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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18분 '필리버스터' 은수미 의원의 마지막 발언(사진+동영상)

  • 원성윤
  • 입력 2016.02.24 09:33
  • 수정 2016.02.24 12:28
ⓒ연합뉴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24일 낮 12시48분, 10시간 18분에 걸친 필리버스터를 끝냈다. 은 의원이 10시간 넘는 시간 동안 쏟아낸 말 가운데 마지막 10분 간의 발언 전문을 싣는다.

"자기의 인권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뿐만 아니라 타인의 권리를 보장하기도 어렵습니다. 우리의 미래가 그렇게 되서는 안됩니다. 왜? 저도 대한민국을 바꿔온 흐름을 해봤습니다. 그렇게 저 역시 젊은 시절에 대한민국을 바꾸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제가 나이가 들면 우리 아이들이 저보다 훨씬 더 찬란한 세상을 향해 날아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 대학에 들어갔을 때 봤던 것은 전경이었는데, 전경으로 대표되는 독재였었는데, 그리고 2학년이 되면서 들려오는 소문은 누가 죽었다더라. 누가 강간을 당했다더라 이런 거였는데. 그것을 넘어서서, 그런 경험을 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가 열릴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가슴이 아팠던 것은 1987년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식에 있었던 2007년, 그때 세종문화회관에서 기념식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건너편에서 비정규 노동자들하고 모임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기념식 현수막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기 지금 나하고 같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힘든 분들에게 1987년은 어떤 의미일까' 그 친구의 어머니 아버지가 거기에 있을 수도 있는데. 그제서야 참으로 반성을 했습니다. 나는 세상이 민주화되는데 기여했고 할 만큼 했노라 했는데 그렇지 않구나. 그 민주화된 세상에서 누구는 비정규직으로 살고 누구는 청년 실업자로 살고, 누구는 자살해야하는구나. (여기서 울먹거림) 그래서 세상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왜 대테러방지법을 이야기하면서 이야기를 굳이 드리냐면,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밥 이상의 것을 배려해야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래서 헌법이 있습니다. 헌법에 일자리, 노동, 복지,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불가침의 인권, 행복할 권리 같은 것이 있겠습니까. 인간은 그런 존재입니다. 어떤 사람도 탄압받아서는 안 되고, (눈물로 말을 잇지 못함) 아휴. (물을 따라 마심, 카메라 플래시 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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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좀 지쳤나봐요. (웃음)

누가 그래요. 대테러방지법 되어도 사람들이 밥은 먹고 살겠지. 다시 말씀드리지만, 헌법에 보장된 시민․주인으로서의 국민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언론의 자유를 누려야하고,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되며, 어떤 억압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어야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의 운명을 자기가 선택할 수 있어야 됩니다. 그런 것을 못하게 할 수 있는 법이라고, 그런 의혹이 있는 법이라고 그렇게 누차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끊임없이 주장을 하는데, 제발 다른 목소리 들어달라고 하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다른 방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나와 박대통령이 다름을 인정하거나 여당과 야당이 다름을 인정하고 제발 얘기를 해보자. 사람이 사람답게 단 한명도 인권을 훼손당하지 않으면서 자기 운명을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지. 그렇게 2012년 이후에 박근혜 정부에게 요구를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테러방지법에서부터 모든 법안에 대해서.

박근혜 대통령은 유능하고 제가 무능한 탓에 항상 발목을 잡는 것으로 소개가 되지요.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저의 주인이신 국민이 살아가야 되니까요. 그분들은 포기를 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저는 돌아설 수 있는 자리가 있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그분들은 그런 자리가 없습니다. 헬조선을 외치는 청년들은 도망치는 거 외에는 둥지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정치도, 정치를 하는 사람도 자기 둥지를 부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그렇게 자기 둥지를 부수고, 노무현 대통령도 둥지를 부수면서 노력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제가 이렇게 좀 버틴 게 당에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고요. 다시 한 번 부탁을 드립니다. 물론 저는 대한민국 국민을 믿습니다. 이 법이 통과가 된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또 누군가, 고통을 당해야될지도 모릅니다. 단 한 사람도 덜 고통 받는 방법을 제발 정부,여당 찾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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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를 위한 정치는...(목이 메임. 물을 따라 마심)

정의화 국회의장 :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여당도 야당도 없고 보수도 진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국민을 위해서 생각하고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생각하시는 국민과 제가 현장에서 직접 뵙는 국민이 다르다, 이렇게 다른데, 어떻게 하면 같이 살까. 이 생각 좀 하자. 제발 피를 토한다든가, 목덜미를 문다든가, 이런 날선 표현들 말고 어떻게 하면 화해하고 사랑하고 함께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응원하고 격려하고 힘내게 할 수 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저의 필리버스터를 끝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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