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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를 전부 없애버린 이 대기업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 강병진
  • 입력 2016.02.12 10:27
  • 수정 2016.02.12 10:28

안정적인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시에 짜증나는 상사가 없으면 좋지 않을까? 속단하지 말라. 당신이 상사를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상사는 당신 생각보다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일 수도 있다.

상사를 전부 없애면 직원들이 더욱 멋진 아이디어를 더 낼 거라고 생각하는 ‘디스럽터스’(disruptors)를 믿는 사람들이 실리콘 밸리에는 특히 많다. 하지만 그들의 이론이 현실에서는 잘 통하지 않았다.

온라인 신발 소매업체인 자포스의 예를 보라. 자포스는 사업가 브라이언 로버트슨이 개발한 수평 관리 구조인 홀러크러시(Holacracy)를 시도했다. 홀러크러시 하에서는 누구에게도 상사가 없고, 각자 자기의 일을 스스로 정의한다.

자포스 CEO 토니 셰이는 지극히 투명한 경영을 위해 홀러크러시를 도입했다. 홀러크러시 직장에서는 경영 체인 아래로 정보를 내려보내는 관료 체계가 없다. 모두 이야기를 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홀러크러시 도입 이후 1,500명 정도의 직원 중 20%가 퇴사했다. 지난 봄에 홀러크러시를 발표했을 때 210명 정도가 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떠났으며, 3월 이후 최소 50명 이상이 추가로 퇴사했다.

직장 내에 명백한 위계가 있으면 ‘누구에게 정보를 줘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정보 처리가 쉬워진다’고 린드레드 그리어는 말한다. 그리어는 스탠포드 경영 대학원에서 팀과 그룹 내의 권력 역학을 연구하는 교수이다.

“사람들은 감정적으로는 위계를 좋아하지 않는다. 위계가 있으면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그리어가 허핑턴 포스트에 설명했다.

관리와 조직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홀러크러시 이야기를 좋아한다. 표준과는 너무나 극단적으로 다른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이 딱딱하게 규정된 리더십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들에게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자급자족에 대한 감정적 욕구와 리더십의 유기적인 필요성 사이의 긴장은 자포스의 실험에 대한 매체 보도에서도 드러난다. 10월 뉴 리퍼블릭 기사에서 로저 홋지는 자포스의 전 직원 크리스 코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코이는 자기 조직화의 원칙에 반대하지 않으며, 자신의 직업 경력 전체가 자기 조직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아이디어가 문제가 아니라 실행이 문제다. 우리는 비평이나 열린 대화의 문화가 없다.” 그러니 사람들은 ‘강제적인 적극성의 미묘한 문화’ 때문에 터놓고 이야기를 못했다는 것이다.

(허핑턴 포스트는 이 기사를 작성하며 코이에게 연락하였으나 코이는 언급을 피했다)

홀러크러시의 성공 사례도 있다. 특히 작은 기업에서 성공했다. 금융 서비스 기업 알카테크 시스템스, 콘텐츠 플랫폼 미디엄은 홀러크러시를 사용한다.

소셜 미디어 매니지먼트 서비스인 스타트업 버퍼도 홀러크러시를 채택하려 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신규 채용 직원들에게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포기했다. 버퍼의 공동 설립자 레오 위드리치는 9월에 블로그에 ‘그때 내가 얻은 깨달음의 핵심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회사 내에서 자기만의 자리를 갖고 있고, 그 자리들은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라고 썼다. 모든 직원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라고 위드리치는 덧붙였다. 그러나 버퍼는 위계가 있는 것이 일 처리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홀러크러시 같은 체계도 잠재력은 있다.” 그리어의 말이다. 위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때문이다. 그리어는 이론 상으로는 홀러크러시를 좋아한다. 그러나 연구에 의하면 조직 구조 변화가 성공하려면 그보다는 덜 급진적이어야 한다.

“위계를 완전히 없애지는 말라. 위계에 따르는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업데이트:홀러크러시원이 아래와 같은 이메일을 보냈다.

사람들에게 ‘위계’가 필요하다는 연구는 없었다.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람들은 구조가 있으려면 경영 위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그건 다른 방식을 모르기 때문이다. 홀러크러시는 구조를 얻는 대안적 방식이다. 보다 명확하고 유연한 방식이다.

이 성명에는 홀러크러시원의 파트너 올리버 컴페인이 2014년에 쓴 블로그 포스트 링크도 보내왔다. 컴페인은 위계와 구조 사이의 차이를 설명했다.

“홀러크러시는 ‘매니저가 없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홀러크러시가 전통적 관리 위계보다 더 많은 구조와 더 적은 숨을 곳을 제공하며, 더 많은 엄격함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허핑턴포스트US의 'What Happened When This Major Company Got Rid Of All Its Bosse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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