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바다생물 이야기] "니들이 게를 알어?"

모습이 많이 다르게 진화하다 보니 알아보기 힘든 게들도 있다. 바다생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상자 모양이어서 박스 크랩(Box Crab)이라 불리는 종류들은 그나마 자세히 뜯어보면 게라는 사실을 알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와이어 코럴 크랩(Wire Coral Crab), 소프트 코럴 크랩(Soft Coral Crab), 오랑우탄 크랩(Orangutan Crab) 정도 되면 게인지 다른 생물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 장재연
  • 입력 2016.02.19 10:45
  • 수정 2017.02.19 14:12

바다생물 이야기 17. "니들이 게맛을 알어?"에서 "니들이 게를 알어?"로

'꽃보다 할배' 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노익장을 과시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는 배우 신구. 이 분은 좋은 작품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니들이 게맛을 알어?' 광고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촬영 현장에서 애드리브로 만들어졌다는 이 대사는 광고계의 전설이 되었다. 그렇지만 꽃게탕, 게장, 대게 등 다양한 음식을 통해 게의 인기가 매우 높은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게맛은 잘 아는 것 같다. 오히려 사람들은 '게맛'은 알지만 '게'를 모르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는 "니들이 게를 알어?"라고 물어 볼 차례다.

누구나 어렸을 때 한번은 읽거나 들었을 '엄마 게와 아기 게' 이야기, 친소관계를 표현하는 '가제는 게 편', 그밖에도 게거품, 게걸음 등 게의 행동을 비유하는 표현이 많이 쓰이는 것을 보면 게는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바다생물인 것 같다. 그렇지만 게의 종류가 얼마나 많고 다양한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표적인 게로는 스위밍 크랩(Swimming Crab)을 꼽을 수 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헤엄을 칠 수 있는 게들이다. 게는 새우와 같이 다리가 열 개인 십각목이다. 두 개는 집게발이고 나머지 네 쌍으로 걷는다. 스위밍 크랩은 다른 게들과 달리 다섯 번째 쌍의 다리가 납작해서, 마치 노를 젓는 것처럼 이들을 사용해서 빠르게 헤엄을 칠 수 있다. 스위밍 크랩 중에는 동작이 매우 빠르고, 집게도 크고 강력한데다가 성격까지 공격적인 종류들이 많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꽃게도 여기에 속한다.

한번은 같이 다이빙하던 가이드가 모래 바닥에 몸을 숨기고 있던 스위밍 크랩을 잘못 건드려서, 이 녀석이 거의 1미터 가까이 뛰어 오르며 두 집게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순간 카메라 셔터를 눌러서 찍은 사진이 다소 어둡게 나왔지만 아래 사진이다. 크기도 엄청 커서 두 앞발을 벌린 길이가 거의 80cm 이상이었다. 그렇게 큰 게는 난생 처음 보았다. 게가 몹시 흥분해서 씩씩거리고 있는 것이 그대로 전달될 정도였고, 노려보는 듯한 그 모습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큰 체구와 집게발이 위협적이었던 스위밍 크랩

스위밍 크랩 중에는 눈알이 불쑥 솟아 있는 게도 있다. SF 영화에서 본 듯한, 눈알이 앞으로 튀어나오는 로봇이나 외계인의 눈을 연상시킨다. 줄기가 있고 줄기 끝에는 꽃받침과 꽃잎이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이름도 페탈 아이드 스위밍 크랩(Petal-Eyed Swimming Crab) 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우리 이름을 지어 준다면 '꽃잎눈 꽃게' 정도 될 것이다.

물론 스위밍 크랩 중에서는 작거나 예쁜 종류도 많다. 몸통의 색깔이 유난히 빨간 종류도 있고 몸과 앞발에 흰색의 큰 반점이 붉은 색과 어울려 화려함을 뽐내는 할리퀸 스위밍 크랩도 있다. 할리퀸 스위밍 크랩은 걷는데 사용하는 네 쌍의 다리는 집게가 있는 앞발과 달리 투명한 색깔을 하고 있는 것도 독특한 모습이다.

페탈 아이드 스위밍 크랩(Petal-eyed Swimming Crab)

몸통이 유난히 빨간 스위밍 크랩

할리퀸 스위밍 크랩(Harlequin Swimming Crab)

개인적으로 가장 신기했던 게는 복서 크랩(Boxer Crab)이다. 이 게는 크기가 불과 1cm 정도밖에 안되는데, 앞발 집게로 말미잘을 쥐고 있다. 두 손에 말미잘을 쥐고 있는 것이 마치 권투선수가 글로브를 낀 모습이라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털실 방울을 쥐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팜팜 크랩(Pom-Pom Crab)으로 부르는 곳도 있다.

처음 보았을 때는 말미잘이 신체의 일부인줄 알았다. 그런데 가끔 한쪽 손에만 말미잘을 쥐고 있고 다른 쪽은 잃어버렸는지 빈손으로 있는 경우도 볼 수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구나 했던 기억이 난다. 말미잘을 쥐고 있는 이유는 방어용이라고 한다. 바다생물들도 상대가 손에 뭔가 쥐고 있으면 경계 대상이 된다는 뜻인데, 참으로 신기하다. 아래 사진의 복서 크랩은 마침 알을 품고 있어서 주먹을 앞으로 내세우기보다는 알을 감싸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알을 품고 있는 복서 크랩(Boxer Crab)

대체적으로 게 종류는 바닥에서 사는 종류들이 많은데, 일부는 산호나 성게, 바다나리 등과 공생하며 살아간다. 등판이 육각형이고 바다나리에 공생하는 게, 성게와 공생하는 얼룩말 무늬의 게와 같이 색깔이나 모양이 좀 더 화려하고 다양하다. 공생하는 생물들은 주변 환경과 비슷해지는데, 사는 곳이 화려하면 자기도 화려해지는 것이다.

성게와 공생하는 제브라 어친 크랩(Zebra Urchin Crab)은 무척 우아하게 생긴 반면에 움직임은 아주 적다. 게으른 귀족이라고 해야 할까 싶다. 반면에 어친 캐리 크랩(Urchin Carry Crab)은 성게를 머리에 이고 다니면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두 쌍의 다리로는 성게를 붙들고 있느라, 다른 두 쌍의 다리로만 기어 다닌다. 눈이 줄기 같은 돌기 위에 있는 것도 특징적이다. 제브라 어친 크랩과 비교하면, 부지런한 평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블랙 코럴 크랩 (Black Coral Crab)

바다나리에 공생하는 헥사곤 크리노이드 크랩(Hexagon Crinoid Crab), 알을 품고 있다

성게와 공생하는 얼룩말 무늬의 제브라 어친 크랩(Zebra Urchin Crab)

성게를 이고 다니는 어친 캐리 크랩(Urchin Carry Crab)

모습이 많이 다르게 진화하다 보니 알아보기 힘든 게들도 있다. 바다생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상자 모양이어서 박스 크랩(Box Crab)이라 불리는 종류들은 그나마 자세히 뜯어보면 게라는 사실을 알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와이어 코럴 크랩(Wire Coral Crab), 소프트 코럴 크랩(Soft Coral Crab), 오랑우탄 크랩(Orangutan Crab) 정도 되면 게인지 다른 생물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더 나가서 모양이 심하게 변형된 데코레이터 크랩(Decorator Crab)들은 게인지 알아보는 것은 고사하고 언뜻 봐서는 생물체인지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Two Horn Box Crab, 집게발의 위쪽에 마치 예리한 맹수의 이빨 같은 돌기가 있다.

자이언트 박스 크랩 (Giant Box Crab)

회초리 산호에 사는 와이어 코럴 크랩(Wire Coral Crab)

연산호에 사는 소프트 코럴 크랩(Soft Coral Crab)

거품 산호(Bubble Coral)에 주로 사는 오랑우탄 크랩(Orangutan Crab)

데코레이터 크랩(Decorator Crab)

게는 전 세계의 바다와 민물에 살고 있고, 그 종류는 6천종이 훨씬 넘는다. 무궁무진한 바다생물의 다양성은 게의 다양성만 보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인간에 의해 육지 생태계는 수많은 종이 멸종되거나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지구의 남은 생태계 바다, 더 이상 망가지기 전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할 것 같다. 빠른 시간 안에 "우리가 바다생물을 좀 알지"라는 말의 동의어로 "우리가 게를 좀 알지"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 바다생물 이야기 연재 보기

* 필자의 블로그 방문하기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벌 #바다생물 #바다생물 이야기 #장재연 #라이프스타일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