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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아들 시신훼손: 굶기고 방치한 엄마도 살인죄 적용한다

  • 김병철
  • 입력 2016.02.05 07:04
  • 수정 2016.02.05 07:14

현장검증이 열린 1월 21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의 모 빌라에서 피의자 B(34)씨가 아들 시신을 유기한 냉장고로 재연된 종이 상자가 옮겨지고 있다

7살 아들을 때린 후 숨지자 시신을 훼손해 3년 넘게 냉장고에 유기한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유기 사건'의 피의자인 30대 부모가 모두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경찰이 살인죄를 적용해 송치한 아버지 외 어머니도 극도의 배고픔과 탈진 상태인 아들의 치료를 장시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며 살인죄를 적용했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2부(박소영 부장검사)는 5일 살인 및 사체훼손·유기·은닉 등의 혐의로 피해자 A(2012년 사망 당시 7세)군의 아버지 B(33)씨와 어머니 C(33)씨를 구속 기소했다.

어머니 C씨

B씨는 2012년 10월 말 부천에 있는 전 주거지 욕실에서 당시 16㎏가량인 아들 A군을 실신할 정도로 때려 며칠 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어머니 C씨는 과거 몇 차례 폭행 외 아들이 사망하기 직전 때린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병원에 가야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A군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A군은 당시 지속적인 폭행과 굶주림으로 탈진해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대소변도 누워서 봐야 할 정도의 몸 상태였다. 사망 전 3일동안은 거의 혼수상태였다.

그러나 부모는 아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고 집에 방치해 같은 해 11월 3일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가족이 거주했던 곳으로 알려진 인천의 한 빌라 모습.

A군 부모는 2012년 11월 3일 아들이 숨지자 다음 날까지 시신 처리를 고민하다가 11월 5∼6일 3차례 대형마트에서 시신훼손에 사용할 흉기와 둔기 등 다양한 도구를 구입했다. C씨는 시신 냄새를 없애기 위해 마트에서 청국장도 샀다.

B씨는 "장기를 훼손하는 영화를 보고 도구들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6일부터 사흘간 집에서 이 도구들을 이용해 아들의 시신을 심하게 훼손, 일부는 집과 야외 공공건물 화장실에, 일부는 3년 2개월간 집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했다.

부모는 시신을 집 냉동실에 장기간 보관한 이유와 관련해서는 "'가족은 함께 살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일반인이 이해하지 못할 진술도 했다.

B씨는 아들이 5살 때인 2010년 어린이집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며 또래 친구들과 반복적으로 말썽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때리기 시작했으며 초등학교 입학 이후 강도를 높인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경찰에서 "권투하듯이 세게 때렸는데 '이렇게 때리다가는 (아들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아들이 고집 센 자신의 모습을 많이 닮았는데 훈육을 하면 '잘못했다'고 인정을 하지 않았다"며 "그걸 굴복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부자가 평행선 상태의 갈등을 지속하다가 아들이 학교에서 일으킨 문제로 등교하지 않고 집이라는 공간에 함께 있으면서 결정적으로 갈등이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추가 조사에서 사망시점이 바뀜에 따라 2012년 10월 말 욕실 폭행 이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장기간 방치한 결과 A군이 숨진 걸로 보고 아버지 외에 어머니 C씨에게도 살인죄를 적용했다.

좋지 않은 건강상태의 아들을 내버려두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음에도 아동학대 사실이 발각될까봐 두려워 방치해 숨지게 한 것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과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부모가 사건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를 받고 있는 A군 여동생(8)을 양육할 자격이 없다고 보고 친권상실도 법원에 함께 청구했다.

A군 여동생은 심리분석 결과 오빠가 학대당하는 걸 지켜보면서 부모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칭찬받을 과장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과는 다른 '학교에서 학생 대표로 상을 받았다거나 시험에서 100점을 맞았다'는 등의 말을 부모에게 했고, 잘못하면 자신도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불안 증세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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