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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포럼 x AGI 인터뷰 | 타쿠 사토

제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배려(気遣い)'입니다. 일본에서는 '키오 츠카우(気を遣う)'라고 말하곤 하는데 아마 한국에도 비슷한 뜻을 가진 단어가 있을 거예요. 일본에서 이 단어는 '미래를 생각하고 고려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지금 하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좋은 디자인의 의미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없다면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없습니다.

  • 전종현
  • 입력 2016.02.16 09:54
  • 수정 2017.02.16 14:12

오는 2월 19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나눔관에서 'DDP 포럼', 그 세 번째 행사가 열립니다. 건축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주제로 한 첫 번째와 한국의 푸드 트럭 문화를 다룬 두 번째에 이어 이번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그래픽 디자이너 단체인 '국제그래픽연맹(Alliance Graphique Internationale, 이하 AGI)'과 함께 DDP 포럼을 엽니다.

1951년 프랑스와 스위스의 뜻 맞는 그래픽 디자이너 몇 명을 중심으로 출발한 AGI는 현재 총 30여 개국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 4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세계 최고의 그래픽 디자인 관련 단체입니다. 기존 회원의 추천을 통해 철저한 검증을 거쳐 AGI 회원 명부에 이름이 오르는 것은 당대를 풍미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의 증표나 마찬가지입니다. 위대한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모두 AGI 회원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AGI 회원을 제외한다면 20세기 그래픽 디자인을 논하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죠. 고인은 물론이고 생존 회원들까지 시중의 디자인 서적에 끊임없이 등장하며 그래픽 디자인 역사 곳곳을 빼곡히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AGI는 매년 세계 각국을 돌면서 총회를 개최합니다. 재작년 브라질 상파울루, 작년 스위스의 비엘에 이어 2016년 올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총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오는 9월 말 열리는 AGI 서울의 준비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AGI 회장단(International Executive Committee, IEC)이 곧 방한하는데요. DDP 포럼의 일환으로 AGI를 대표하는 회장을 비롯해 AGI를 이끌어가는 수뇌부인 회장단이 시민에게 열려있는 공개 강연의 단상에 올라 세미나를 진행합니다. AGI 회장인 네덜란드의 니키 고니센(Nikki Gonnissen)을 비롯해 일본의 타쿠 사토(佐藤 卓), 아일랜드의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 미국의 에릭 브란트(Erik Brandt), 오스트리아의 엘리자베스 코프(Elisabeth Kopf) 등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5명이 연단에 오를 계획입니다.

포럼에 앞서 참여 연사들의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그 두 번째 주인공은 일본의 타쿠 사토입니다.

타쿠 사토 Taku Sa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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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 사토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1979년 도쿄예술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일본의 유명 광고 기획사 덴츠에서 근무하다 자신의 스튜디오를 설립해 브랜딩, 아이덴티티, 편집, 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발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1998년부터 AGI 회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타쿠의 대표작으로는 이세이 미야케의 'Pleats Please Issey Miyake' 프로젝트를 비롯해 가나자와 21세기 현대미술관, 그리고 도쿄 과학 박물관의 아이덴티티 작업 등을 꼽을 수 있는데요. 이세이 미야케, 나오토 후카사와, 노리코 카와카미와 함께 '21_21 디자인 사이트(Design Sight)'의 디렉터로서 2007년 <물>, 2013년 <디자인 아!(Design Ah!>를, 2014년에는 인류학자 신이치 타케무라와 함께 <콤: 쌀의 시대>를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www.tsdo.jp

Q. 안녕하세요, 사토!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할게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타쿠 사토(佐藤 卓)이고,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방금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단어를 쓰긴 했지만 저는 다양한 범위에 걸친 디자인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어요. 더 자세하게 궁금하신 분은 제 홈페이지(www.tsdo.jp)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웃음) 하지만 저 자신을 그래픽 디자이너로 소개하는 이유는 그래픽 디자인을 통해 디자인의 기초를 배웠기 때문이랍니다. 실무에서 그래픽 디자인 능력을 기르면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포스터, 로고, 책, 패키지, 사이니지뿐 아니라 전시 기획과 지역 개발 사업. 아트 디렉터로서 어린이 TV 프로그램 제작과 큐레이팅을 했고, 최근에는 병원을 짓는 프로젝트까지 진행했어요. 참고로 저의 개인적인 관심사는 서핑과 라틴 음악이랍니다.

Q. 당신은 AGI의 회장단(IEC) 멤버인데요. 혹시 AGI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이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을까요?

AGI에서의 활동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매년 특정 국가의 도시에서 열리는 총회에 참여하는 일인데요.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가 한 곳에 모여 디자인에 대한 회의를 하고 연사로 선정된 회원들은 그들의 작업에 대한 발표를 한답니다. 언어의 장벽이 있을지언정 매우 흥미롭습니다. 제 안목을 진정 넓힐 수 있는 기회이자 다른 환경에서 탄생하는 디자인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매년 총회가 열리는 크고 작은 도시를 방문하면서 제가 여행객의 신분이 아니었다면 가보지 못했을 여러 장소를  경험할 수 있으니 이런 좋은 기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AGI 활동을 통해 얻는 것들도 매우 귀중한 경험이지만 이렇게 다른 나라를 방문하며 얻는 정보 또한 무척 매력적이랍니다. AGI는 미래의 가능성에 관해 논하고, 이를 이끌어가면서 복잡한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차근차근 해결해 가는 단체예요. 이런 과정에서 얻는 경험은 굉장히 값지죠. 또한 그래픽 디자인의 사회적 중요성을 공유하는 경계 없는 단체이면서 개인적으로 매우 즐길 거리가 많은 네트워크라고 생각합니다.   

Q. 한 사람의 디자이너로서 주지하는 당신만의 디자인 철학이 궁금합니다. 

몇몇 작업을 통해 설명을 해드릴게요. 제 첫 작업이라 볼 수 있는 건 1984년 론칭한 위스키 제품 개발입니다. 저는 이 제품에 대한 광고를 담당하게 되었는데요. 이때 제품의 광고를 만드는 것보다 매력적인 상품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자체적인 단독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어요. 당시 시장에는 철학을 담은 위스키가 없었기 때문에 큰 성공을 거두었고 상점에서 매진이 됐답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저는 실제 제품 개발(위스키 콘텐츠)과 작명, 가격 책정, 언론 보도, 인쇄 매체 제작, 매장 디스플레이까지 전체 과정을 경험하게 되었어요. 제 시야를 진정 넓힐 수 있는 기회였고, 다양한 작업에 더욱 몰두하게 도와주었답니다. 저는 늘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해당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래픽 디자인이 꼭 인쇄 매체에만 한정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생겼거든요. 우리는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걸 잘 포착해야만 해요. 관계 속에서 대상을 인식할 때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훨씬 명확히 인지할 수 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작업으로는 2001년부터 시작한 '디자인 해부학'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디자인 해부학은 디자인의 관점으로 모든 제품을 포착해 겉과 속을 분석하는 건데요. 매번 전시나 출판 형태로 진행했어요. 제가 '해부한' 첫 번째 제품은 제가 디자인했던 베스트셀링 풍선껌이었답니다. 그 후 프로젝트는 다양한 제품들로 확장됐는데요. 제가 디자인하지 않은 즉석카메라, 패션 인형, 우유 등을 대상으로 삼았어요. 모두 일본에서 매우 익숙하고 유명한 제품들이지요.

그 후 저는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의 'A-POC'라는 의류 라인을 해부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이세이 미야케 씨와 처음으로 함께 한 프로젝트였는데 그 이후에 '21_21 디자인 사이트(DESIGN SIGHT)' 프로젝트를 협업하기 시작했죠.

디자인 해부학 시리즈는 사람들이 디자인의 관점에서 일상 상품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해부학은 생물과 연관된 행위지만 저는 인간의 창작물인 제품에 해부학이란 단어를 적용시켰죠. 초창기 디자인 해부학은 기업의 후원을 받아 그 제품의 제조과정을 다시 탐구하려는 시도였는데 2000년대 말에는 훨씬 더 복잡한 형태를 띠기 시작했어요. 디자인 해부학은 대학의 수업과정까지 연장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 개발 프로젝트와 NHK에서 방영하는 어린이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 <디자인 아! Design Ah>에도 응용됐어요. 최근에는 일본의 상업 방송사와 흥미로운 제조 과정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거의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기까지 했답니다. 다가오는 가을에는 조금 더 발전한 디자인 해부학 전시를 21_21 디자인 사이트에서 계획하고 있습니다. 결국 디자인 해부학은 단순히 전시 시리즈가 아니라 제게 있어 지속적이고 끊이지 않고 평생에 걸쳐 진행하는 프로젝트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Q. 이번 2월 19일 서울 DDP에서 열리는 특강에는 이미 많은 분들이 신청했답니다. 당신이 맡은 스피치에 대해 미리 간단히 알 수 있을까요?

많은 프로젝트 중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작업인 디자인 해부학에 관해 말씀 드릴 예정입니다. 제 모든 작업과 프로젝트에는 사랑의 눈길을 담아 진행하는데요. 하나의 제품이나 사물을 분석하다 보면 그 대상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답니다. 제 생각엔 그런 마음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발표 시간이 제한적이라 얼마나 구체적으로 강연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디자인 해부학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더불어 이 방법을 통해 배운 점을 적용한 최근의 프로젝트도 함께 언급하고 싶습니다.

Q. AGI 멤버들은 차세대 디자이너에게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혹시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와 학생들에게 건넬 조언이 있다면 부탁할게요.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디자인과 연결돼있습니다. 우리 주변 일상에서 삶에 의미 있는 디자인을 찾아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제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배려(気遣い)'입니다. 일본에서는 '키오 츠카우(気を遣う)'라고 말하곤 하는데 아마 한국에도 비슷한 뜻을 가진 단어가 있을 거예요. 일본에서 이 단어는 '미래를 생각하고 고려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지금 하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좋은 디자인의 의미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없다면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없습니다. 만일 누군가 제게 '배려 깊은 사람'인지 물어본다면 전 여전히 노력 중이라고 대답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디자인을 대면하든 매우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저는 젊은 디자이너와 학생분들 모두가 이 단어의 의미를 깊게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어요. 서울을 방문하는 감회가 어떤가요!

저는 서울을 여러 번 방문했답니다. 그래서 한국에 친구들이 많은데요. 그들을 다시 만나게 될 생각에 매우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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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FORUM VOL.3 X AGI

2016.02.19.19시~22시, DDP 살림터 3층 디자인 나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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