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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전'의 이상한 발렌타인 데이 이벤트

  • 강병진
  • 입력 2016.02.15 10:37
  • 수정 2016.02.15 15:52

현대카드는 지난 2015년 11월 29일부터 ‘스탠리 큐브릭 전’을 열고 있다.

오늘 3월 13일에 종영하는 이 전시회는 지난 2월 12일, 발렌타인 데이를 2일 앞두고 이벤트를 공지했다.

발렌타인 데이에 전시회를 보러온 관람객에게 ‘알렉스 오빠’들이 함께 사진을 찍어주고, 초콜릿도 선물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벤트 공지와 함께 트위터에서는 ‘소름돋는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관람객과 사진을 찍어주는 ‘알렉스’의 캐릭터 때문이었다.

알렉스는 스탠리 큐브릭의 1971년 작 ‘시계태엽 오렌지’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앤서니 버지스의 동명소설이 원작이고 말콤 맥도웰과 패트릭 마지 등이 출연했다. 말콤 맥도웰이 연기한 알렉스 드 라지는 친구들과 비행을 저지르는 10대 소년이다. 그런데 그 비행의 수준이 흔한 10대 소년의 치기로 볼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노숙자를 폭행하고, 가택 침입을 해 여자를 강간하고, 살해를 저지르기도 한다.

‘시계태엽 오렌지’는 이 소년이 정부의 갱생프로그램에 의해 어떻게 의지를 박탈당하는가를 통해 정부에 의해 강제된 교화에 문제를 제기한다. 영화가 묘사한 알렉스 일당이 폭력행위는 당시에도 논란이었다. IMDB에 따르면, 당시 영국에서는 극중 알렉스 일당처럼 ‘싱 잉 인더 레인’을 부르며 소녀를 강간하는 모방범죄가 발생하기도 했었다. 또한 알렉스와 비슷한 옷과 모자, 부츠를 착용하고 어린 소년을 폭행한 16살 소년의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캐릭터가 발렌타인 데이에 그것도 관람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오빠’로서 이벤트에 활용된다고 하니, ‘소름이 끼친다’는 반응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시계태엽 오렌지'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세계에서 갖는 의미, 그리고 알렉스가 가진 영화적인 아이콘으로서의 가치는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시계태엽 오렌지'에 대한 영화적인 평가와 '발렌타인 데이'의 의미는 아예 무관한 문제다. 알렉스의 캐릭터를 발렌타인 데이의 '오빠'로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시계태엽 오렌지'의 영화적 가치를 부정하는 발상으로 보인다.

(강간 장면을 제외한 알렉산더 작가 가택 침입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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