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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기운이 온다 | 예측의 경제학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경제학자와 전문가들은 경제 전망을 즐겨합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인센티브의 왜곡이 숨어 있습니다. 첫째, 경제 예측이 지나치게 많이 이루어집니다. 전문가들의 예측은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과거 자신의 성공한 예측만을 반복해서 자랑하고 실패한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예측이 실패했다고 해서 책임을 지거나 비용을 지불해야 할 일도 없고, 실패한 예측은 대중들에게도 금방 잊힙니다. 그래서 소위 전문가들은 필요 이상으로 예측을 남발합니다.

  • 김재수
  • 입력 2016.02.12 10:47
  • 수정 2017.02.12 14:12
ⓒgettyimagesbank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하면,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경제가 어떻게 될까요? 경제가 좋아질까요?" 거시경제학을 잘 모른다고 말하며, 민망한 대답으로 넘어갑니다. 대중들이 경제학자에게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는 경제에 대한 예측임에 틀림 없습니다.

예측의 과잉, 과장된 예측‬

옥스퍼드와 뉴욕 경영대에서 각각 가르치고 있는 저커 덴렐과 크리스티나 팽 교수는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발표된 경제 예측을 분석했습니다. 경제 전문지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에서 발행 부수가 가장 많은 신문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6개월마다 약 50 명의 경제학자 및 애널리스트에게 경제 예측을 묻습니다. GNP, 인플레이션, 실업률, 환율, 소비자가격지수 등, 8개의 주요 거시경제 지표에 대한 예측입니다. 덴렐과 팽 교수는 2002년에서 2005년 사이에 발표된 7번의 예측 자료와 실제 실현된 경제 지표를 비교 분석하고, 경제 예측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예측력을 측정했습니다.

소수의 사람들은 갑작스런 호황 또는 위기 같은 극단적인 예측을 하기도 합니다. 정확하게 맞힌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사된 전체 기간을 살펴보면, 극단적 상황을 한두 번 맞힌 이들의 예측력이 전반적으로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유를 통해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동전을 10번 던져서, 앞면이 나올 횟수를 예측하는 게임을 반복해서 펼칩니다. 가장 많은 수의 전문가들은 5번이라고 예측합니다. 5번의 앞면이 나올 확률은 24.6%입니다. 반면 어떤 이가 항상 8번이라고 예측합니다. 8번의 앞면이 나올 확률은 4.39%입니다. 첫번째 게임에서 앞면이 8번 나왔다고 합시다. 극단적인 예측을 한 사람만 맞혔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반복할수록 그의 예측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거의 홀로 예측에 성공한 전문가의 이야기가 논문에서 소개됩니다. 2005년 7월,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정확하게 예측했습니다. 그는 미국 내 한인동포들이 주로 사용하는 한미은행의 대표였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그는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청바지 가격이 무려 $250이나 하는 것을 보았고, 이를 바탕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예측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선 두 번의 경제 예측에서, 전체 55명 중, 43등과 49등을 했습니다.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경제학자와 전문가들은 경제 전망을 즐겨합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인센티브의 왜곡이 숨어 있습니다. 첫째, 경제 예측이 지나치게 많이 이루어집니다. 전문가들의 예측은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과거 자신의 성공한 예측만을 반복해서 자랑하고 실패한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성공한 예측은 전문가의 이름을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게 하고,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됩니다. 예측이 실패했다고 해서 책임을 지거나 비용을 지불해야 할 일도 없고, 실패한 예측은 대중들에게도 금방 잊힙니다. 그래서 소위 전문가들은 필요 이상으로 예측을 남발합니다. 둘째, 미디어는 극단적 예측을 과장된 표현으로 발표합니다. 동전을 한 번 던지는 게임을 예측할 때,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똑같다고 대답하면 미디어에 등장하지 못합니다. 이번에는 앞면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 미디어에 등장하기 쉽습니다. "사상 최고", "절체절명", "생존을 위협하는" 같은 수식어구가 종종 수반됩니다. 그래야 대중이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펜실베니아 와튼 경영대의 테트락 교수는 1998년과 1992년에 걸쳐서 300명의 유명 정치학자와 경제학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예측을 부탁했습니다. "국가 X의 다음 선거에서 어느 당이 집권할 것인가? 독재국가 Y의 정치체제가 10년 내에 바뀔 것인가?" 자신의 예측에 대한 확신 정도도 표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300명의 전문가들이 80,000개 정도의 예측을 했고, 이들의 정확성을 분석하기 위해, 이후 20년 동안의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테트락 교수는 연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전문가 그룹은 비교대상으로 이용된 버클리 대학의 학생들보다 조금 더 잘 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의 추정 알고리즘보다 조금 못했습니다. 추정 알고리즘이라고 하면 뭔가 대단해 보이지만, 모든 질문에 대해 "현재와 달라지지 않는다"라고 답변하는 방식이 사용되었습니다. 테트락 교수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아는 것보다, 그 이상으로 알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예측 성과가 저조한 이들의 특징은 정치나 종교에서 교조적 믿음을 지닌 이들입니다.

테트락 교수는 최근 "슈퍼예측" (Superforecasting) 이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이 책은 수만명이 참여한 예측 경쟁 대회의 결과를 소개하고, 특히 예측력이 뛰어난 슈퍼 예측 전문가들의 특징을 분석합니다. 첫째, 이들은 겸손하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면, 자신의 믿음을 포기할 줄 아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째, 다수의 사람들이 내부자의 시각으로 문제를 보는 반면, 슈퍼 예측 전문가들은 외부자의 시각으로 문제를 최초 접근하여 사건의 확률을 계산합니다. 이후에 내부 정보를 반영하여 확률 계산을 조정합니다.

많은 의사결정은 미래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합니다. 예측은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지도자의 예측 능력은 국민 전체의 행복을 좌우할 수 있어서 더욱 중요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예측 방식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요약됩니다. 자기 중심성은 대통령의 예측 능력을 떨어뜨렸고, 우리 국민은 4대강과 자원외교로 수십조원 대의 부채를 안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예측 방식은 우주의 기운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주의 기운이시여, 부디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외교, 남북관계, 역사교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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