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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는 정말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 김도훈
  • 입력 2016.02.23 12:14
  • 수정 2016.02.23 12:15
People react while meeting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Donald Trump at a campaign rally Monday, Feb. 22, 2016, in Las Vegas. (AP Photo/John Locher)
People react while meeting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Donald Trump at a campaign rally Monday, Feb. 22, 2016, in Las Vegas. (AP Photo/John Locher) ⓒASSOCIATED PRESS

웃지 마라. 도널드 트럼프가 정말 이길 수 있다. 공화당 경선뿐 아니라, 대선까지 이길 수도 있다.

공포, 협박, 인종 차별, 비열함에 기반한 정치 브랜드가 21세기 미국에서 성공을 할 수 없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대부분의 정치 평론가들은 지난 한 해 동안 그러길 바라며, 트럼프 당선이라는 무시무시한 일을 고려하기를 거부해왔다. 그리고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에서 정말로 승리한다 해도, 대선에서 참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만약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민주당에게서 중서부 북부(미네소타, 위스콘신, 미시건)를 빼앗아 와서 승리를 거두는 경우일 것이다.

2012년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었을 때, 선거인단의 표를 잔뜩 얻으며 25개 주에서 승리하고 총 332표를 얻었다. 오바마는 철저한 승리를 거뒀다. 270표만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4년 재선 때 겨우 286표를 얻었다.

대권을 확실히 얻기 위해서 민주당들은 북동부, 서해안, 중서부 북부, 아이오와에서만 이기면 된다. 오바마는 그보다 훨씬 큰 승리를 얻어, 스윙 스테이트들을 전부 쓸어담았다. 남부에서는 플로리다와 버지니아, 서부에서는 콜로라도와 뉴 멕시코, 네바다에서 이겼다.

그러나 그렇게 크게 앞서가고도, 공화당 후보 미트 롬니가 단 4개 주에서만 이겼다면 승리할 수 있었다.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미시건, 위스콘신이다. 러스트 벨트(주:미국 북부의 사양화된 공업지대)에 속하는 이 주들은 총 64표를 가지고 있다. 만약 플로리다와 아이오와, 콜로라도, 기타 다른 스윙 스테이트가 전부 다 오바마에게 갔다 해도, 이 중서부 북부를 잡지 못했다면 백악관은 롬니의 차지가 되었을 것이다.

인구 분포를 넘어서, 오바마는 자동차 산업을 살린 것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것은 2012년 대선에서는 중요한 이슈였다. 그리고 상대의 약점도 활용했다. 베인 캐피털의 지분을 47% 소유한 미트 롬니는 이 지역에서는 최악의 후보였다.

트럼프는 롬니가 아니다. 대놓고 인종 차별적 유세를 하고 특히 라틴계를 공격한다. 그가 라틴계 인구가 많은 스윙 스테이트인 플로리다, 콜로라도, 네바다, 뉴 멕시코에서 이길 가능성은 극히 낮다.

하지만 트럼프는 거기서 이기지 않아도 된다. 그는 러스트 벨트에서만 이기면 된다. 이 지역은 미국의 무역 정책에 대한 트럼프의 맹비난, 워싱턴의 부패에 대한 분노에 찬 규탄이 완벽하게 먹히는 곳이다. 롬니는 자유 무역, 세계화, ‘창조적 파괴’를 찬양했으나, 트럼프는 NAFTA에 반대하며 일자리를 미국 안으로 다시 가져오겠다고 약속한다.

NAFTA에 서명한 것이 누구였나? 빌 클린턴 전직 대통령이다. 남편이 임기 중에 했던 모든 일을 힐러리 클린턴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그래도 올해 가을에 그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게 될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이제까지 무역에 대해 일관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여온 것은 진보 세력 사이에서도 골칫거리였다. 공화당 지도자들은 빌 클린턴 임기 중에 시작된 무역 정책을 광범위하게 지지해 왔다. NAFTA, WTO 설립, 중국과의 항구적 정상무역관계가 그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에서 이긴다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와 무역을 놓고 의견을 달리하는 공화당 후보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가 늘 늘어놓는 중국과 멕시코에 대한 비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고, 그는 클린턴이 왔다갔다 했던 전력을 계속 공격할 것이다. 클린턴은 현재 오바마의 아시아 국가들과의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동반자 협약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무 장관 시절에는 그 협상을 도왔으며, 정상급 기업 로비스트들은 클린턴이 얼마나 강하게 반대하는지 의심하고 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사실이 있다: 러스트 벨트는 백인 비율이 높다. 군데 군데 유색 인종이 많은 곳들이 있긴 하나 – 필라델피아, 플린트, 디트로이트, 밀워키 – 이 주들은 전국 평균보다 백인이 훨씬 많다. 미국 인구의 62%가 백인이다. 반면 미시건은 75% 이상, 펜실베이니아는 77% 이상이 백인이다. 오하이오는 80% 이상이 백인이며, 위스콘신은 82% 이상이 백인이다.

이 주들의 백인들이 전부 트럼프를 지지할 거라는 뜻은 아니다. 이 중에는 골수 민주당원도 많으며, 트럼프의 편협한 선거 운동을 끔찍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서부 북부에 트럼프의 편협한 메시지가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 느낄 유색 인종이 비교적 적다는 것, 그리고 최근 30년간의 미국의 경제 정책이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 느낄 백인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긴 하다. 트럼프의 유세장을 가보거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공화당은 오하이오에서 패배했고, 1988년 조지 H. W. 부시 당선 이후 중서부 북부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로널드 레이건 재선 이후 위스콘신에서 이긴 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 공화당은 4개 주에서 모두 주지사 자리를 차지했다. 최근 오하이오, 위스콘신, 미시건 주지사는 전부 공화당원이며, 펜실베이니아는 작년까지 공화당원이 주지사였다. 트럼프가 여기서 이기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도 미친 것은 아니다.

오바마는 유색 인종들을 대거 끌어들여 2012년에 승리했다. 그와 분명히 다른 이유로,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되면 2016년에 민주당이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클린턴은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민주당 경선 경쟁자 버니 샌더스보다 엄청나게 큰 차이로 앞서가고 있으며, 늘 노조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중서부 북부에서는 중요한 세력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선을 보면 클린턴과 샌더스는 2008년의 오바마 만큼 유권자들을 끌어들이지는 못하고 있다. 민주당 네바다 코커스 투표자 수는 2008년에 비해 3분의 1 규모였고, 아이오와 투표자 수도 줄었다. 공화당은 후보들이 많지만, 뉴 햄프셔에서 트럼프는 후보가 2명 있었던 민주당에서 클린턴이 얻은 것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뉴 햄프셔에서 공화당 후보 트럼프, 존 케이직, 테드 크루즈, 젭 부시, 마르코 루비오, 크리스 크리스티가 얻은 표의 총 숫자는 클린턴과 샌더스가 얻은 표보다 많았다. 다른 공화당 후보인 칼리 피오리나, 벤 카슨, 랜드 폴의 지지자까지 합치면 공화당의 전망이 더욱 밝아보인다.

민주당이 절대 승리할 수 없는 앨라배마 같은 주의 민주당원들에겐 별 의미없는 뉴스일 것이다. 그렇지만 대선 수준으로 가면 뉴 햄프셔는 이제 스윙 스테이트로 간주되지 않는다. 오바마는 뉴 햄프셔에서 두 번 승리했고, 과거 민주당 후보 존 케리도 2004년에 승리했다. (전직 부통령 앨 고어가 2000년에 여기서 승리했다면 플로리다는 의미가 없어졌을 것이다)

AFL-CIO 노동 동맹의 분파인 워킹 아메리카가 조사한 클리블랜드와 피츠버그의 여론 조사 데이터를 보면 이런 우려가 더 심각해진다. 워킹 아메리카는 1년에 75,000달러 이하를 버는 노동자 계급 가정들을 상대로 조사했는데, 이들 중 90%는 2012년 대선에 참여했다. 12월과 1월의 자료에서 유권자 중 53%가 아직 지지할 대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결정한 사람들 중에서는 트럼프 지지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트럼프를 지지하겠다고 한 비율은 38%로, 클린턴과 샌더스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그리고 강경 보수파만이 그를 지지하는 게 아니었다. 후보를 정한 민주당 지지자 4명 중 1명은 트럼프를 지지했다.

마음은 변하고, 선거 운동도 변하고, 시대도 변한다. 트럼프가 후보로 있으면 오직 그에게 반대하기 위해 민주당 지지자들이 더 많이 표를 행사할지도 모른다. 현재 클린턴은 1 대 1 설문 조사에서 간발의 차로 트럼프를 앞서가고 있고, 민주당에서 광고를 퍼부으면 트럼프 지지자가 확 줄어들 수도 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묘하게도 트럼프 공격을 꺼리고 있지만, 그는 대선 기간 중 사라질 것 같지 않은 매체의 관심에 의지하며 경쟁자들에 비하면 거의 돈을 들이지 않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후보라면 끝장이 나버렸을 말들을 하고도 1위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광고 공격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알 수 없다. 젭 부시의 수퍼 팩은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쓰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 않은가.

노련한 공화당원들은 지난 6개월 동안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고 트럼프가 그냥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민주당원들은 같은 실수를 해선 안 된다.

허핑턴포스트US의 Here's How Donald Trump Could Become Presiden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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