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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沙島의 에코그라피

매년 음력 2월이면 물이 빠지는 사리 때에 7개의 섬이 'ㄷ'섬로 연결되어 건너 갈 수 있는 모세의 기적이 생기는 것으로 일찍이 유명해졌다. 물이 빠지면서 섬을 오갈 수 있는 것은 서해의 조차의 차이에 의한 것으로 사실 서남해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여수 사도처럼 7개의 작은 섬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일부러라도 음력 2월의 시간을 맞추어 사도를 찾으면 자연의 신비를 만끽할 것이다.

  • 홍선기
  • 입력 2016.02.18 10:28
  • 수정 2017.02.18 14:12

여수 사도는 본도인 사도와 추도(개이도), 간데섬(중도, 공룡섬), 시루섬(증도), 나끝, 연목, 진대섬(장사도)의 일곱 개의 작은 섬이 모여 있는 섬 동네이다. 沙島(사도)는 본래 '바다 한 가운데 모래로 쌓은 섬'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여 沙湖島(사호도)라고도 했다. 鰍島(추도)는 원래 介伊島(개이도)라고 불렸다는데 취나물이 많이 자생하여 취도라고 했다가 나중에 한자로 고치면서 추도가 되었단다. 간데섬(중도)은 사도마을 동남쪽 3개 섬인 시루섬, 간데섬, 진대섬 중에 가운데 있다고 하여 정해졌다. 진대섬은 長蛇島(장사도)도라 하는데 뱀처럼 '정말 긴 섬'이라는 뜻이다.

매년 음력 2월이면 물이 빠지는 사리 때에 7개의 섬이 'ㄷ'섬로 연결되어 건너 갈 수 있는 모세의 기적이 생기는 것으로 일찍이 유명해졌다. 물이 빠지면서 섬을 오갈 수 있는 것은 서해의 조차의 차이에 의한 것으로 사실 서남해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여수 사도처럼 7개의 작은 섬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일부러라도 음력 2월의 시간을 맞추어 사도를 찾으면 자연의 신비를 만끽할 것이다.

사도 선착장에 내리면서 펼쳐지는 사도의 백사장은 서남해 섬의 다른 바다에서 느낄 수 없는 고요함과 아담함, 그리고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을 준다. 물론 사도에 입도하자마자 반겨주는 것은 한 쌍의 거대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모형이라 이것에 압도되어 백사장을 놓칠 수도 있겠지만, 마을로 걸어들어 오는 발길을 잡아 주는 것은 역시 모래사장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들에 의하면 한때 흰모래 해변이 200여 미터에 달했다고 하나 제방이 쌓인 후 자연스러운 모래형성이 사라지고 자갈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머지않은 시간에 '모래섬 사도' 보다는 '자갈섬 역도'라는 이름이 다시 붙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여수 여자만에 외롭게 떠있는 고요한 모래섬의 원시적인 낭만에 한번 빠져보는 것도 평생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공룡은 죽어서 발자국을 남긴다. 시루섬 증도는 공룡의 섬이고 화석의 섬이다. 섬 전체가 영겁의 세월 속에 남겨놓은 원초 생물들의 잔재들로 가득 차 있는 '쥬라기 공원'이다. 거대 초식 공룡의 가족들의 이동, 원시 식물의 섭식, 성큼 성큼 걸었을 때의 발소리와 숨소리...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7,000만년 전 공룡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공간이다. 공룡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뭍으로 연결된다. 공룡 가족들은 어디로 향했을지 모르지만, 전남 해남 땅끝으로 향하지 않았을까. 증도섬 동쪽 짚신바위에 측백나무류(송백류)로 추정되는 규화목 화석층을 볼 수 있다. 추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선으로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긴 공룡의 보행발자국이 84m나 지층에 남겨져 있다. 퇴적암과 채석강에서 가지고 온 돌로 만든 추도와 사도의 돌담은 그 차체로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 홍선기

사도를 포함한 7개의 형제섬들은 비록 크기는 작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연의 가치는 무한하다. 사도마을 서쪽 벼랑은 채석강과 같이 퇴적층이 발달되어 있으며 수령 300년이 넘을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아마도 사도 전체의 주요한 식생 중 하나로서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 소나무 군집 중 어느 것은 그 형세가 매우 특이하여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머물게 한다. 아마도 거친 바닷바람과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노거수 소나무 몸통에 담아두고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자생 소나무류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몸통이 붉은색을 띤다고 하여 불리는 소나무(赤松, Pinus densiflora)와 검은색을 나타내는 곰솔(해송, Pinus thunbergii)이 그것이다. 이 소나무는 해가 잘 드는 남향에 주로 많이 분포하고 있는 식물이다. 이들은 황폐한 토양이나 암반, 절벽에서 잘 자란다.

소나무의 씨앗은 멀리는 2-3km를 날아간다고 하니 그 번식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씨앗이 다 큰 나무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환경과 스트레스에 의하여 솎아내게 된다. 사도의 절벽 능선에서 자라는 거대한 소나무는 수백년의 세월에서 살아남은 대단한 씨앗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바위틈에 붙어서 몸은 뒤틀고 있는 형상과 두터운 줄기는 거친 자연과 싸우며 살아온 사도주민들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비틀린 수형은 관광객들에게 감탄과 사랑을 받지만, 소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오랜 세월의 무게와 스트레스로 곧추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 나무에 올라타는 것은 자연보호가 아닐 것이다.

곰솔은 사도와 주변 섬 해안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곰솔의 특징은 소나무에 비하여 바닷바람에 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곰솔을 海松(해송)이라고 부른다. 염분이 가득한 해풍은 식물세포의 물질대사에 영향을 주게 되어 고사를 시킨다. 그러나 곰솔의 잎은 다른 식물에 비하여 두껍고 겉에는 왁스가 발라져 있어서 이러한 해풍에서 견뎌간다. 그래서 우리나라 어촌 바닷가에 방풍림으로 많이 심었다. 특히 서남해는 태풍이나 해일 등의 재난이 많기 때문에 어촌 마을의 안녕과 농작물의 보호를 위하여 선조들은 방풍림을 조성해 왔다. 그것이 우실이다. 일반인들은 소나무(적송)와 곰솔(해송)의 차이를 쉽게 구분할 수 없으나 솔잎을 만져봐서 부드럽거나 손바닥으로 찔렀을 때 아프지 않으면 소나무라고 볼 수 있다.

사도와 주변 섬은 여수를 비롯한 남도의 상록활엽수림대의 다양한 식물들을 볼 수 있다. 따뜻한 남도의 난대성 기후와 대륙의 온대성 기후가 만나는 접점이고, 해양성 기후까지 겹치면서 사도 지역에는 이러한 대륙성과 해양성 식물이 혼재하여 나타나고 있다. 사도와 증도, 추도에는 남부지방에서 볼 수 있는 넝쿨성 식물인 송악, 마삭줄, 돈나무, 후박나무, 팽나무 등의 난대성 상록활엽수를 비롯해서 보리장나무, 천선과나무, 모람, 곰솔, 소나무 등 온대성 식물들이 혼재한다.

증도와 추도의 암반에는 송악이 많이 분포한다. 우리가 일명 '아이비'라고 부르고 있는데 서남해 도서지방의 숲속과 해안에서 성장하는 상록식물이다. 마치 넝쿨이 나와서 바위를 붙잡고 올라가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은 공기뿌리가 줄기에서 나와서 몸을 암반에 부착하여 키워나가는 특별한 생리적 기능을 하는 식물이다. 따라서 송악이 자라는 곳에는 다른 식물이 터를 잡을 수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넝쿨손 식물이 상대를 죽이는 기생식물인데 비하여 송악은 자신이 의지하는 큰 나무가 죽는 것을 막는 共生(공생)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남쪽지역과 일본, 대만 등에서 분포하는 것으로 봐서 난대지역 자생 식물이다. 남쪽 도서지역에서는 소에게 송악을 걷어서 먹이는데 소가 잘 먹는다고 하여 '소밥나무'라고도 하고, 늘 푸른 등나무라는 뜻에서 常春藤(상춘등)이라고도 한다.

추도의 바닷가 근처 암반에는 갯채송화, 등대풀, 무릇, 털머위, 참나리 등이 있으며, 모래가 많은 해변쪽은 갯완두, 갯메꽃, 갯방풍 등 鹽生植物(염생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갯채송화, 갯완두, 갯메꽃, 갯방풍 등 식물명에는 '갯'이라는 접두어가 붙는다. 이 '갯'이라는 뜻은 바닷가, 해안가, 갯가를 의미한다. 즉, 채송화, 완두, 메꽃 등 모두 육지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이지만, 형태와 모양 등이 유사한 이 식물들이 갯가에도 많이 분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육지 식물과는 다르게 갯식물에게는 염도가 높은 바다환경에서 잘 자랄 수 있도록 식물형태적인 진화를 하고 있다. 수분이 부족하고 염분이 많은 해풍을 견디기 위하여 식물의 잎과 줄기가 두터운 多肉性(다육성) 특징을 갖춘다. 다육식물의 잎과 줄기에 가득 수분을 잔뜩 저장하고 건기와 해풍을 견뎌낸다. 또한 이들 식물은 강한 해풍 때문에 큰 식물로 성장하기 않고, 바위에 붙어서 표면적을 넓히는 성장을 한다. 이것도 각자 살아남기의 전략인 것이다.

대게 바닷가 암반 등 척박하고 열악한 곳에서 자라는 식물들의 꽃은 매우 아름답고 화려하다. 절박한 환경에서 자라온 식물이지만, 자손들의 번식을 위하여 많은 곤충과 새들이 자신에게 접근하여 많은 씨앗과 꽃가루가 전파되도록 시키기 위하여 몸단장을 하는 진화적 결과인 것이다. 계절의 여왕 4~5월은 사도의 해안가 식물들에게는 화려하면서도 매우 바쁜 번식의 계절인 것이다.

사도와 주변 섬에서의 즐거움은 다양한 해양생물들에 의해 증폭된다. 군부, 괘불, 담치, 말미잘, 거북손, 따개비, 고동, 보말, 굴 등 다채로운 생물들은 아이들의 생산적인 교육의 재료이다. 거북손이나 군부 등 해양무척추동물들은 바위에 착상하고 있기 때문에 맨손으로 떼어내기는 불가능하다. 거북손은 삶아서 뿌리부분을 먹고, 군부는 데쳐서 무침을 한다. 군부는 작은 전복과 같다. 담백하면서도 졸깃한 육질이 뭍사람들에게는 매우 이국적인 밥상이다. 이러한 해양생물들이 성장하는 곳은 사도와 주변 섬 전체에서 보이고 있다. 물때를 잘 맞추면 해조류까지 포함하여 더욱 다양한 해양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물기가 많아 미끄러운 해안가는 늘 위험하다. 그러니 맛있는 밥상재료는 해녀 분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가끔 여수 사도에서는 제주에서 출장나온 10여명의 해녀들이 물질을 한다. 여기저기서 울려오는 해녀들의 거친 숨소리는 사도의 조용한 바닷가를 울린다. 처음 들으면 마치 바다에 고래나 물개들이 숨을 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 분들이 따가지고 오는 다양한 해물들이 사도의 밥상을 이룬다. 자연이 선물한 천연재료와 해산물로 만든 밥상과 찰랑거리는 백사장의 파도소리에 의해 어느새 나의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은 힐링(Healing)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사도는 머물고 가는 섬이다. 큰 얼굴바위나 마당바위, 아니면 공룡의 발자국들과 함께 석양을 바라보며 정처 없이 흘러가는 시간에게 잠시나마 자신을 고백할 수 있는 여유를 느껴보지 못한다면 사도에 올 자격이 없다. 아름다운 사도는 느림과 불편함 속의 미학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손님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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