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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생물 이야기] 우리는 납작하지 않아요, 오징어

'오징어처럼 납작해졌다', '오징어처럼 납작한..'이란 표현을 흔히 쓰지만, 당사자인 오징어가 들으면 무척 섭섭해 할 것이다. 오징어가 정말 납작하거나 못생겼다면 몰라도 통통하면서도 날렵한 몸매를 갖고 있고, 거기에 더해 수시로 색깔과 몸의 형태까지 바꾸는 멋쟁이 바다생물이기 때문이다. 오징어를 납작함의 비유 대상으로 인용하는 것은 우리나라뿐일지도 모른다. 말린 오징어를 먹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는 일본뿐이라고 한다.

  • 장재연
  • 입력 2016.02.05 10:19
  • 수정 2017.02.05 14:12

바다생물 이야기 16. 우리는 납작하지 않아요 | 오징어

'오징어처럼 납작해졌다', '오징어처럼 납작한..'이란 표현을 흔히 쓰지만, 당사자인 오징어가 들으면 무척 섭섭해 할 것이다. 오징어가 정말 납작하거나 못생겼다면 몰라도 통통하면서도 날렵한 몸매를 갖고 있고, 거기에 더해 수시로 색깔과 몸의 형태까지 바꾸는 멋쟁이 바다생물이기 때문이다. 오징어를 납작함의 비유 대상으로 인용하는 것은 우리나라뿐일지도 모른다. 말린 오징어를 먹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는 일본뿐이라고 한다.

통통하고 예쁜 자태의 오징어 Ⓒ장재연

오징어는 우리 식탁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먹을거리지만, 막상 바다 속에서 자연 상태의 오징어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오징어는 주로 낮에는 심해에 있다가 밤에 수면으로 올라온다. 설사 낮에 수면으로 올라오더라도 몸체가 투명하고 색깔도 흐려서 알아보기 어렵다. 야간 다이빙은 아무래도 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 오징어를 만나 좋은 사진을 찍을 기회는 좀처럼 갖기 어렵다. 우연히 오징어 가족을 만나서 큰 기대 없이 셔터를 눌렀는데, 사진이 얼마나 귀여운지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영락없이 동네 꼬마들이 줄지어 뛰어 노는 모습이다.

오징어의 아름다움을 처음 깨닫게 해준 사진 Ⓒ장재연

오징어는 여럿이 함께 몰려다니는 경우가 많다 Ⓒ장재연

오징어(Squid)는 문어(Octopus), 갑오징어(Cuttlefish)와 함께 머리에 다리가 있는 생물이라는 뜻의 두족류(頭足類)다. 오징어는 문어와 달리 다리가 10개이고, 갑오징어처럼 그중 2개는 길고 빨판이 있어 먹이를 붙잡을 때 사용하는 촉완(觸腕)이다. 수컷은 다리 중 짧은 것 하나를 짝짓기 때 정액이 들어 있는 주머니를 암컷 체내로 넣어서 수정을 시키는데 사용한다. 심해에 사는 오징어 수컷들은 별도의 생식기를 갖고 있고, 그 길이가 몸통보다도 길어서 신체 대비 가장 긴 동물이라고 한다.

우리는 오징어 '다리'로 표현하지만 영어권에서는 'arm(팔)'으로 표현한다. 확실히 동서양인은 사고방식이 달라, 사물을 다르게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두족류의 영어 표현인 Cephalopoda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head-feet'라고 하니, 고대 동양인과 서양인들의 생각은 같았다. 수천 년을 거치면서 서양인들의 사고방식이나 단순히 표현이 바뀐 것일 수 있다. 아니면 서양문명의 뿌리를 로마와 그리스에 두고 있지만, 사실은 그리스는 동양 문화권이어서 지금의 서양문명과는 직접 관련이 없었던 것을 나타내는 하나의 징표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대 서구의 언어에서 오징어의 다리가 언제 팔이란 표현으로 바뀌었는지 연구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싶다.

오징어는 약 300여종이 있는데, 깊은 심해에 사는 종부터 얕은 곳에 사는 종들까지 다양하다. 다이버들이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심해에는 특히 생물학적으로 무척 신기한 종들이 많다고 한다. 아무래도 심해라는 특수하고 번식과 생존이 어려운 환경에서 적응하다 보니 유별난 특성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수심이 얕은 지역에 사는 오징어 중에서 가장 신기한 종은 피그미 오징어(Pygmy Squid)다. 크기가 불과 1cm 정도로 정말 작아서 발견하기조차 힘들다. 해초나 산호에 붙어 살아가는 모습이 어찌 보면 애처롭기도 하고, 반면에 기특하기도 하다.

피그미 오징어(Pygmy Squid) Ⓒ장재연

오징어 역시 다른 두족류인 문어나 갑오징어처럼 무척추동물 중에서는 가장 지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표면에 있는 색소세포를 이용해서 변색하는 것도 갑오징어와 같다. 일부 오징어는 몸의 색깔이나 모습을 바꾸는 것을 상호간 의사전달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이런 의사전달을 사용해서 먹이 사냥을 함께 한다고 한다.

두족류들은 수명이 일 년에서 수 년 정도로 짧다. 사람도 제대로 사람 구실을 하려면 상당기간 동안 부모에 의해 양육되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 두족류들은 알에서 부화되면서부터 부모의 돌봄이 없이 혼자 생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안에 높은 지능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태어난 순간에 생명체에 내재된 능력과 지능은 두족류가 인간에 못지않은 것이 아닐까 싶다.

만일 이들의 수명이 인간처럼 수십 년이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혹시는 이들 두족류에 의해 바다세계의 문명이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만일 그랬다면 용궁이 상상의 나라가 아니라 실존하는 나라가 됐을 것이다. 그런 나라에서는 지금 사람들이 공기통을 메고 바다 속으로 다이빙을 하듯이, 오징어나 문어가 물이 담긴 헬멧과 물통을 메고 육지 동물들을 구경하러 육지로 나올 수도 있겠다. 혹시 지금부터 수백, 수천만 년 동안에 어떤 계기에 의해 두족류의 수명이 수십 년으로 현저히 늘어나면 그런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 누가 알겠나.

지능은 높고 수명은 짧은 오징어, 수백만 년 후의 모습은? Ⓒ장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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