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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포럼 x AGI 인터뷰 | 엘리자베스 코프

저는 아시아 지역의 여성 디자이너가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지금 21세기에 살고 있고, 서로를 제압하는 것을 멈춰야만 합니다. 창의력과 지성은 인간의 기본적인 재능이고, 이를 성별이나 인종이나 다른 태생적인 문제로 나눌 순 없습니다.

  • 전종현
  • 입력 2016.02.18 09:49
  • 수정 2017.02.18 14:12

지난 글에서 알려드리다시피 2월 19일 금요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나눔관에서 '국제그래픽연맹(Alliance Graphique Internationale, 이하 AGI)'과 함께 DDP 포럼을 진행합니다. 오는 9월 말 열리는 AGI 서울의 준비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방한하는 AGI 회장단(International Executive Committee, IEC)이 연단에 오르는데요. AGI 회장인 네덜란드의 니키 고니센(Nikki Gonnissen)을 비롯해 일본의 타쿠 사토(佐藤 卓), 아일랜드의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 미국의 에릭 브란트(Erik Brandt), 오스트리아의 엘리자베스 코프(Elisabeth Kopf) 가 그 주인공입니다.

포럼에 앞서 공유하는 인터뷰의 마지막은 오스트리아에서 온 열정적인 디자이너, 엘리자베스 코프입니다.

엘리자베스 코프 Elisabeth Ko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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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코프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1999년 그래픽 스튜디오 바우스텔레(Baustelle)를 설립해 예술가, 과학자부터 일반 시민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니코틴 같은 중독성 물질을 접하지 않고도 습관적으로 담배를 입에 대는 행위를 충족시키는 금연자를 위한 소셜 디자인 프로젝트 'Pleasure Puff: Air Cigarette'는 지난 2004년 중국 센젠에서 열린 국제잉크페인팅비엔날레에 초대됐으며 'Sappi-Ideas That Matter Award'를 수상한 바 있습니다.

Q. 안녕하세요, 엘리자베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할게요.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말하기 전에 듣는 것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람들이 저에 대해 말하는 것들을 나열해 볼게요. 

제 뒷담화를 할 때면 이러곤 하죠.

"그녀는 말이 너무 많아.. 너무 고집이 세.. 너무 감정적이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어.. 선을 넘어.. 일할 때는 너무 운명론자 같아.. 고질적인 이상주의자야.. 자기가 틀릴 때도 맞다고 우겨.. 다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

하지만 제 앞에서 얘기할 땐 이렇답니다.

"당신 디자인에는 바로 '예스'를 할 수밖에 없어요. 날카롭고 명료하면서 따듯해요." - 이즈미, Gallery F, 도쿄

"독창성의 폭발-그리고 그래픽 디자인의 완전한 새로운 시도." - 도노반 브라이언, Typesetting.tv, 미국

"지능적이고 흥미롭다. 미래지향적이지만 털털한 모습도 겸했다." - 앤드류 널, <Print>, 미국

"엘리자베스가 비엔나 예술 오케스트라를 위해 디자인한 미스테리한, 진한 청색의 작은 음악상자는 나를 완전히 놀라게 한 디자인 작업 중 하나다. 음악을 아름답게 감싸면서도 직접 음악을 만들기 때문에, 디자인과 내용물 사이의 대화는 내가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격조가 존재한다. 이렇게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 내용물과 패키지의 경계, 그리고 음악과 물체의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 이것은 혁신적이다." -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그래픽 디자이너, 미국

Q. 당신은 AGI의 회장단(IEC) 멤버인데요. 혹시 AGI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이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2006년 제가 원서를 넣기 전까지는 AGI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당연히 제가 회원이 되었을 땐 영광이었지만요! 하지만 그 해 14명의 신입 회원 중 저만 여성이었다는 건 좀 충격적이었어요. 당시에는 이게 클럽 전체의 성비를 대변해 주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서구권에서는 이런 성비 문제가 좀 나아졌는데요. 저는 아시아 지역의 여성 디자이너가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지금 21세기에 살고 있고, 서로를 제압하는 것을 멈춰야만 합니다. 창의력과 지성은 인간의 기본적인 재능이고, 이를 성별이나 인종이나 다른 태생적인 문제로 나눌 순 없습니다.

제가 AGI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창의적인 사람들이 뿜어내는 다양성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회원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우리는 디자인의 모든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고 이 독특한 네트워크에서 흥미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죠. 제가 매년 AGI Open과 Congress를 고대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매년 서로를 만나고 공유하는 관심사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진짜 친구가 됩니다. 경쟁자가 아닌 친구처럼 서로를 매우 존중하죠. AGI는 뛰어나게 창의적이고 활동적인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어떤 디자인 관련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면 AGI 안에서 협조자를 찾아야 할 거예요. 

IEC 위원에게는 많은 것이 따라옵니다. 보수가 없기 때문에 직업은 아니지만 좋은 점은 활동적인 회원이 갖는 이점을 배로 받을 수 있죠. 예를 들자면 신입 회원 원서를 평가하는 것 말이에요. 세계에서 가장 흥미롭고 칭송받는 현대 디자이너가 일생에 쌓은 포트폴리오를 보고 평가단으로서 논할 수 있는 건 굉장한 특권입니다! 물론 평가는 많은 일 중에 하나죠. 저희는 주로 그래픽 디자인의 이슈를 홍보할 미래 기획을 만들고, 모임이 건강하게 지켜지고 회원의 만족도를 지속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Q. 한 사람의 디자이너로서 주지하는 당신만의 디자인 철학이 궁금합니다. 

저는 가능성을 탐험하길 즐겨요. 열심히 찾다가 나중에 다시 첫 번째 아이디어로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처음 아이디어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직감은 제가 창의적인 일을 하면서부터 의지하는 제 재능 중 하나인데요. 직감이 없다면 전 별 볼일 없을 거예요! 저는 처음에 '너무 큰' 디자인을 팔길 원하곤 하는데요. 마치 어릴 적에 사는 신발들이 큰 것 처럼요. 클라이언트와 그의 프로젝트가 커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방안이지만 저를 믿어야 해요. 일이 끝나면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의 힘이 이렇게 큰 지 몰랐다고들 입을 모아 말합니다. 그럴 때 저는 성공했다는 걸 깨닫죠. 제 디자인은 정말 솔직하고 100% 개인 맞춤형이에요.

제 개인 작업을 할 때 저는 탐험가입니다. 프로젝트 발명하는 것을 좋아해요. 저는 (가끔 과하지만) 많은 시간과 돈을 제 작업에 투자합니다. 창의적인 욕망을 채우기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을 정도로요. 저의 호기심과 열정적인 성향 때문에 가르치는 일도 정말 좋아합니다. 제 자신이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수업에 임해요. 그러면 어린 디자이너를 더 잘 지도할 수 있고 다른 시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직 초보자처럼 호기심이 많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요. 제 교육 철학은 '실험적인 디자인, 프로젝트 디자인, 그리고 활동적인 디자인'입니다. 학생들과 함께 탐구적인 탐험길을 떠납니다. 저조차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어요. 이런 방법을 통해 제가 지루할 틈이 없으면서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독립적이고 자발적인 방법을 알려줄 수 있어요. 제 목적은 더 이상 그들에게 선생님이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랍니다.

Q. 이번 2월 19일 서울 DDP에서 열리는 특강에는 이미 많은 분들이 신청했답니다. 당신이 맡은 스피치에 대해 미리 간단히 알 수 있을까요?

옳은 것, 야생의 것, 사랑하는 것을 할 것, 지금 당장! 이것은 오랫동안 제 주문이었습니다. 제가 말할 건 이 세 가지 소원을 담은 프로젝트들이에요. 하나는 제가 서울만을 위해 만든 작은 디자인 작업이고요. 또 다른 것은 제가 진행한 것 중에 가장 큰 프로젝트라 이게 정말 현실화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에요) 여행을 좋아하고 영감을 받을 소스를 찾길 원하는 디자이너와 학생을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AGI 오스트리아가 주최하는 프로젝트인데 내년에 될지, 내후년에 될지 일단 가봐야 알 것 같아요.

Q. AGI 멤버들은 차세대 디자이너에게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혹시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와 학생들에게 건넬 조언이 있다면 부탁할게요.

디자이너는 디자인 기술을 배우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본인의 성향을 발전시켜야 해요.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에 초점을 두지 말고 본인의 목소리와 감성에 귀를 기울이세요! 더 중요한 것은 훌륭한 디자이너보다 행복한 디자이너가 되는 것입니다. 혼자 있지 마세요. 팀을 꾸리고, 만족스럽지 않다면 팀을 바꾸고, 다른 분야의 네트워크에 들어가거나 아예 만들어내세요. 당신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모든 시간을 보내지 마세요. 마음을 열고 용기를 가지세요. 스스로 놀랄 일에 대비하고 있으세요.

그래픽 디자인은 정말 다양한 분야와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무척이나 흥미로운 직군입니다. 경제, 예능, 문화, 예술, 과학, 영화, 패션, 음악, 건축,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정치, 의학, 건강, 복지, 기술, 사업, 스포츠, 관광, 라이프스타일, 종교, 교육 등 어떤 분야든지 모두가 그래픽 디자인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픽 디자인 외에 흥미로운 것을 찾아보세요.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접촉하세요. 그들이 미래의 클라이언트가 될 수 있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본인만의 집착을 기르는 것도 조언하고 싶어요. 누군가를 선망하고 부러워하기보다 당신만의 관심사에 초점을 두고 당신만의 삶과 일을 일구어가세요.

특히 어린 여성 디자이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의 창의력은 아이를 가질 때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도리어 그 반대죠! 새로운 생명을 만든다는 건 가장 창의로운 행위예요. 배우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가사 분담을 요청하세요. 당신의 재능과 성장을 멈추지 말고 계속 발전시키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어요. 서울을 방문하는 감회가 어떤가요!

2년간 아시아를 여행하면서 이상하게도 아직 저는 한 번도 한국에 온 적이 없습니다. 올해는 관광객이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동료와 친구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을 만나러 오네요. AGI 한국 멤버들을 그들의 터전에서 만나게 될 일을 정말 기대하고 있어요. 세계 디자인 수도 중 하나인 서울에 초대된 것에 감사합니다. 이번 9월 AGI 서울 행사가 열릴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한 안상수에게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한국과 서울에 대해 알게 될 것을 생각하니 호기심이 들끓네요. 서울은 아마 크레이지한 도시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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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FORUM VOL.3 X AGI

2016.02.19.19시~22시, DDP 살림터 3층 디자인 나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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