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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금서' 히틀러 자서전, 독일서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 원성윤
  • 입력 2016.02.24 18:05
  • 수정 2016.02.24 18:08
ⓒ한겨레

'무게 6㎏, 2000쪽, 짧은 제목만 담긴 회색의 표지.'

일반인이 쉽게 읽기 힘든 학술용 책이 23일 독일 비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2위를 차지했다. 반유대주의 사상과 순수한 게르만 국가의 건설을 주장해 70년간 출판이 금지됐던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이다. <나의 투쟁> 출간을 주도한 뮌헨시의 현대사연구소(IFZ)는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초판본 4000권은 바로 매진됐으며, 2쇄에 들어간 1만5000권 역시 모두 판매돼 3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히틀러가 쓴 책으로 이윤을 내는 것이 과연 정당하느냐는 논쟁이 일었던 독일에서 <나의 투쟁>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독일 유명 서점들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책에 대한 광고를 하지 않았고, 추가 주문이 없는 한 재고도 쌓아두지 않는다. 현대사연구소 소장인 크리스티안 하르트만은 지난달 말 열린 출판 설명회에서 “<나의 투쟁>은 히틀러 치하의 독일을 의미하는 ‘제3제국’ 시절의 유물 중 하나이고, 여전히 많은 독일 가정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 책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를 분석했다.

나치 당원들의 필독서였던 <나의 투쟁>은 1945년 2차 대전이 끝난 뒤 독일에서 출판이 금지됐고, 나치출판사에 속해 있던 저작권은 바이에른주로 넘어갔다. 저자 사후 70년간 보장되는 저작권이 만료되는 2015년, 독일에서는 이 책을 어떤 방식으로 출판할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독일 연방정부는 ‘히틀러의 사상’이나 ‘나치당의 역사’와 같은 비판적 주석과 각주를 더한 학술용 서적에 한해 출판을 허용하기로 했다.

난민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독일에서 <나의 투쟁>이 난민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독일의 극우 세력은 자신들의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히틀러의 사상을 이용하는 것을 자제해 왔다”면서도, “극우 정치인들이 난민을 비난하면서 독일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독일 동부의 바우첸 지역에서는 극우 세력의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인해 공사중이던 난민 캠프가 불에 탔고, 18일 클라우스니츠 지역에서는 난민촌 재개방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난민을 태운 버스를 둘러싸고 항의하는 등 최근 독일에서는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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