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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핵무기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왜 완벽한 헛소리인지 설명하는 기사

  • 허완
  • 입력 2016.02.15 12:44
  • 수정 2016.02.15 13:02
ⓒshutterstock

'한국 핵무장론'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한국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나오는 주장이다.

최근 여당 원내대표도, '1등신문'의 저명한 인사도 핵무장을 목소리 높여 외쳤다. 두 사람 모두 오래된 '핵무장론자'들이다.

이 두 사람은 이런 말을 하거나 글을 쓴 적이 있다.

북한의 공포와 파멸의 핵에 맞서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 평화핵을 가질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의 안보는 그 누구도 지켜줄 수 없다. 대신 할 수 없다. 결국 북핵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할 우리의 문제다. (원유철 원내대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1월7일)

우선 칼자루를 쥔 정권만이라도 우리의 안보력을 보강하는 또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과단성을 보여야 한다. 일을 저지르고 보자는 것이다. 핵무장에 관한 논의부터 시작하자. 불가피하다면 비핵화 선언 폐기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도 각오하자. 그리고 그에 따른 그 어떤 불이익도 감수할 의지가 있음을 대내외에 천명하자. (김대중 칼럼, 조선일보 2월2일)

관련기사 : 새누리당,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서 평화핵을 가질 때가 됐다!"

물론, 이게 이 두 사람 만의 주장은 아니다. 조선일보의 송희영 주필은 13일자 칼럼에서 핵무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부른 국민"을 "내부의 적"에 비유하기도 했다..

건강한 경제력은 국민에게 맛있는 음식과 포근한 옷을 선물한다. 그러나 강한 군사력은 눈·귀·입으로 즐길 수 있는 선물을 주지 못한다. 이 때문에 배부른 국민은 중요한 진리를 잊고 산다. 군사적 균형이 완전히 붕괴돼 적의 발밑에 깔릴 때까지 자신의 재산과 생명을 지킬 군사력을 키우지 않는다.

(중략)

...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지금껏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려온 세력들이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떠오를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50층 빌딩과 안락한 승용차를 지키기 위해 북과 적당히 대화·타협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할 것이다. 정말 무서운 것은 이런 내부의 적이다. (송희영 칼럼, 조선일보 2월13일)

더 놀라운 건 적지 않은 국민들이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15알 보도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도 핵무기를 보유하자는 의견'에 대한 찬성 응답자의 비율은 무려 67.7%(매우 찬성 32.8%+어느 정도 찬성 34.9%)에 달했다.

그러나 핵무기 개발·보유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가지고 싶고, 가질 능력이 된다고 해서 함부로 가질 수 없다는 것. 전문가들이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는 매우 명백하다.

핵무장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불분명한 반면, 한국이 감수해야 할 피해는 끔찍한 수준이라는 것.

핵무장론이 왜 말도 안 되는 주장인지 꼼꼼하게 그 근거를 제시한 기사가 있다. 북한 전문 기자로 활동해 온 황일도 주간동아 기자(전 신동아 기자)의 2011년 기사다.

관련기사 :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의 ‘핵무장론’을 반박한다 (신동아)

이 기사는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이 2011년에 쓴 '남(南)이 핵(核) 가져야 북(北)이 협상한다'에 대한 공개 반론이자, 국내 핵무장론자들의 주장에 대한 꼼꼼한 반박이기도 하다.

이 기사에는 핵무장론자들이 흔히 꺼내는 아래와 같은 주장들이 왜 허무맹랑한 이야기인지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다.

  •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눈 감아 주면 얼마든지 한국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 미국이 허락 안 해줘도 일단 몰래 만들고, 나중에 핵보유국으로 인정 받으면 된다!
  •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일단 가지고만 있으면 북한과의 협상에도 유리하다!
  • 이스라엘도 몰래 핵무기를 개발해서 결국 성공했다!
  •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한국도 지금 당장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 미국의 양해하에 핵연료 재처리 기술을 보유해 언제든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게 된 일본의 길을 따라가면 된다!

여기에는 '한국 핵무장'이 불러올 후폭풍에 대한 매우 현실적인 우려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 테면 이런 부분이다.

예상하기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각종 질환을 진찰하고 치료하는 데 쓰이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의 공급도 중단된다. 테크네슘 등 해당 국가로부터 바로 들여오는 원소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에서 자체 생산하는 원소도 연료가 끊기면 만들어낼 수 없다. X레이와 CT 촬영, 방사선 항암치료 등이 한꺼번에 불가능해진다. 특히 이들 원소는 반감기가 매우 짧아 비축이 불가능하므로 수일 이내로 문제가 불거진다. 안보당국에서 일하는 한 전문가는 “전국적인 의료대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략)

한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솔직히 누군들 핵 보유를 생각해보지 않았겠나. 그러나 무역의존도가 85%에 달하는 한국은 대외경제 의존도가 극히 낮은 북한이나 막대한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이란과 사정이 전혀 다르다. 한국이 핵무장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나고 주가 등 경제 지표가 곤두박질칠 텐데 국민이나 기업들이 수용할 수 있을까. 창피만 당하고 이내 철회하는 식으로 싱겁게 마무리될 것이다.” (신동아 2011년 3월호)

한국 핵무장, 그래도 찬성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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