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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지금 '국가비상사태'가 맞는지 법률가들에게 확인해 보았다

ⓒ한겨레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이유는 현재 한국의 상황이 국회법 제85조가 정한 직권상정의 요건 가운데 하나인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23일 정의화 의장은 직권상정에 앞서 아래와 같이 그 이유를 밝혔다.

"현재 우리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북한이 국가기간시설에 대한 테러 등 대남 테러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도 있었다"

"각종 테러를 자행할 개연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지적 역시 잇따르고 있다"

정 의장은 직권상정에 앞서 법률 자문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21일부터 24일까지 해외 순방을 떠났음을 지적하며, '국가비상사태'가 맞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25일 녹색당 논평

한국은 지금, 정말로,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 것일까?

법률가들 사이에서는 '국가비상사태라 볼 수 없다'는 의견과 '사법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라는 의견이 함께 나오고 있다.

JTBC 팩트체크에 따르면, 두 법률가는 각각 아래와 같이 밝혔다.

"하다못해 대한민국 정부 어느 귀퉁이에도, 비상대책위원회 하나 되어 있는 게 없거든요? 최소한 의장이 비상사태라고 이야기하려면, 적어도 국회 사무처에 비상기획단을 만든다든지, 북한이 핵무기를 쏘면 국회는 어떻게 대처할 건지 계획을 짜라든지, 그 정도는 해놓고 비상사태라고 해야죠"(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게 일종의 정치적인 해석이기 때문에, 정답이 있을 수가 없고, 그거에 대해서 법원이 판단할 수도 없죠. 재판 가봐야 법원이 판단 안 해요, 그건"(정태원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3일 논평을 통해 "명백한 법률해석의 오류"라며 아래와 같은 견해를 내놓았다.

직권상정이 가능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란 그런 사태가 목전에 발생하였거나 발생이 곧 임박하여 국회 원내교섭단체의 의사협의가 불가능 또는 이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정도의 급박한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지, 법안의 내용에서 상정하고 있는 어떤 사태가 예정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즉 정의화 의장이 이병호 국정원장으로부터 청취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 등으로부터의 구체적인 테러 위협 정보”가 있다는 사정은 테러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의 논거는 될 수 있을지언정 직권상정이 가능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정의화 의장이 들었다는 것은 국정원의 일방적인 첩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하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

다만, 현 상황에서 분명한 게 하나 있다.

정 의장이 전례 없는 중대 결정을 내리면서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는 점이다.

"지난번 직권상정 요구가 있었을 때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 없다, 그때 경제 관련 법안이었습니다마는. 지금은 또 국가비상사태라고 본다라고 했기 때문에 그 차이가 무엇이냐에 대한 명확한, 설득력 있는 설명, 이런 것들은 분명히 좀 필요해 보이기는 합니다."(JTBC 팩트체크의 손석희 앵커 발언 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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