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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고 싶지 않다

ⓒASSOCIATED PRESS

도널드 트럼프가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선에서 큰 차이로 승리를 거둔 지금, 우리는 오랫동안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을 가능하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렇게 되길 원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은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본인은 아마 그런 사람이 아닐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도널드 트럼프는 사실은 대통령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는 놀랍지만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는 우리처럼 실현 가능성을 별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깨달았더라면 우리도 마찬가지로 깨달았을 것이다.

그가 경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승리를 간절히 원한다. 그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승리한 뒤 마치 스키 시합 이야기하듯 "이기고 나면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좋아하는 것은 오직 승리다. 그의 선거 운동 전체를 세 단어로 요악해서 말할 수 있다. 강함, 승리, 행복. 미국은 강해질 거고, 그러니 우리는 승리할 거고, 그러니 모두 행복해질 거라는 것이다.

나는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모든 후보들은 지금 자신감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젭 부시처럼 이걸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떨어져 나간다). 하지만 트럼프 만큼 큰소리를 치는 사람은 없고, 그건 아무도 자기 능력을 그만큼 확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도 아니다. 트럼프의 취임은 그의 나르시스틱한 자기 자랑의 최고의 성취가 될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어 매체의 관심을 받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트럼프는 선거에서 이기고 싶어하고, 대통령직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대통령이 되어 빛나고 싶어한다. 그 이상으론 별 것이 없다.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싶어한다는 징후는 보인 적이 없다.

일단 우리는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자신의 브랜드 홍보 외에 무엇을 할 것인지 거의 아는 게 없다. 확고한 공약이 부족한 후보들 가운데서도 그의 공약의 멍청함은 두드러진다. 그의 위치는 멍청하거나(멕시코가 벽 값을 댈 것이다), 헌법에 위배되거나(속지 시민권 철폐), 공허하다(법 집행을 강화해야 한다). 그가 약속하는 도구들은 그의 책 '협상의 기술'에서 가져온 것인데 우스울 정도로 단순하다. 첫째, 우리는 강해져야 한다. 둘째, 우리는 협상을 잘해야 한다. 사업이라면 그럴지도 모른다. 정치는 다르다.

이 모든 것들은 아마 지적된 바대로 비현실적이고 공허할 뿐 아니라, 트럼프가 통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걸 뚜렷이 보여주는 증거다. 만약 그가 토론에서 자신이 TV 쇼에서 정보를 얻는다고 인정하는 것은, 그가 핵심 문제(핵의 3전략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은 그가 멍청하다는 것만을 보여주는 게 아니다. 그는 아예 관심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이슈들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의견도 없다. 그는 대통령직 그 자체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이슈들에 관심이 없다.

트럼프는 관심을 갖는 척하는 주제에도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어느 정도의 인종차별주의를 넘어서면, 그는 멕시코인들이나 무슬림들에도 별로 강한 감정이 없을 것이다. 그는 퇴역 군인들을 이용해 먹지만, 그들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세금 제도에는 관심이 조금 있지만(자기가 영향을 받으니까) 구체적 세부 사항이나 실현 가능성에는 관심이 없다. 그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기 전에 찬성했다면(그랬다는 걸 이제 우린 알고 있다) 그건 그가 어느 쪽으로든 강한 의견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바마케어를 철폐할까, 유지할까? 그는 이러나 저러나 별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견해에 대해 솔직하지 않다(자기 견해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말하는 모든 것이 광고에 불과하다는 것에 대해서만 솔직하다. 그는 진실을 말하는 척조차 하지 않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고 비난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가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미국? 그는 자신과 관련된 미국에만 관심이 있다는 게 명백하다. 서구에서 트럼프 만큼 루이 14세의 짐이 곧 국가이니라, 라는 생각을 체화한 사람은 없었다. 히틀러조차 그렇지는 않았다. 히틀러는 자신의 끔찍한 사상에 따라 독일과 세상을 개조하고 싶어했다. 트럼프는 자기 나라나 국가에 아무 관심도 없다. 사상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트럼프는 오직 트럼프 생각뿐이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의 취임이 크루즈의 취임보다 덜 무섭다고 말한 지미 카터는 옳다. 크루즈는 트럼프와는 달리 몹시 대통령이 되고 싶어한다. 그는 자신의 사상을 실행에 옮기고 싶어한다. 반면 트럼프는 이러나 저러나 상관이 없기 때문에 유연하다. 승리를 하고 나면 더 이상 가치있는 목표는 없어진다.

트럼프나 유권자들이 너무 늦기 전에 이 사실을 깨달을까? 트럼프 본인은 모를 수 있다. 한동안 그는 사퇴하고 싶어한다는 조짐을 보였다. 그가 5번 애비뉴에서 사람을 총을 쏘고도 유권자들을 잃지 않을 거라고 말했던 것은 자신감이나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한 무시를 드러낸 것이 아닌, 도와달라는 비명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오래 가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승리를 너무 좋아해서 정말로 대통령이 되는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트럼프가 지치는 건 이미 너무 늦은 때일 것이다.

그렇다면 유일한 희망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이제까지는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자신감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의 포퓰리스트 수사를 너무 좋아해서 그가 대통령직을 실제로 수행하는 데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쩌면 관심이 없는 대통령이라는 것 자체를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승리를 거두고 나면 대통령은 실제로 통치를 해야 한다는 걸 유권자들이 꺠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트럼프가 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을 것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Donald Trump Does Not Want to Be Presiden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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