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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정부의 '해외 북한식당 이용 자제'가 코미디인 이유

  • 허완
  • 입력 2016.02.17 10:20
  • 수정 2016.02.17 10:38
A North Korean waitress folds a napkin before the start of a cooking competition held at a noodle restaurant in Pyongyang, North Korea, on Thursday, Nov. 22, 2012. Cooks and servers from around North Korea took part in the three-day cooking competition. (AP Photo/Jon Chol Jin)
A North Korean waitress folds a napkin before the start of a cooking competition held at a noodle restaurant in Pyongyang, North Korea, on Thursday, Nov. 22, 2012. Cooks and servers from around North Korea took part in the three-day cooking competition. (AP Photo/Jon Chol Jin) ⓒASSOCIATED PRESS

정부가 해외 북한식당 이용을 자제할 것을 교민과 관광객들에게 당부했다. 북한 4차 핵실험장거리로켓 발사 이후, 본격적인 '돈줄끊기'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북한식당 출입자제를 권고한 이유를 비교적 분명히 밝혔다.

정 대변인은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로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북한에 자금이 들어가는 여타한 행위도 자제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시작으로 우리측에서 북한에 들어가는 돈은 액수에 상관 없이 모두 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데일리 2월17일)

물론 해외에서 북한식당을 가는 게 불법은 아니다. 다만 정부는 '북한으로의 외화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국민들의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혔을 뿐. 정부는 과거에도 이런 지침을 주요 국가 공관에 내려보낸 적이 있다.

"개성공단 중단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강력한 대북 압박을 공언한 상황에서, 정부의 이런 조치에는 나름의 긴박함이 담겨 있다.

그러나 실상을 따져보면, 정부의 이런 '권고'가 북한에 얼마나 큰 압박으로 작용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숫자 안에 그 모든 답이 있다.

일단 해외 북한식당을 통해 북한에 흘러들어가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자. 중앙일보에 따르면, 정부는 그 규모를 이렇게 파악하고 있다.

북한이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위해 이용하고 있는 식당은 12개국 130여개로 추산된다. 이를 통한 운영 수입은 연간 많게는 1억 달러(약 1223억원), 최소 4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중국에 100여개로 가장 많고 캄보디아ㆍ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및 러시아와 중동에도 있다. 1억 달러라고 가정할 경우, 개성공단을 통해 북측에 들어간 자금인 연간 금액과 맞먹는 액수다. (중앙일보 2월17일)

물론 '연간 최대 1억달러'에 달한다는 북한식당 운영수입이 모두 한국인 관광객이나 현지 교민에게서 나왔을 리는 만무하다. 북한식당에 한국인 손님만 가는 건 아닐 테니 말이다. (오히려 북한식당을 이용하는 손님 중 한국인의 비중은 비교적 낮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여기에서는 일단 '연간 1억달러(최대)'가 모두 한국인 관광객과 교민들에게서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그 '연간 1억 달러'는 북한에게 얼마나 큰 금액일까?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이 2015년 10월 발표한 '북한 외화벌이 추세와 전망'에 따르면, 북한의 외화수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바로 중국과의 무역이다.

이에 따르면, 북한이 2014년 한 해 동안 중국으로 광산물과 의류, 수산물 등을 수출해 벌어들인 외화는 모두 28억4100만달러에 달했다. 광산물이 대부분(53.7%)을 차지했고, 의류(26.1%)나 수산물(5.0%), 기타 품목(15.2%) 순이었다.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노동자 해외 송출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해외 송출 노동자를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수입 규모는 대략 연간 수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기타 다른 경로의 외화수입을 제외하더라도, 대중국 수출과 노동자 해외송출로 인한 외화수입만 30억~40억달러에 달한다는 뜻이다.

'연간 1억달러'에 달한다는 해외 북한식당 운영수입이 대체 얼마나 '' 자금인지 이제 조금 감이 오지 않는가?

결론 : 해외 북한식당 이용 자제로 북한의 외화벌이에 압박을 가한다는 건 넌센스다. 단지 정부는 일단 무엇이든 해야 하니까 해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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