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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편과 함께 자지 않는 이유

ⓒShutterstock / Warren Goldswain

*이 글은 작가 카테리나 코스그로브가 허핑턴포스트에 쓴 블로그를 번역한 것입니다.

1996년이었다. 그때는 연인과 친구들에게 카세트 테이프에 노래를 녹음해 줬고, 꽃무니 드레스를 입고 중고 배기 코듀로이 바지를 입고, 블런드스톤 부츠를 신고 카페에 가고 '잉글리시 페이션트'를 보며 울었다. 내 남편이 될 남자를 만난 지 2주 뒤, 나는 그를 내 집, 내 지저분한 침대에 들였다.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그와 함께 보낸 처음 며칠, 몇 주, 몇 달 동안의 열정적인 섹스에 대한 게 아니다. 나는 힘든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함께 자는 것. 자고 가는 것. 온 밤을 함께 보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첫 날 밤 그는 코를 골았다. 나는 돌아누워 무시하려고 애썼다. 나는 새로운 사랑의 초기의 열기에 빠져 있었다. 나는 무엇이든 용서했을 것이다. 그가 나와 함께 보낸 두 번째 밤, 나는 그를 부드럽게 찌르며 속삭였다. 세 번째 밤에는 나는 그의 콧날을 꼬집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만큼 세게 꼬집지는 않았다. 그는 깜짝 놀라 캑캑거리며 일어났다. 나는 깊이 잠든 척했다.

그 이후 우리는 온갖 노력을 다 해보았다. 메밀 베개, 에센셜 오일, 빗소리, 침대 머리 부분 높이기, 진드기 방지 매트리스, 유제품 끊기, 술 끊기, 카페인 끊기, 곡물 끊기 등이었다. 그는 병원의 수면 클리닉에 가서 모니터에 연결된 채 자보기도 했고, CPAP 기계를 사기까지 했다. 그 기계를 쓰면 다스 베이더와 진공 청소기가 섞인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코 고는 소리가 차라리 나았다.

그 이후 우리는 그가 유전적으로 좁은 기도를 타고 났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피곤할수록 코를 더 심하게 골았다. 그래서 우리는 둘 다 푹 쉰, 알람과 스케줄이 없는 여행 중이나 휴일에는 행복하게 잘 수 있었다. 그러나 바쁜 일상을 보낼 때, 학교를 가고 저녁 식사를 서둘러 할 때는 함께 자는 것, 그리고 정말로 어느 정도 수면을 취하는 것은 협상과 호의가 필요한 일이었다.

나는 수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왜 내가 늘 잠을 더 원하는지, 왜 낮잠이 녹아내릴 듯한 유기농 다크 초콜릿보다 더 맛있는지 등이었다. (주말을 포함해서)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것이 수면의 질과 시간을 늘릴 수 있고, 우울증과 체중 감량에도 영향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수면 부족과 비만 사이의 관련은 그 어떤 식습관 요인보다 더 크다.

밤시간에 대한 내 판타지는 평범하지 않다. 나는 전기등이나 스크린 없이 해가 질 때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이 되기 전에 새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된 상태로 일어나면 얼마나 좋을지 깊이 생각한다. 겨울에는 더 길게 자고, 여름에는 조금 더 활기를 가지며, 계절의 빛과 어둠의 리듬에 따르는 생활은 어떨까.

부부의 침대라는 꿈을 버리기는 어렵다. 우리 문화에서 부모가 함께 침대에 드는 것, 아이들과 집안일에서 벗어난 신성한 사생활이라는 것은 평생 지속되는 로맨틱한 사랑이라는 믿음 만큼이나 공고하다. 지금 우리 집에는 침대가 많다. 킹 사이즈도 있고 싱글도 있다. 우리는 날씨, 기분, 코고는 소리, 참을 수 있는 정도에 따라 다른 침대를 쓴다.

아이들, 가족들, 동물들과 떨어져 자는 부부라는 현상은 비교적 최근의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 이전에는, 특히 시골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 잤다. 안전을 위해, 열기를 보존하기 위해서였다. 1940년대 그리스 마을에서 자란 나의 어머니는 염소와 양들이 밤에 들어와 있는 마구간 위의 다락 같은 방의 불가에서 부모, 형제 자매, 조부모님과 함께 잤다. 코고는 소리가 어땠을까!

1800년대 이전에는 두 번에 걸쳐 자는 것도 흔했다. '첫 잠'과 '두 번째 잠' 사이의 시간에는 상위 계급의 경우 보통 기도, 종교 공부, 명상을 위한 시간이었고, 낮은 계급은 섹스, 음주, 대화를 했다. 촛불을 켜놓고 꿈, 생각, 대화가 서로에게 흘러들어가는 잠과 잠 사이의 시간이라는 것은 매력적이다.

나는 남편과 함께 여러 해에 걸쳐 만들어 낸 밤의 절차가 그립긴 하다. 그의 큰 남자의 몸이 내 옆에 있는 게 그립다. 큰 손, 방금 샴푸로 감은 머리 냄새가 그립다. 낮의 일과 밤의 공허함 사이에 있는 어둠 속의 그 소중한 순간들, 우리가 보통 그냥 지나치곤 하는 생각과 감정들이 피어나던 때가 그립다. 내 발바닥을 그의 앙상한 정강이에 대고 발가락을 벌리며 잠에 더 깊이 빠지던 것이 그립다. 내 잠꼬대를 듣고 그가 내 꿈을 다 알았던 것이 그립다. 우리가 함께 일어나 침실 밖 동쪽이 밝아지는 것을 보던 게 그립다.

그렇지만 지금 나는 조금 일찍 일어나 아침에 그의 곁으로 간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지금이 더 좋다.

허핑턴포스트US의 I Can't Sleep With My Husband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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