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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두증은 지카 바이러스가 아니라 몬산토 때문'이라는 음모론에는 근거가 없다

  • 허완
  • 입력 2016.02.20 10:48
  • 수정 2016.02.20 17:41
A demonstrator holds a poster during a World March Against Monsanto event in Lisbon Saturday, May 23, 2015. Marches and rallies against Monsanto, a sustainable agriculture company and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GMO) food and seeds were held in dozens of countries in a global campaign highlighting the dangers of GMO Food. (AP Photo/Armando Franca)
A demonstrator holds a poster during a World March Against Monsanto event in Lisbon Saturday, May 23, 2015. Marches and rallies against Monsanto, a sustainable agriculture company and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GMO) food and seeds were held in dozens of countries in a global campaign highlighting the dangers of GMO Food. (AP Photo/Armando Franca) ⓒGettyimageskorea

당신도 한 번쯤 들어봤을 소두증과 몬산토 사이의 '음모론'. 유전자조작식품(GMO)으로 유명한 다국적 기업 몬산토가 소두증의 '배후'에 있다는 주장이다.

소두증과 몬산토 사이의 연관성을 제기한 음모론의 출처는 단 하나다. 이런 의혹은 크게 두 가지 주장으로 이뤄져 있다.

  • 소두증의 원인은 지카 바이러스가 아니라 살충제(정확하게는 유충제)다.
  • 그 유충제는 몬산토가 소유한 일본 화학업체가 만들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다수의 외신들에 따르면 ‘농작물에 농약이 살포된 마을들의 의사들(Physicians in Crop-Sprayed Towns)’이라는 이름의 아르헨티나 의사단체는 이달 초 브라질에서 소두증 환자가 많이 발생한 원인으로 ‘피리프록시펜’이라는 성분이 포함된 물질이 든 살충제를 지목하는 보고서를 펴냈다. (경향신문 2월17일)

이 의사단체는 지카바이러스는 이미 발견된 지 수십년이 지났고, 수많은 임신부들이 감염된 바 있다며 소두증을 지카바이러스탓으로 돌리면 최근 브라질에서 소두증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사단체는 이 물질을 만든 것은 스미토모화학이며 이 업체가 다국적기업 몬산토의 자회사인만큼 몬산토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2월9일)

이런 주장은 '테크타임즈'라는 이름의 매체를 통해 증폭됐다.

그러나 포춘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러한 주장들은 모두 근거가 희박하다.

주말 동안, 새로운 가설이 등장해 인터넷을 휩쓸었다. 브라질에서 퍼지고 있는 소두증이 살충제와 몬산토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두증이 모기에서 발생한 지카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과학계 전반의 공통된 인식이나, 또 설령 살충제(정확하게는 유충제)가 원인이라 하더라도 몬산토는 그 제품과 어떤 연관도 없으며 유충제를 생산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런 음모론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포춘 2월16일)

아르헨티나 의사단체의 이런 주장이 나온 직후 브라질의 Rio Grande do Sul 주정부가 "예방적 차원"에서 피리프록시펜 성분의 유충제 사용을 중단했지만, 유충제와 소두증 사이의 과학적 연관성은 아직 발견된 게 없다는 게 브라질 정부와 미국 당국의 설명이다.

포춘에 따르면, 브라질 보건부는 "혈액과 조직 및 양수 샘플 테스트에서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된 것과는 달리, 피리프록시펜과 소두증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보건당국도 해당 보고서가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 회원인 코르도바대학의 소아과 의사이자 신생아 발달 전문가 Medardo Ávila Vazquez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실험실 연구나 전염병 연구는 이뤄진 게 없다면서도 유충제 사용이 인간의 기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략)

... 이 아르헨티나 단체는 20명 가량의 회원으로 이뤄져 있으며, 회원의 대부분은 살충제나 농약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의사들이다. (월스트리트저널 2월15일)

해당 유충제를 생산한 일본 스미토모화학이 몬산토의 "자회사(subsidiary)"라는 이 의사들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었다.

몬산토는 이 보도 이후 낸 성명에서 "스미토모화학은 1997년 이래 작물 보호 분야에 있어 몬산토의 업무 파트너였다"며 "몬산토는 스미토모화학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몬산토 해명의 한국어 버전)

그러자 테크타임즈는 원래 기사의 "자회사" 부분을 몬산토가 스미토모화학과의 관계를 "정리했다"는 것으로 수정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아래와 같은 의혹은 하나같이 근거가 없는 억측이라고 결론내렸다.

  • 유전자조작 모기가 기형 출생의 진짜 원인인가?
  • 식수에 섞인 유충제가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는가?

그러나 이미 '몬산토가 소두증의 원인이다'라는 식의 주장은 인터넷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이것 만으로도 몬산토의 주요 사업 분야인 유전자조작식품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 의혹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퍼져나가기에 충분했다. '음모론으로 무장한' 내츄럴뉴스 같은 사이트에 의해 이 주장은 더 퍼져나갔다. (포춘 2월16일)

뉴욕타임스는 전염병 관련 루머가 빠르게 퍼지는 이유 중 하나로 '손쉬운 희생양이 있다'는 점을 꼽았다.

둘째, 많은 루머들은 손쉬운 희생양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인종집단이었고, 이제는 기업이 대상이 됐다. 브라질의 피리프록시펜은 일본 화학회사 스미토모에 의해 생산됐으며, 이에 대한 루머는 스미토모와 몬산토의 예전 관계를 부각시킨다. 몬산토는 많은 환경운동가들에 의해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온 미국 회사다. (뉴욕타임스 2월19일)

요약하면 이런 얘기다.

'당신이 몬산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몬산토가 소두증의 배후에 있다는 주장에는 아무런 과학적, 객관적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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