴 완벽 스펙남 유정(박해진 분)은 유일하게 자신의 본모습을 꿰뚫어본 비범한 여대생 홍설(김고은)과 힘겨운 로맨스는 흥미를 유발하기 충분했다.

신선한 장르와 본 적 없는 유정 캐릭터는 드라마 초반 '치즈인더트랩'의 인기 불씨를 확실하게 지피는데 기인했다. 어딘가 상처을 숨기고 있고 조금은 비뚤어진 듯한 백인호(서강준) 역시 사랑을 받던 캐릭터다. 주관이 뚜렷하고 모든 것에 똑부러진 홍설은 또 어땠나.

그런데 지금은 앞선 설정들이 당최 어디로 몽땅 증발했는지, 그저 TV에 반복되던 흔한 삼각 멜로물을 보는 듯 하다. 남자 둘에 여자 한 명의 드라마는, 둘러보면 어디라도 많다. 그걸 '치즈인더트랩'에서 똑같이 요구했던 이는 없다.

◇침묵하는 tvN·이윤정 PD·에이트웍스

원작자와 박해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입을 열지 않았다. 이제 정작 입을 꼭 열어야 하는 이는 확실해졌다. 이 같은 사태를 만든 tvN과 제작진, 그리고 제작사 에이트웍스다.

반(半)사전제작드라마 임에도 유독 말을 아꼈던 제작진은, 각종 논란이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분량과 짜임새에 나온 이야기가 나오자, "원작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드라마 만의 결말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남은 2회와 결말을 끝까지 지켜봐달라"고 한 당부가 전부였다.

일단은 엔딩을 보라고 했던 이들의 임시변통 답변은 이후 순끼 작가가 블로그에 불만글을 올리며 민망해졌다. 보라던 엔딩이 결국 원작자가 그렇게도 피해달라던 엔딩과 일치한다니, 원작자나 원작팬으로서는 정말 힘이 빠지는 일이다.

순끼 작가의 볼멘소리 이후 '치즈인더트랩' 제작진은 만 하루가 지나는 시점까지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은 채 "순끼 작가와 이야기를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또 박해진 측의 불만도 결국 표면화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tvN 측은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는 이야기 뿐이다. 또한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윤정 PD 역시 OSEN에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할 게 없다"라고 모든 논란에 대해 입을 닫았다.

침묵이 능사는 아니다. 순끼 작가의 말이 사실이라면 사과를 해야하고, 오해라면 빨리 풀어야 한다. 박해진 측과도 마찬가지다. 내부 이야기로 치부하기엔, 이제 많은 사안들이 공론화 됐다. 이제 시청자도, 이같은 사태가 어떤 이유로 발생했고, 누구의 잘못이었는지를 알아야 할 듯 싶다. 그리고 당사자들은 다시는 동일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를 본보기로 노력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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